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터넷에서는 ‘누드글라스’가 화제로 떠올랐다. 중국에 본사를 둔 ‘아이글라시스 테크닉’이라는 업체가 한국어로 된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 ‘투시율 100%, 불만족시 즉시 환불!’이라는 문구와 함께 투시된 여성들의 알몸 사진들이 게재된 이 사이트에서는 선글라스형과 안경형, 뿔테형 등 세 가지 투시안경이 개당 18만~25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쇼핑몰은 14일까지 구매자는 1000여 명 넘었으며 게시판에는 제품 구매를 주문했거나 이미 입금을 완료했다는 글이 하루 20여 건 가까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누드글라스는 가시광선을 적외선으로 변환하는 특수 필터를 통해 옷에서 반사된 가시광선은 차단하고 피부에서 반사된 적외선을 인식하도록 하는 원리로 투시가 가능하다고 쇼핑몰은 주장하고 있었다.
제품 소개란에는 투시 안경으로 면제품은 투시되지 않지만 수영복 같은 나일론 재질은 75%까지 투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이트는 누드글라스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지 하루 만에 폐쇄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누드글라스는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사이트에는 “투시 100%. 투시 안경 매주 한정판 200개 판매. 내 맘대로 보고 싶은 상대의 속살 곳곳을 나체로 볼 수 있습니다. 길거리, 지하철, 해수욕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있었다. 가격은 55만 원으로 먼저 폐쇄됐던 사이트보다 비싸게 물건을 팔고 있다.
▲ 누드글라스 판매 사이트. 사진에 속아 호기심에 구매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 ||
기자는 실제로 돈을 입금하지는 않았지만 계좌이체 후 물건을 받지 못한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다. 회사원 A 씨(31)는 해당 사이트에 구매 신청을 한 뒤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계좌이체로 입금시켰다. 하지만 하루 만에 도착한다던 물건은 이틀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A 씨는 판매자의 휴대전화로 하루 20통이 넘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성만 계속 흘러나왔다고 한다. 결국 55만 원을 눈 뜬 채로 떼인 것이다.
누드글라스 구매에 성공해 물건을 받았지만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B 씨(43)는 “초기에 판매 사이트를 알아서 누드글라스를 구매해 일반 옷에 사용해 보았지만 작동이 안 돼 사기라고 느끼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수영장에 가서 한번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구매했을 뿐인데 누드글라스에 대해 경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중국에 직접 건너가 누드글라스와 관련된 취재를 했던 케이블방송의 제작진 역시 투시 안경은 사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제작진은 “중국에서도 현재 투시 안경을 오프라인으로는 살 수 없고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었다”며 “온라인으로 구매한 투시 안경은 시중에 파는 일반 선글라스와 비슷한 모양이었지만 작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누드글라스에 대해 대한안경사협회의 관계자는 “투시를 하려면 적외선을 인식하고 이를 가시광선화시켜주는 장치가 렌즈에 필요한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투시 안경 렌즈를 보면 한 장으로 돼 있고 매우 얇다”며 “이런 렌즈에 투시 장치가 있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투시 안경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고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돈을 벌어보려는 인터넷 사기의 한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최근까지 확인된 투시 안경 판매 사이트가 총 15곳으로, 이와 관련 접수된 민원은 총 35건이라고 밝혔다. 그중 5건이 돈을 부치고 물건을 받지 못한 실제 피해사례이고 나머지 30건은 관련 사이트를 발견했으니 삭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 본사를 둔 업체라 즉각적인 조치가 힘든 만큼 고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