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의 탈세 혐의가 신고돼 국세청이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제너시스BBQ 빌딩.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2011년 농업법인인 ㄱ사와 ㄴ사 대표이사인 K 씨에게 BBQ의 자회사 G 사의 임직원이 찾아왔다. ㄱ사는 일전에 BBQ와 거래를 했지만 당시는 중단된 상태였다. G 사는 식품 생산과 식자재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BBQ의 계열사다. 이들은 K 씨에게 BBQ, G 사, ㄱ사, ㄴ사를 이용해 4개 회사가 상호 가공매입·매출(실제 현물은 오가지 않으면서 매출 기록만 만드는 방식으로 매출이나 수입 지출을 허위로 부풀리는 수법)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BBQ는 G 사를 돈을 모으는 일종의 ‘저수지’로 삼았다. 당연히 BBQ에서 저수지를 향해 곧 바로 돈을 흘려보내면 문제가 생기니 ㄱ사와 ㄴ사를 거쳐 보내게 된 것이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최초 BBQ가 ㄱ사에 계란 구입 등을 명목으로 100만 원의 매출 올려준다. ㄱ사는 ㄴ사와 대표가 같아 곧바로 ㄴ사로 돈이 넘어가면 역시 내부거래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K 씨는 기존 거래처였던 농장, 식자재 업체 등에서 가공거래를 발생시켜 ㄱ사에서 ㄴ사로 돈을 옮겼다. 이렇게 ㄱ사에서 ㄴ사로 옮겨진 돈으로 ㄴ사는 G 사의 물건을 110만 원에 구매하면서 최종적인 저수지 G 사에 돈이 모인다.
이 같은 거래가 성사될 때 BBQ는 ㄱ사와 ㄴ사를 거치면서 G 사에 만들어주는 차액 10원에 대해서는 ‘장려금’이란 명목으로 보상하기로 했고 ㄱ사와 ㄴ사에서 가공거래로 인해 발생한 소득세 등도 대신 내주기로 했다. 이런 불법거래를 K 씨가 받아들인 이유는 BBQ가 내세운 조건 때문이었다. 당시 찾아온 임직원이 ‘전국에 2500개 BBQ 매장에서 하루에 계란 1개만 팔아도 2500개’라며 ‘가공매출에 협조하면 나중에 거래처로 삼겠다’고 제안했다.
G 사의 가공매입·매출이 처음은 아니었다. BBQ는 이전부터 가공거래를 해왔던 ㄷ사와 거래가 종료돼 ㄱ사, ㄴ사를 새로운 가공거래처로 만든 것이다. G 사의 임직원은 ㄷ사와 BBQ의 거래가 종결된 이유로 가공거래를 하면서 담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BBQ 입장에서는 BBQ가 저수지로 가기 위해 ㄱ사에 최초 발생시킨 가공매출을 K 씨가 떼먹을 수 있고, 이 거래를 발설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담보물을 원했다. K 씨는 하남에 있는 ㄴ사 소유의 땅을 근저당 설정해줬다. 이때 찾아온 임원은 K 씨에게 이 같은 거래를 만들어준 대가로 3000만 원을 차용해달라고 요구했다. K 씨는 임원을 대표로 착각하고 앞으로 발생할 BBQ와의 진짜 거래를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에 돈까지 빌려줬다.
지난 2011년 10월 1일부터 2012년 6월 30일까지 10개월간 4개사의 상호 가공 거래는 꾸준히 이어졌다. BBQ가 ㄱ사에 제공했다는 ‘ㄱ, ㄴ사 미수채권현황’을 보면 이 기간 발생한 가공 매입과 매출은 BBQ 매입액 약 37억 원, ㄱ사 매출액 37억 원, G 사 매출액 39억 원, ㄴ사 매입액 39억 원이었다.
특히 이 자료에는 ㄱ사 거래 내역의 차액 부분에는 ‘가공매입’이라고 표시했고, ㄴ사의 차액 부분에는 ‘가공매출’이라고 표시해두기도 했다. 2012년 6월 G 사가 BBQ와 합병하기 전 마지막 계산서에도 날짜란에 ‘6월 30일’, 품목란에 ‘계란(15구) 외’, 공급가액 란에는 ‘약 4억 6000만 원’이라고 적었지만 수량과 단가란은 빈 채로 놔두고 있어 ‘가공’을 의심케 한다.
잘 돌아가던 4개사의 협력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4월 2일 G 사가 BBQ와 합병되면서다. 처음에 약속한 장려금 약 2억 원과 남겨진 소득세 약 1억 원을 처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의 약속과 달리 BBQ와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BBQ 측에서는 K 씨 측에 오히려 아직 미지급한 돈을 내놓으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서로의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자 BBQ는 담보로 삼았던 ㄴ사의 땅을 경매에 부쳤다.
지난해 10월 6일 K 씨가 BBQ에 보낸 내용증명을 보면 양측의 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보였다. 이 내용증명에서 K 씨는 “ㄱ사와 ㄴ사의 가공거래에 대한 법인세를 비롯한 그로 인한 각종 세금을 나머지 금액으로 정리를 하는 조건으로 가공거래가 발행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2014년 10월 11일까지 차액을 속히 입금하고 즉시 경매 취하와 하남시의 땅에 대한 근저당 설정도 해지해달라”고 요구했다.
K 씨는 “상기의 가공매입 가공매출은 귀사의 당시 임직원이 당사에 직접 부탁하여 이뤄졌다. 귀사의 본사인 BBQ의 전 매장에서 당사의 제품인 계란을 판매해준다고 하여 힘없는 협력업체로서 부당한 줄 알면서도 현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만일 상기 일정까지 정리가 안 될 시에는 BBQ와 G 사의 부탁으로 발행된 모든 가공매입, 가공매출을 노출시켜 신고하고 당사의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며 이에 따른 당사의 피해 손실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은 귀사에 있음을 통보합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법정다툼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ㄱ·ㄴ사와 BBQ의 소송은 1심에서 BBQ가 승소했다. 지난 2월 3일 만난 ㄴ사의 신임 대표 J 씨는 “1심은 BBQ가 이겼다. 곧 판결문이 나올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1심에서는 가공거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돈을 줘야하는지만을 다뤄 법원에서 잘못된 판단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 이틀 뒤부터 J 씨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K 씨도 마찬가지였다.
BBQ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나오고 K 씨는 합의이행각서까지 썼고 법원에서 명령한 금액에서 BBQ가 도의상 낮춰준 금액 중 많은 부분을 이미 입금한 상태”라며 “비자금이고 탈세고 뭐고 할 게 없다. BBQ는 2년마다 한 번씩 국세청에 엄격한 조사를 받는다”라고 탈세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A 씨는 “BBQ는 이와 유사한 거래를 하는 회사가 80여 곳 더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세청 조사 담당자에게 사건이 은폐될 수 있으니 사건을 빨리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세무업무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조사4국에 배당됐다는 건 사건이 그만큼 중하다는 의미”라면서도 “내사 단계이기에 혐의가 충분치 않다면 정식 조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