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007카지노로얄> | ||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일 마카오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무허가 도박장을 운영하며 1900억 원 규모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관광진흥법 위반 등)로 카지노업체 C 사 대표 김 아무개 씨(40)를 구속하고 직원 15명과 도박장 사업자금을 댄 코스닥 상장사 대표 유 아무개 씨(56) 등 투자자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 도박장에서 최대 5000만 원씩 판돈을 걸고 바카라 등을 한 혐의로 사업가 손 아무개 씨(56)와 개그맨 K 씨(34) 등 카지노 고객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국내에서 카지노 업체를 운영하던 김 씨는 2008년 1월 마카오 현지에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그해 7월경 마카오 정부로부터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는 ‘정켓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사업증을 획득한 김 씨는 8월 4일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스위트룸 3000개, 1일 평균 2만 5000명 이용)인 베네시안 카지노에 45억 원을 예치한 후 도박 알선이 가능한 ‘롤링 정켓’ 계약을 체결해 VIP룸을 빌린 후 ‘서울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김 씨가 빌린 VIP룸은 132㎡ 규모에 바카라 테이블 6개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롤링 정켓’ 계약은 도박자의 롤링금액 중 1.25%를 커미션으로 지급받는 것. ‘롤링’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하면서 이겼을 시 받는 칩(캐쉬칩)을 도박용 칩(배팅칩)으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마카오에 도박장을 차린 김 씨는 본격적으로 해외원정 도박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강원랜드 및 제주지역 카지노 출신 베테랑 에이전트 M 씨와 H 씨, G 씨 및 일본 고객 담당 P 씨 등 15명을 영입해 한국과 일본 VIP 고객들을 유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들 에이전트들이 평소 관리하던 VIP 고객들을 마카오에 데리고 오면 C 사에서는 항공권과 호텔 예약 및 경비 일체를 지급했다. 출국 일정에 맞춰 의전 차량인 BMW, 폭스바겐 등 고급 승용차를 준비해 고객들을 공항으로 데려가 함께 출국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마카오 현지에 도착하면 현지 대기 중인 직원이 호텔에서 제공한 고급 승용차로 고객들을 마중 나와 호텔 카지노로 데려가고 고객들이 도박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식사·사우나 등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했다. 이러한 원스톱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와 마카오 현지에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할 수 있게 아파트를 각각 빌려두기까지 했다. VIP 도박서비스에 취한 고객들은 통상 주말을 끼고 2박 3일 일정으로 마카오를 오가며 수천만∼수십억 원을 탕진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일당은 이러한 수법으로 2008년 8월부터 2009년 6월경까지 약 11개월 동안 판돈 1900억 원, 롤링 금액 9500억 원 상당의 도박을 하도록 알선해 104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는가 하면 환치기 때 4~6% 정도의 수수료를 별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자금은 일반적으로 출국 전 고객들로부터 현금과 소액권 수표를 직접 받거나 불가피한 경우 고객이 차명계좌 등을 통해 입금한 것을 확인한 후 마카오 현지에서 예치한 금액만큼의 ‘칩’을 제공해 귀국 뒤 정산을 하게 했다. 현지의 불법 환전상을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자금을 마카오와 국내로 송금하고 있었던 것이다. VIP 손님의 경우 신용으로 도박이 가능했고 현지에서 도박자금을 정산 받는 경우도 있었다. VIP룸 베팅액은 최소 50만 원에서 최고 5000만 원까지였지만 카지노 측과 협의를 할 경우에는 프리베팅도 가능했다고 한다.
C 사 대표 김 씨는 수익 구조 확대를 위해 ‘롤링 정켓’에서 ‘쉐어 정켓’으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쉐어 정켓’은 중국인에게만 허락돼 실패했다고 한다. ‘쉐어 정켓’은 도박자들이 ‘승’을 하든 ‘패’를 하든 사전에 약정한 비율대로 도박금액을 나누어 가지거나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도박자가 이겼을 경우에만 커미션을 떼는 ‘롤링 정켓’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계약인 것이다.
한편 C 사는 여권을 제시해야 발급되는 카지노 카드(이용권)를 법인 명의로 대신 받아줘 손 씨와 K 씨 등 고객들의 신원을 숨겨줬으며, 도박자금을 원화로 걷고 마카오에서 불법 환전상을 통해 해당 액수의 외화를 내주는 ‘환치기’ 수법으로 손쉽게 거액을 반출하도록 도와준 것으로 조사됐다.
개그맨 K 씨는 이곳에 한 번 들렀다가 바카라 도박판에 9000만 원을 걸었고, 사업가 손 씨는 4번의 도박 여행에 19억 원어치의 노름판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이 도박장에 드나든 고객 중에는 회사 돈 890억 원을 빼돌리고 잠적한 동아건설 박 아무개 전 자금담당 부장(48)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박 전 부장은 이곳에서 두 차례에 걸쳐 70억 원대의 바카라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일부 대기업 임원과 의사,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 사회 부유층들이 C사가 운영하는 카지노 사업에 투자했다가 처벌받게 됐다. 이들은 고액의 이자를 배당받기 위해 투자를 했으며 일부는 마카오 현지 카지노를 직접 방문해 운영 현황을 확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카지노 호텔의 도박장 운영권을 얻어 직접 영업하면서 조직적으로 원정 도박을 알선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향후 김 씨 등이 이용한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