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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예전처럼 부모봉양을 강요하거나 시집살이를 시키는 일은 이제 꿈도 못꾼다. 오히려 시어머니를 학대하고 폭행하고 심지어 살해까지 하는 엽기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백년손님’이라 불리는 사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위도 자식이랍시고 훈계하려다 잘못하면 진짜 큰일을 당할 수 있다. 막장 사위와 막장 며느리의 요지경 실태 속으로 들어가보자.
지난 6일 청주상당경찰서는 시어머니를 상습폭행한 혐의로 며느리 A 씨(4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집에 잠시 다니러온 시어머니(80)를 발로 차서 5주간의 상해를 입히는 등 30여 차례에 걸쳐 폭력을 행사,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등 중상을 입힌 혐의였다. 시각장애인인 A 씨는 경찰에서 “시어머니가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 욕을 하고 다녀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5월 어버이날에도 쌈장을 만들면서 식초를 넣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뺨을 때리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입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18일 밤 10시경 충북 음성의 한 주택가 창고 뒤뜰에서는 온몸이 흉기로 찔리고 머리가 심하게 훼손된 채로 죽어있는 할머니(80)가 발견됐다. 놀랍게도 범인은 이 할머니의 며느리인 B 씨(47)였다. 사건 당일 오후 9시반경 B 씨는 남편의 외도문제로 시어머니와 심하게 다투다 술김에 흉기로 시어머니를 찌르고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유는 시어머니가 남편 편만 들었다는 것. 4년 전 재혼한 B 씨는 평소 남편의 여자문제로 자주 다퉜는데 매번 ‘별 일도 아닌 일로 남편을 들볶는다’며 남편만 두둔하는 시어머니와 심한 갈등을 겪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12월 청주에서는 가출을 만류하는 시어머니(55)를 폭행한 철없는 며느리가 입건됐다. C 씨(22)는 남편과 싸운 뒤 집을 나가려했으나 시어머니가 말린다는 이유로 소주병으로 시어머니의 머리를 마구 때린 혐의다.
장모나 장인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는 막장 사위도 있다. 3월 9일 충북 제천 경찰서에 검거된 E 씨(39). 그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말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모(71)와 처형(48)에게 가스총을 발사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2005년 4월 2일 강원지방경찰청은 장모와 처남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한 F 씨(3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처가에서 운영하는 술집이 자신의 주점보다 장사가 잘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F 씨는 경찰조사에서 “장모님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호객행위를 해서 우리 가게 손님을 뺏아가는 것 같아 화가 나서 술김에 그랬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장모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G 씨(31). 7월 16일 처가집에 맡겨놨던 아들을 데리러 갔던 그는 술에 취한 자신에게 장모가 “돈을 벌 생각은 안하고 매일 술만 먹고 다니면 되겠나. 술 좀 그만 먹게”라며 훈계하는데 격분,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9월 수원서부경찰서는 장인(71)과 장모(68)를 폭행한 H 씨(44)를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 H 씨는 장인에게 ‘다단계 일을 하지 말라’고 했으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밀어넘어뜨리고 말리는 장모까지 주먹으로 마구 때린 혐의다. 같은해 9월 청주에서는 낙태수술을 받은 자신의 부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말리는 장인과 장모에게도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른 I 씨(25)가 검거됐다.
돈을 노리고 장인을 살해한 무서운 사위도 있었다. 2007년 4월 청주지방법원 형사 11부는 친구와 공모해서 장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J 씨(45) 등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J 씨는 2006년 11월 장인이 집에 현금을 많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와 공모, 강도짓을 했으나 범행도중 장인이 자신을 알아보자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2008년 청주에서는 여장을 하고 장모를 상대로 성폭행하려한 엽기 사위가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K 씨(54)는 지난해 10월 15일 밤 11시경 여자 가발을 쓰고 여성용 속옷과 치마를 입고 립스틱까지 바르는 등 여장을 하고 자신의 집 2층에 사는 장모(60)의 방에 침입했다. K 씨는 장모를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장모가 도주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한편 2006년 4월에는 상습적인 음주를 나무라는 시아버지를 살해한 며느리도 있었다. 4월 9일 술에 취해 늦잠을 자던 L 씨(36)는 시아버지(67)가 “왜 만날 술을 마시느냐. 일어나서 교회 가라”고 꾸짖자 격분,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