2000년 경찰에 투신한 이상익 형사(38·경사)는 피의자와의 달갑지 않았던 인연을 얘기하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살인을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이 형사지만 쇠고랑을 찬 채 눈물을 떨구는 소사 아저씨는 이 형사에게 더없이 낯설게 느껴졌을 터. “자백을 이끌어낼 당시 이 씨에게 임 노인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제발 보여주지 말라’며 울부짖더군요. 어머니 사진을 보면 자신이 한 행동이 생각나 괴로웠던 거죠.
얼마 후 이 씨는 ‘우리 어머니, 천당 가셨을까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당신이 솔직히 자백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으면 불쌍한 당신 어머니 천당 못 가신다’고 그랬죠. 그 말에 마음이 약해진 이 씨는 입을 열기 시작했죠. ‘내가 미쳤어요. 뭐가 씌었던 것 같아요’라며 눈물을 쏟더군요. 순간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분명했어요. 왜 한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했는지…. 존속살인은 다른 가족들에게는 물론 피의자 본인에게도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법이거든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