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1일 개봉을 앞둔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 포스터. | ||
개콘팀의 스크린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 하지만 남 감독은 ‘빨리 찍기’의 대명사답게 이번 영화를 찍는 데도 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 만큼 에피소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98년 <영구와 땡칠이>로 2백만 명에 가까운 경이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남 감독의 저력이 이번에도 발휘될까. 촬영 뒷이야기를 쫓아가 봤다.
개콘 개그맨들은 이번 영화촬영에 대해 한결같이 ‘설명이 불가능한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상식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속사포’인 남 감독은 한해 동안 무려 9편의 영화를 찍은 적도 있었고 단 며칠 만에 영화촬영을 끝낸 적도 있었다. <갈갈이…>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의 첫 장면. ‘갈갈이 삼형제’가 드라큐라가 출몰한다던 마을에 입성하는 신이었다. 그간 갈고 닦은 무예를 펼쳐보일 것을 다짐하며 심각한 얼굴로 걸어오는 세 사람. 잠시 후 남 감독은 갑자기 ‘색다른 주문’을 했다.
“아주 기쁨에 찬 표정으로 힘차게 뛰어올라봐!”
얼떨결에 감독의 주문대로 액션은 했지만 출연자들은 도대체 왜 이런 연기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야 드러났다. 바로 그 신이 영화의 엔딩 장면이었던 것.
이렇듯 영화의 첫 장면과 엔딩 장면을 동시에 찍는 감독은 남 감독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안 개콘팀원들은 남 감독의 ‘빨리 찍기’ 노하우에 혀를 내둘렀다.
한 가지 궁금증은 개그콘서트만으로도 바쁜 개그맨 12명의 스케줄을 어떻게 맞춰서 단 한 달 만에 촬영을 끝낼 수 있었을까하는 점. 개콘팀은 평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밤 모여 연습을 할 뿐 아니라 각자의 스케줄도 꽉 차 있는 게 보통.
▲ 갈갈이 삼형제 | ||
영화상에는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지만 사실 둘의 대화 장면은 수일간의 격차를 두고 찍어 편집과정에서 합쳐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스케줄 조정이 한결 쉬워진다.
또한 NG가 극히 적었다는 것도 <갈갈이…>의 특징 중 하나다. 필름을 남달리 ‘아끼는’ 남 감독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OK’ 사인을 내렸다는 것. 실제로 평소 남 감독은 “NG를 많이 내는 건 나의 수치”라고 말한다.
보통 일반 영화에서 사용되는 영화필름이 20만 자에서 30만 자라면 남 감독이 이번 촬영에 사용한 필름은 단 5만 자. 출연자들은 자신들이 한 연기가 NG인지, OK인지 알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다음 촬영장소로 이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남 감독의 이런 ‘속도전’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84년 개봉된 영화 <철부지>는 단 5일 만에 촬영을 끝내면서 한국 영화사상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당시 촬영 6일째 되는 날 점심시간.
스태프들이 ‘이제 밥 좀 먹고 찍으시죠’라고 하자 남 감독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었다. “찍긴 뭘 찍어, 다 찍었어. 기계 치워.” 스태프 중 어느 누구도 그날이 촬영 마지막날이란 걸 알지 못했다.
남 감독은 기억력이 ‘엄청나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콘티 전체를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으면 여러 장면을 동시에 찍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갈갈이…> 촬영장에서도 배우들이 대사를 까먹게 되면 남 감독은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즉석에서 대사를 말해준다고 한다.
남 감독은 “최고의 개그맨들과 찍었으니 <영구와 땡칠이> 정도의 흥행기록을 기대해본다”며 “그 친구들(출연자)의 애드리브가 워낙 강해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있는 요즘 아이들이 남기남 감독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할지는 미지수. 과연 개콘팀의 스크린 상륙작전은 성공할까.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