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지난해 4월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서초구 서초동 B 빌라에서 거주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이 경북 구미에서 당선된 후 국회 의정활동을 위해 서울에 거주지가 필요해 이 집을 전세로 얻어 그간 생활해 왔다”고 밝혔다.
올해 7월 28일 공개된 김 의원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김 의원은 B 빌라를 전세 4억 원에 얻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부동산에 확인해본 결과 이 집은 180㎡(54평형)에 매매가 10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빌라로 현재 거래되는 전세가는 4억 5000만 원 안팎이었다.
고급빌라들이 밀집한 지역이라 이곳은 경비가 삼엄한 편이었다. 현장취재 결과 B 빌라 정문 쪽에 CCTV 카메라가 2대, 측면에 1대가 설치돼 있었다. 지하 주차장은 항시 열려 있었지만 집으로 통하는 문은 지문인식이 없이는 열리지 않게 장치가 돼 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B 빌라의 CCTV가 없는 쪽 담장을 넘어가 김 의원의 집 창문을 뜯어낸 후 침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확인 결과 용의자가 넘은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B 빌라와 또 다른 빌라 사이에 있는 길 옆의 B 빌라 뒷담이었다. 담 높이는 1m 정도밖에 되지 않아 건장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넘을 수 있어 보였다.
김 의원의 집은 담 바로 앞에 있었다. B 빌라는 한 층에 두 가구가 있다. 때문에 범인이 처음부터 김 의원의 집을 노렸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초경찰서는 사건 발생 4일이 지난 현재까지 전혀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의 집 창문 아래에서 농구화 자국만 발견했을 뿐 집안 어디에서도 지문 등의 단서는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은 CCTV가 없는 쪽 담을 넘어 침입한 것으로 보아 범인이 사전에 수차례에 걸쳐 인근 지역을 탐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김 의원의 집 주변 CCTV를 입수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가지 의아한 대목은 김 의원이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현금이든 수표든 5000만 원이란 큰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자신의 집 가방에 통째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돈의 출처 및 용도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김 의원이 지난번 공개한 재산내역에도 석연찮은 점이 눈에 띈다. 김 의원은 당시 자신과 부인 명의로 은행과 증권사 등에 5억 원을 예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 외에 순수 현금으로 총 1500만 원(부인 1000만 원, 본인 500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의원이 신고한 현금보다 훨씬 많은 5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절도 사건이 또다른 의혹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10월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절도 금액은 현금과 귀금속 등을 포함해 1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경찰 측이 발표한 액수(5000만 원)는 와전된 것 같다”고 말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