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5월 14일 전라도 지역의 유명 조직폭력단체인 일명 ‘전주나이트파’의 부두목 윤 아무개 씨(46·H 건설 이사)와 같은 단체 조직원 조 아무개 씨(46)를 검거했다. 검찰은 이들이 피해자 Y 씨 등 3명을 감금, 폭행하고 거액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가 피해자들을 알게 된 것은 1년여 전 피해자들에게서 코스닥 등록회사의 주식 정보를 얻으면서부터다. 지난해 3월경 윤 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Y 씨 등 3명으로부터 “잘 아는 사람이 작전주를 공모 중인데 함께 투자해 거액을 벌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고 한다.
윤 씨는 이에 자신의 조직원 조 씨를 끌어들여 함께 Y 씨가 권해 준 코스닥 업체 A 사에 투자했다. 이들 두 사람이 사들인 A 사의 주식은 총 2억여 원.
하지만 석 달쯤 지나자 윤 씨는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투자한 주식이 오르기는커녕 회사 자체가 상장폐지된 것. 윤 씨의 주식은 당연히 종이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후부터 주식투자를 권유했던 Y 씨 등 3명은 연락마저 끊겨버렸다고 한다. 거대 조직의 부두목으로서는 망신을 톡톡히 당한 셈.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윤 씨는 격분했고, 함께 투자를 한 조직원 조 씨와 함께 이들을 혼내주고 투자금을 되찾을 궁리를 한다. 윤 씨는 결국 Y 씨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조직원 수십 명을 동원한다.
지난해 6월 18일, 윤 씨는 Y 씨가 자주 다니는 술집 앞에서 마침내 Y 씨를 납치하는 데 성공한다. 이 후 인근 조직원 소유의 오피스텔로 데려가 집단 ‘린치’를 가했다. 8시간 동안 온갖 폭행을 당한 Y 씨는 윤 씨와 조 씨에게 잃은 돈 1억 원씩을 모두 변제해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다음날 아침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번 불이 붙은 ‘부두목’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 씨는 Y 씨와 함께 자신에게 주식 정보를 줬던 K 씨를 찾아내 Y 씨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들이 잃은 돈을 변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런데 겁 먹은 K 씨는 풀려나자마자 잠적해버렸다.
그러자 윤 씨 일당은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K 씨가 변제 약속을 할 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K 씨의 지인 O 씨에게 돈을 요구했던 것. “함께 자리에 있었으니 당신이 돈을 내놔라. 돈을 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다. O 씨는 결국 이들에게 1억 2000만여 원의 돈을 줘야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윤 씨 일당의 협박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돈을 준 O 씨는 물론 Y 씨와 K 씨 등에게도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계속 협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이들의 협박은 지난 5월 중순까지 계속 됐다고 한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협박 전화에 시달리다 대인기피증이 생겨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전주나이트파 부두목과 그 일당들이 Y 씨 등에게 각종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이후 피해자들을 접촉, 피해 사실을 확인받고 윤 씨와 조 씨 및 사건에 동원된 전주나이트파 일당의 검거에 나섰다. 결국 지난 5월 12일 윤 씨와 조 씨는 검거됐다.
한편 구속된 윤 씨와 조 씨는 아직까지도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 일당은 “폭행도 감금도 없었다. 우리가 오히려 피해자다. 우리가 돈을 잃자 정보를 주고는 미안했던지 자발적으로 돈을 변제해주기로 각서까지 써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 자신들이 조직원들을 동원해 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우리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피해자라는 사실을 설명하며 그토록 애원했는데도 그들은 모진 폭행을 했다. 자발적으로 변제해주기로 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비록 윤 씨와 조 씨가 구속됐지만 여전히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찰 측 한 관계자는 “조폭까지 끌어들여 ‘작전’을 하려했던 피해자들도 문제지만 건설회사 이사라는 간판까지 갖고 있는 큰 조직의 부두목이 이런 치사한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찼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