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요신문>이 면밀하게 들여다 본 결과, 민정수석실 안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인연이 깊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인사들도 포진 중이다. 이를 근거로 민정수석실 안에서 모종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뒤따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태현 비서관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청와대 민원비서관으로 법조계나 정치권 인사가 아닌 현직 중앙부처 공무원을 기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규제개혁 차원의 민원 해결을 위해 정부부처의 업무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면서 공무원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지만 최 비서관 ‘쓰임’에 관한 쑥덕공론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정치권은 일단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줄을 그어보는 분위기다. 최 비서관이 지경부에서 일할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장관으로 있었던 까닭에서다.
여권 일각에서는 또 다른 해석도 뒤따른다. 현재 최경환 부총리와 윤상직 장관 등이 야권으로부터 MB 정부 자원외교 몸통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로 들어오는 민원을 사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에는 에너지와 원전 산업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같은 민원이 기업이나 정치권 사정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비서관 발탁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이미 또 다른 산업부 출신 관료가 파견 형식으로 민정수석실에서 근무 중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7월부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A 행정관이 그 장본인이다. 민정비서관실은 고위 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사정을 책임지는 자리다.
A 행정관과 최경환 부총리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실에 ‘최경환 라인’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산업부 관료들이 민정에서 할 일이 무엇일지 의문이다. 가려면 경제수석실을 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기춘 비서실장이 떠나면서 우병우 민정수석 파워가 한없이 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비판을 받으면서 물러나긴 했지만 안에서는 일을 잘해 왔다는 평이 많다”며 “대통령 비선 라인, 경제 라인, 법조계 인맥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이 우병우 수석에게 과도한 신임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청와대) 안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 김 전 실장이었는데,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어진다면 자연스럽게 민정수석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출신의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결국 포스트 김기춘 자리는 우병우 수석이 차지할 것”이라며 “이번에 청와대 파견 법조계 인사들이나 우병우 수석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다들 좋은 데 갔다는 거 아니냐. 자연스럽게 힘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