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약을 입에 달고 살던 어머니는 이번 일로 아예 몸져누웠다. 한참의 설득 끝에 김 씨는 30년 키운 정을 배반해버린 아들에 대한 원망과 실망감을 쏟아냈다.
― 사건이 알려진 후 어떻게 지냈나.
▲ 보다시피 형사들이 집에 아예 상주해있다. 전화도 다 감청되고…. 이게 사는 건가 싶다.
― 김길태는 어떤 아들이었나.
▲ 평소 말이 없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무뚝뚝했지만 우리한테 잘했다. 종종 사고를 치긴 했지만 이번에 (안양교도소에서) 나와서는 집에 머무르면서 자기 엄마한테도 살갑게 굴었다.
― 평소 술을 즐겼나.
▲ 아니다. 술 마시고 사고를 치지도 않았고 얌전했다.
― 성범죄 전과가 있는데 평소 여자문제가 있었나.
▲ 그렇지 않다. 대부분 안(감옥)에서 지낸 탓에 여자친구도 없었다. 오죽하면 내가 ‘좋은 아가씨랑 자리 잡아서 손주도 안겨주면 좋지 않겠나’라는 말까지 했겠나.
―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 김 씨의 탈선에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 아들 욕심에 데려다 키웠지만 노동해서 정직하게 번 돈으로 극진한 애정을 쏟았다. 단 한 번도 친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웃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본인이 친자가 아니라는 것은 마지막에 출소해 소소한 폭력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 아들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라는 것을 알고 어땠나.
▲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안에서 개과천선을 다짐하는 편지도 보낸 녀석이었는데 충격이 크다. 하지만 심약한 심성이라 절대 사람을 죽일 아이는 절대 아닌데…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 현재 심정은.
▲ 내 아들로 인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살아 있지만 살아있는 게 아니다. 길태와의 인연은 끝이라 생각한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다시는 그 아이를 볼 자신도 없고 안 보려 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