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9일 이바라키 현 쓰치우라 시에서 9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 주택에 괴한이 침입하여 72세 노인을 부엌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 괴한은 4일 후인 23일에도 전철 역 근처에서 칼을 휘두르며 지나가던 행인을 죽이고 달려온 경찰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다행히 사건 후 범인은 곧 잡혔다.
범인은 가나가와 마사히로(25)로 범행을 일으키기 전 약 6년 동안 외부 사람과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집 안에 틀어박혀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한 집에 살던 가족들과도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등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재판에 출석한 가나가와의 아버지는 아들을 ‘피고인’이라고 부르며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으니 남자답게 책임을 지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사형당해 마땅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체포 직후부터 “죽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던 범인은 그 후에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판타지 세계가 세상의 전부다. 게임의 세계에서 주인공은 재능이 넘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반면에 나는 재능도 없고 재미없는 인생을 보내고 있어 살아있는 의미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마법을 익히지 못하게 되자 따분한 현실 세계의 인생을 끝내고 싶었다.”
▲ 지난해 3월 19일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바라키 현 쓰치우라시의 사건 현장. | ||
“자살도 생각했지만 아프기만 하고 죽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고통 없이 확실하게 죽기 위해서는 사형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사형을 받기 위해 여러 명의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었다. 사형은 처벌이 아니라 유일한 구원이자 스스로에 대한 상이었다.”
그에게 있어 ‘죽음’이나 ‘살인’이 일반인들과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재판 중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가나가와는 “모기를 죽이거나 책상을 부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자신의 범행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사자가 얼룩말을 죽일 때 죄의식을 느끼겠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하기도 했다.
가나가와의 주장이 워낙에 황당한 내용이다 보니 변호인 측은 그가 정신 이상으로 책임능력이 없다는 방향으로 변론을 하고 있다. 그 증거로 가나가와가 과거에 몇 번이나 ‘원인불명의 실신’을 한 것을 정신이상의 증거로 들고 있다.
▲ 피고인 가나가와의 재판 장면. | ||
그러나 검찰 측에서는 범행 당시 가나가와는 피해자를 찌르면서 본인도 상당량의 피를 뒤집어썼지만 당시에는 멀쩡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박하고 있다. 또한 4개월에 걸쳐 실시된 정신감정에서도 책임능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들어 가나가와가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술 더 떠 가나가와 본인도 자신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라고 주장하며 하루 빨리 사형을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신 이상으로 사형만은 피하려는 변호인 측의 노력을 의뢰인 본인이 거부하는 셈이다.
변호인이 “만일 아무도 죽이지 않고도 사형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자 가나가와는 주저 없이 “그 제도를 이용하겠다. 자살하는 것보다 훨씬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한 사건 후 1년이 지나도록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재판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 몰랐다”는 말과 함께 “사형이 언도되지 않는다면 2~3명 더 죽일 것”이라고 말하며 빨리 사형을 집행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구류 중에도 살인 생각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가나가와는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는 ‘준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을 여러 차례 보이기도 했다.
감방에서 일시적으로 나올 때 몰래 볼펜을 갖고 나오는 바람에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볼펜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변호인의 지적에 대해 가나가와는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다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경고’였다고 밝혔다.
가나가와의 강력한 ‘사형 조기 집행’ 희망에도 불구하고 변호인 측은 새로운 정신과의사를 내세워 다시 정신감정을 받게 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황당한 범행 동기와 검찰의 주장에 동조하는 피고 등 여러 가지로 전례가 없는 전개를 보이는 이번 재판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