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24일 열린 이승환과 채림의 결혼식에는 톱스타답 게 많은 연예인 하객들이 참석했다. | ||
자칫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톱스타 커플의 결혼식을 깔끔하게 뒤에서 이끌어간 이들은 바로 전문 경호업체 직원들이었다. 현장에서 경호를 총지휘한 ‘팀원’의 채창근 부장은 “큰 행사여서 적잖은 신경을 썼는데 별 탈 없이 마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채 부장은 그동안 국내 연예인뿐 아니라 굵직굵직한 해외 스타들의 내한 때도 줄곧 경호를 맡아온 베테랑. 그가 밝힌 스타와 보디가드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신라호텔 영빈관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이승환과 채림의 결혼식에는 수천 명의 하객들이 참석해 발 디딜 틈 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동료 연예인들도 여러 명 참석해 기자들의 취재경쟁 역시 매우 뜨거웠다.
물론 팬들이 이들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애태우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와, 신동엽이다” “어머어머, 송혜교야”라는 탄성과 함께 스타들에게 시선이 쏠릴 때면, 그 곁에는 항상 검은 정장에 말끔하게 머리를 뒤로 넘긴 경호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경호원들은 모두 20여 명. 이 중 입구에 배치된 경호원들은 연예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밴이 진입할 때면 어김없이 긴장태세를 갖추었다.
식 예정시간인 오후 6시를 10여 분 남겨둔 무렵, 갑자기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진다. 입구에 서 있던 한 아저씨가 “여기 오늘 무슨 일 있느냐”며 궁금해하는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뛰다시피 식장으로 들어갔다. 다름 아닌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송혜교였다.
▲ 특히 송혜교처럼 한창 뜨는 스타가 참석할 경우 취재경쟁이 치열해 더 철저히 경호한다고 한다. | ||
이런 상황을 염려했던 걸까. 이승환과 채림은 자신들의 결혼을 축하하러 온 동료 연예인들이 맞게 될 만약의 사태를 막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기울였다고 한다. 사전에 하객 리스트를 경호업체에 전해 나름의 대비를 하도록 했던 것(미리 전해진 리스트에는 무려 3백 명 정도의 연예인과 매니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톱스타들의 결혼식에선 과도한 취재경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칫 잘못하면 화기애애한 결혼식장의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 채창근 부장은 “이승환씨 역시 동료연예인들에 대한 취재경쟁이 심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특히 신경 써 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에 따라 경호원들의 배치와 경호방법에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특히 야외일 경우 공식출입구 이외에 경호원들 사이에서 ‘개구멍’으로 불리는 ‘비공식’ 출입구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이런 곳을 통해 극성팬이나 파파라치가 드나들기 때문에 어느 현장에서나 이 ‘개구멍’을 미리 찾아내야 한다는 것. 이번 이승환과 채림의 결혼식장 역시 이승환이 서 있던 자리 근처에 있던 조그만 산책로에 경호원 두 명이 따로 배치됐었다.
‘팀원’은 이미 이승환과는 8년 가까이 인연을 맺고 있어 콘서트장에도 항상 가족처럼 동행한다. 몇 년 전 지방콘서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공연이 열렸던 한 나이트클럽을 ‘관리’하던 폭력배들과 진행상에 마찰이 빚어졌는데, 이들이 차를 몰고 서울로 돌아오는 이승환 일행을 뒤쫓아왔던 것.
채 부장은 “당시 무척이나 긴장된 상황이었는데 다행이 폭력이 오가지 않고 대화로 해결됐다”며 “그 일을 계기로 이승환씨와 더욱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경호에서 특히 어려운 것은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몸싸움이다. 경호원들이 가장 자주 당하는 부상은 차에 발이 깔리는 것이다. 팬들이 일방적으로 달려들어 이를 제지하다가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라고. 또 간혹 예기치 않은 사고가 터지기도 하는데 이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일부 불청객들의 난동도 보디가드들이 자주 겪는 불상사 중 하나다. 특히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와 개인적인 ‘애정관계’가 있거나 채권, 채무자들이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들은 갑자기 현장에 나타나 ‘변’을 뿌리기도 하고 때로는 ‘염산을 뿌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바로 냄새가 심한 젓갈류를 뿌리는 것이라고 한다. 채 부장은 “젓갈류는 냄새가 심할 뿐 아니라 옷을 아예 버리게 된다”며 “우리들끼리는 차라리 ‘변이 낫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스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경호원들. 이승환의 경우처럼 오랜 기간 함께 하면서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돈을 주고 산 고용인일 뿐이라는 식으로 막 대하는 스타들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통해야 몸도 움직이는 법. “서로간에 믿음이 있을 때에 더욱 성심을 다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채 부장은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