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17일 옛부터 제주도에서 사육해 온 ‘제주흑돼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제주자치도 축산진흥원 내 사육중인 260여 마리가 대상이다.
한반도에 돼지가 처음 들어온 것은 만주지역에 서식하던 돼지가 한민족과 함께 유입되면서부터로 추정되며 제주 지역에서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三國志 魏志 東夷傳, 3세기), 성호사설(星湖僿說, 18세기) 등 고문헌을 통해 흑돼지를 길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어 제주흑돼지가 유서 깊은 제주 전통 종임을 알 수 있다.
육지와 격리된 제주도 지역적 여건상, 제주흑돼지는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제주 지역의 생활, 민속, 의식주, 신앙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돌담을 둘러 터를 잡고 변소에 돼지를 함께 두어 길렀는데 이를 ‘돗통’이라고 부른다. 돗통은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퇴비 생산이라는 생태순환적 원리가 반영된 제주 특유의 시설이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가 혼례, 상례 등에 항상 올려지며 ‘돗수애’(돼지순대), ‘돔베고기’(돼지수육), ’돗새끼회’(암퇘지 자궁 속의 새끼돼지로 만든 회) 등 제주 향토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제주흑돼지는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交雜, 유전적 조성이 다른 두 개체 사이의 교배)으로 순수 재래돼지의 개체 수가 급감, 절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제주자치도 축산진흥원은 지난 1986년 우도 등 도서벽지에서 재래종 돼지 5마리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의 제주흑돼지를 사육․관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제주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 내 사육 중인 제주흑돼지로서 천연기념물 표준품종으로 등록된 개체(260여 마리 사육 중)에 한정된다.
이들 흑돼지는 유전자특성 분석 결과 육지 재래돼지와는 차별된 혈통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형상으로도 육지 흑돼지는 귀가 크고 앞으로 뻗은 데 반해 제주흑돼지는 귀가 작고 위로 뻗어 있다.
이와 함께 제주도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 체질이 튼튼하고 질병에도 강해 우리나라 토종 가축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 체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앞으로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의 엄격한 사양(飼養)관리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제정, 더욱 안정적으로 혈통을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