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놀라운 것은 1등 당첨번호 6개를 모두 맞춘 당첨자가 9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로또 640회 1등 당첨자는 각각 17억 2876만 원을 받게 된다. 로또 640회 1등이 당첨된 ‘명당’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도가 2곳이며 인천, 경북, 전남, 충북 각 1곳으로 집계됐다. 이번 640회 추첨에서 1등 당첨자 9명 중 8명은 자동번호를 선택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당첨자가 적지 않은 데다 11년 전 당첨번호와 640회-64회라는 회차까지 비슷하자 ‘평행이론설’과 ‘로또 조작설’이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복권통합수탁사업자 (주)나눔로또 측은 이는 확률적으로도 가능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눔로또 관계자는 “640회의 경우 1등 당첨자 9명 중 8명이 자동선택이고 1명이 수동선택이다. 당첨자가 임의로 특정 숫자를 선택해 당첨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통계학적으로 640회 당첨번호가 그 이전 회차에서 나온 당첨번호 5개와 동일할 확률은 1.84%로 확률적으로도 가능하다. 게다가 로또 1등 당첨번호 5개가 일치하는 경우는 64회-640회 외에도 이미 2번(4회-258회, 117회-440회)이 더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또 당첨과 관련한 ‘음모론’이나 ‘조작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3년 5월 18일 발표된 546회는 1등 당첨자가 무려 30명이나 쏟아지면서 특정 로또 번호 제공업체나 판매점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게다가 30명 중 27명이 모두 수동으로 번호를 받았고, 부산의 한 판매점에서 1등 당첨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로또 조작’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이는 동일인이 같은 번호로 10장의 로또를 구매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일단락됐다. 2009년 경남 양산에서 같은 번호를 5장을 산 사람이 1등에 당첨된 이후로 하나의 번호로 여러 개를 사가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이유였다. 당시 기획재정부 복권관리과는 “2005년 일본에서는 167명, 1997년 독일에서는 134명이 동시에 당첨된 적이 있다. 30명 당첨이 굉장히 이례적이지는 않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로또 명당’으로 통하는 한 매장에서 손님들이 로또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2004년 8월 게임금액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된 이후에도 ‘6개의 번호’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늘어났다. 2006년 9월 2일 발표한 196회 1등 당첨번호는 35·36·37·41·44·45번으로 뒤쪽번호에 몰린데다 당첨자가 15명이나 등장해 로또 음모론 논쟁이 한동안 지속됐다. 45개의 숫자 중 어느 숫자가 나오든 확률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당첨자 수가 15명이나 나오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반복되자 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나눔로또 측은 “외국과 달리 국내 구매자들의 경우 직접 선정한 번호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적으로 선호하는 번호를 고르는 사람도 많다. 확률상으로는 어느 번호가 뽑히든 달라지지 않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번호를 선호하는지는 분석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2009년에는 로또 당첨 조작 의혹이 거세지면서 급기야 ‘로또 조작’ 문제가 국정감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진수희 의원은 “일부 회차의 로또 총 판매금액과 정산금액이 일치하지 않는다. 정산 시각과 추첨 방송시각에 차이가 있어 1등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감사원은 나눔로또가 제출을 거부했던 시스템 정보와 관련한 비밀을 유지해 주겠다는 각서를 써주며 2개월간 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정산 시각과 추첨 방송 시각에 차이가 있어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일부 회차의 로또 판매대금과 정산 금액이 불일치한 사례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로또 복권의 메인 시스템과 검증 시스템의 제조업체가 달라 생긴 데이터 처리 방식 문제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간헐적으로 데이터 불일치가 발생하더라도 복권 1등을 조작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복권 시스템을 검증했는데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매기로 위조 로또를 찍어내더라도 전산까지 조작하려면 메인 시스템, 백업 시스템 등 모두 4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해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안 된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였다.
나눔로또 관계자는 “확률을 가지고 조작설을 제기한다면 그 확률을 가지고 조작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 경우(640회)는 단순 우연의 일치가 낳은 해프닝으로 보인다”라며 “조작을 의심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조금이라도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복권사업팀에 전화하면 추첨현장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