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철저한 초동수사와 현장검증을 실시한 수사팀에게는 진실을 밝혀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기도 했다. ‘불륜으로 인한 신변비관으로 인한 자살’ 혹은 ‘복잡한 사생활로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여 교수의 추락사’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큰 성과였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은 엄격한 물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설령 피의자의 자백이 있다 해도 물적 증거가 없을 경우 기소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물론 검찰도 적잖은 부담을 느껴야했다. 오랜만에 사건기록을 펼쳐든 김원배 수사연구관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이 사건은 심증은 확실했지만 살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애를 먹었던 사건이었죠. 경찰이 장고 끝에 최 씨에게 살인혐의를 추가한 것은 부검결과가 결정적이었어요. ‘사체는 말을 한다’는 말이 있죠. 부검결과는 최소한 이 교수가 자의적으로 투신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증명해줬습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