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벌써 유력한 대권주자인 정동영(왼쪽) 김근태, 두 장관의 손익계산으로 분주하다. | ||
이제 정가의 관심은 ‘두 당이 함께 할 것인가’를 넘어서 ‘두 당의 재결합이 어떤 이해득실을 낳을 것인가’에 미치고 있다. 이는 여권의 대표적 대권주자인 정동영 장관측과 김근태 장관측을 겨냥해 나오는 분석이다. 즉, 열린우리당-민주당 재결합이 성사됐을 경우 ‘두 잠룡의 대권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새로운 명제를 향해 정가의 호사가들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장관은 ‘천·신·정’(천정배 원내대표, 신기남 전 당의장, 정동영 장관)으로 거론되는 당권파의 핵심으로 지난해 신당 창당 세력의 주역이었다. 민주당이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 단초를 제공한 중심 인물인 셈이다.
그러나 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결합 이후 원내에서 정 장관의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화갑 대표를 비롯해 중 지난 16대 국회 당시 원내에 있었던 인사는 김홍일 이낙연 김효석 이정일 의원 등 5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장관 세력이 주도한 민주당 분당사태를 경험했으며 올 초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한나라당과 함께 탄핵 찬성 전선에 서있던 인사들이다.
그러나 김홍일 의원은 건강상 이유로 많은 활동을 못했고 이낙연 김효석 의원은 17대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행이 점쳐졌을 정도로 현 여권에 친화적 성향으로 분류돼 왔으며 이정일 의원도 열린우리당 세력과 무난한 관계로 평가받고 있다. 즉, 한 대표를 제외하면 지난 16대부터 원내를 지켜온 이들 4인방은 정 장관 중심의 여권 당권파와 큰 악연이 없는 인물들이다. 현재 여권 당권파 세력의 주도하에 추진되는 민주당과의 재결합 움직임이 성사될 경우 이들은 당내 최대 파벌인 정 장관측과 비교적 호의적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이다. 특히 이들 4명과 깊은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정대철 전 의원의 조기석방 논의가 여권 당권파 내부에서 논의돼 온 것으로 알려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정 전 의원은 이들 4명이 면회올 때마다 열린우리당과의 재결합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들 4명 의원과 정 장관측은 양당 재결합 성사와 정 전 의원 사면이 맞물릴 경우 손을 맞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16대부터 원내를 지켜온 4명 의원과 큰 이해관계가 없는 손봉숙 이승희 김종인 이상열 의원 등 나머지 4명의 의원들은 한 대표의 움직임에 따라 그 노선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김경재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에 대해 한화갑 대표는 김 전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의 이전 지도부를 향해 “민주당에 패배를 안겨준 분들은 자숙하기 바랍니다”라는 의견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추미애 김경재 전 의원 등 지난 총선 당시 당을 이끌었던 인사들과 각을 세운 것이다. 추 전 의원이나 김 전 의원은 분당 사태 당시 정 장관 세력이 이끌던 신당 추진 세력과 각을 세웠던 바 있다.
▲ ‘합당 할까 말까.’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회의중 상념에 빠져 있다. | ||
반면 전격 재결합이 이뤄질 경우 추미애 김경재 전 의원 세력은 당내 입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 정 장관측과 한 대표의 연합을 가정하면 추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은 호남지역에서도 쉽게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김근태 장관측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재야파의 중심인 김 장관과 정치적 성향에서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차후 격렬하게 전개될 대권 레이스에서 당내 입지를 넓혀가는 당권파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으로 ‘연합 전선’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양당 당원들의 정서도 김 장관측과 민주당 원외세력의 연합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다. 현재 양당의 당원들 사이에선 재결합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격 재결합이 이뤄질 경우 내년 4월 재보선이나 2006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구 민주당 간판급 인사들에 대한 전략적 배려가 이뤄질 것이며 이는 열린우리당 내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원외세력의 입지를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소속 인사들도 열린우리당에 흡수될 경우 출마 기회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호남을 주요 기반으로 한 당원들에게 재결합 주도세력인 여권 당권파의 행보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이렇게 되면 현 여권 당권파와 각을 이루는 김 장관 세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양당 재결합이 성사된다면 민주당의 현직 의원들은 정 장관 중심의 당권파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지만 원외 인사들과 일반 당원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김 장관측에 합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다. 정 장관이 여권 내에서 ‘친노무현’ 전선으로 입지를 넓혀온 반면 추미애 김경재 전 의원은 ‘반노무현’ 전선을 형성하다 결국 낙선에까지 이른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근 김근태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할 소리 다 하는’ 이미지를 쌓아온 점 역시 추미애 김경재 등 원외인사들과 민주당의 호남 기반 당원들이 정 장관 중심 당권파에 각을 세우는 김 장관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