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임(왼쪽)과 예원의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동영상 유출 관련 MBC 측이 뒤늦게 사과했다. 왼쪽부터 영화 <황제를 위하여> 속 이태임의 모습과 예원의 YES 속옷 화보.
이태임과 예원의 이른바 ‘욕설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든 건 3월 27일이다. 2월 말 둘이 참여했던 MBC 예능 프로그램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제주도 녹화를 담은 영상 1분24초 분량이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오른 뒤 SNS와 휴대전화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해당 영상의 내용은 당초 알려진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하지만 새로운 정황까지 드러났다. 처음 알려진 대로 이태임이 이유 없이 욕설을 하지 않았고, 예원이 어느 정도 빌미를 제공했다는 정황을 설명할 만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미편집본이다. 카메라는 예원을 비추고 있다. 그는 이태임이 바닷가에서 뭍으로 나오자, 마치 약을 올리듯 ‘안돼’ ‘아니’라는 등의 반말을 꺼낸다. 이를 듣고 화가 난 이태임은 곧바로 욕을 하고, 이에 놀란 예원 역시 분을 참지 못하고 욕을 한다.
촬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갈등으로 끝날 수도 있던 ‘욕설 논란’은 그 녹화에 참여했던 ‘누군가’의 입을 통해 거의 동시에 세상에 알려졌다. 이태임은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물론 출연하고 있던 SBS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에서도 하차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두 차례에 걸쳐 사과도 했다. 그는 먼저 “예원이 반말을 했고 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원은 “반말을 하지 않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고, 이태임을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자 이태임은 “예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태임은 ‘가해자’, 예원은 ‘피해자’가 됐다. 이태임은 출연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반면 예원은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게 되는 등 인기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동영상 유출로 인해 잠잠해질 것 같던 이번 논란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특히 예원이 어느 정도 ‘빌미’를 제공했고, 또 당초 설명과 달리 반말을 하는 장면이 증거로 등장하면서 가장 난처한 상황이 됐다. 여론의 뭇매도 맞고 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한 듯한 분위기 탓에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고 있다.
논란의 2라운드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문제의 동영상을 누가, 왜 유출했는지. 그리고 예원은 왜 거짓으로 해명을 했느냐다.
일단 거짓해명에 대해 예원은 자신의 대처가 ‘경솔했다’고 사과했다. 영상 유출 이후 비난 여론을 맞는 가운데서도 좀처럼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했던 예원은 누리꾼 사이에서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 하차 요구’ 움직임까지 일어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예원의 소속사 스타제국엔터테인먼트는 영상이 유출되고 5일 만인 3월 31일 “이번 사태는 예원 본인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해 듣지 못한 채 현장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정황에만 의존해 성급히 입장 표명을 한 스타제국의 책임이 크다”며 “경솔하게 대처하여 예원 본인은 물론, 이태임 씨 측에 큰 피해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는 민감한 사안에 더욱 더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속사의 사과는 더욱 화를 키우고 있다. 민감한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상황을 해명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동영상 문제를 다룬 JTBC <썰전> 방송 화면(왼쪽)과 예원의 <우결> 출연 모습.
그렇다면 문제의 동영상을 유출한 ‘배경’은 누구일까. 각종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영상 촬영과 제작을 책임지는 MBC 측은 지난 3일 뒤늦게 사과하며 논란이 잦아들기만 바라는 모양새를 보였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지난 2월말 제주 촬영 당시의 영상 일부가 지난 3월 27일 외부로 유출되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와 같은 영상 유출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재점검하고, 프로그램 제작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공식사과 했다.
문제는 유출 당일 “해당 영상의 저작권은 MBC에 있다”고 밝혔던 MBC가 뒤늦게 통상적인 사과만 했을 뿐 동영상 유포자를 잡아달라고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요청하지도, 그렇다고 유포자를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영상은 누가 봐도 이태임의 입장을 대변하는 분위기인 탓에 이미 ‘배후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다. 심지어 제작진 내부에서도 이태임과 예원의 편에 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의혹도 돌았다. 이와 관련,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제작에 참여한 한 작가가 자신의 SNS에 쓴 장문의 ‘하소연’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작가는 동영상 유포와 이를 문제 삼는 누리꾼을 향해 “무섭다”며 “멀쩡하고 착한 애(예원)가 지금 마녀로 몰려 화형되기 직전인데 왜 다들 깔깔거릴까. 그간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그 애가 하루 종일 얼마나 잘 참아냈고 얼마나 의젓하게 행동했고 얼마나 프로다웠는지, 왜 모든 스태프가 그 아이에게 기립박수 쳐줬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소설을 쓰고 있는 건지”라고 썼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영상 촬영 각도와 화질 등을 고려할 때 누군가의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한 직캠이 아니다. 예원을 전담했던 스태프가 촬영한 영상이 확실하다. 제작진에서 유출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영상을 누가 촬영했고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며 “예원이 사과를 했고 제작진도 사과를 했으니, 그걸로 이번 논란이 조용하게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일종의 갑의 횡포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논란이 전국민적인 이슈로 불거졌는데도 빠른 대응은커녕 침묵만 지키다가 뒤늦게 사과로 마무리한 MBC의 소극적인 태도에 우려를 꺼내는 목소리가 높다.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를 보호하고 저작권이 분명한 촬영 분량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허술한 그 과정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