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의 피습사건 관련 수사 브리핑에서 공개된 김기종씨의 압수품 중 일부. 맨 오른쪽이 <영화예술론>. 연합뉴스
<영화예술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시절이었던 1973년 직접 집필한 영화이론서다. 연출, 연기, 창작지도 등 영화 전반에 걸쳐 8장으로 구성됐으며 북한에선 현재까지도 영화예술 분야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자랑한다. 특히 김정일은 해당 도서를 통해 영화 제작에 있어서 북한 특유의 주체성과 김일성 주석의 유일사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후 실제 북한 영화계에선 김일성의 항일무장을 다룬 영화를 많이 제작하게 된다.
김정일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은 자신의 후계구도와 연관이 깊다. 김정일이 과거부터 영화와 공연 등 예술분야에 깊은 조예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은 1969년 당 조직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무엇보다 자신 있는 문화예술분야를 이용한 선전선동 작업에 두각을 나타냈다. 아직 불안했던 자신의 후계구도를 공고화하기 위해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아버지의 우상화 작업을 꾀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 탓에 한국의 북한학계에서 <영화예술론>은 북한 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물론 책이 담고 있는 사상과 집필 배경 때문에 이적표현물로 규정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