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자기야>에 출연했던 프로농구 선수 출신인 우지원이 아내 이교영과 말싸움을 벌이다가 선풍기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보도되며 구설에 올랐다. 여기에 김동성의 이혼 소송 소식까지 더해지니 대중이 <자기야>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과연 ‘자기야의 저주’는 실체가 있는 것일까. 프로그램을 문제 삼기 전 먼저 짚어야 할 키워드는 ‘쇼윈도 부부’다. 잉꼬 커플로 소문났었지만 이혼 및 간통 소송으로 얼룩졌던 배우 박철-옥소리의 다툼 이후 ‘쇼윈도 부부’는 연예인 부부를 가리키는 대명사의 하나가 됐다.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상은 관계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부부를 의미한다.
세상 모든 부부는 싸움을 한다. 전혀 다른 환경에 살던 두 사람이 한 집 아래 살다보니 부딪히는 것은 당연하다. 각자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갈라진 틈이 메워지고 화해하며 결국 부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들은 항상 솔직할 순 없다. 방송에 출연했을 때 부부 관계를 묻는 MC에게 “우리 사이 나빠요”라고 말할 강심장이 과연 있을까?
김동성(오른쪽)과 이혼소송 중인 오 아무개 씨의 <자기야> 방송 출연 당시 모습. 이 방송에 출연한 부부들 중 8번째로 파경 위기에 놓였다.
그렇다면 <자기야>는 아무 잘못이 없을까? 이에 대해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미필적 고의”라고 입을 모은다. <자기야>가 부부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며 ‘왜 연예인들에게만 저런 일이 생길까?’라는 생각을 해 본 시청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방송의 재미’를 위해 다소 부풀리거나 비트는 등 ‘MSG’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는 줄 수 있지만 함께 패널로 출연해 앉아 있는 부부간에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내밀한 부부 만의 이야기를 만천하에 떠드는 이를 곱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자기야>에 출연했던 한 연예인은 “녹화 전 작가와 인터뷰를 갖고 주제에 맞는 에피소드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극적 재미를 주기 위해 아무래도 다소 사건을 부풀려 말할 때가 있다”며 “녹화 때는 주위의 시선과 카메라 때문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녹화가 끝난 후 ‘아까 왜 그렇게 이야기했냐’고 따지는 부부를 본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자기야>의 기획 의도는 부부 간 문제를 함께 듣고, 조언하고,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러 부부들이 각자의 주장을 앞세우다가 다수의 의견을 수긍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분명 부부 간 문제를 진단하고 관계 개선을 돕는다는 취지에 부합한다.
폭행 구설수에 오른 우지원과 아내 이교영.
이 연예인은 “곁에서 조언은 할 수 있지만 부부 문제는 두 사람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놔둬야 하는데 방송이 나간 후에도 간섭하는 이들이 많다”며 “또한 기사 댓글을 보며 상처를 입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부부 관계에 금이 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자기야>에 출연 후 파경을 맞은 부부는 빙산의 일각일 뿐, 그들이 겪는 고통은 모든 연예인 부부가 가진 잠재적 문제라는 것이다. 연예인 부부는 반드시 연예인과 연예인의 만남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일반인 남성이나 여성이 연예인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연예인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그들 역시 의도치 않은 유명세를 치르곤 한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의 삶이 탄탄대로는 아니듯, 그들 부부의 삶은 일반인 부부가 겪지 않아도 되는 대중의 관심과 시선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일반인 부부는 알 수 없는 고통이 그들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PD는 “연예인 부부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파경 소식 역시 대중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야>에 출연한 후 불화를 겪고 있다는 부부의 내밀한 이야기가 대중에 공개돼 고통을 겪던 이들이, 이제는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 때문에 또 다시 대중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기야>에 출연한 부부들의 잇단 불화는 모든 연예인 부부들이 가진 잠재적 문제이고, <자기야>는 그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