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사진)청와대 신임 시민사회수석에 임명된 이강철씨는 일요회 회장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른쪽사진)최명헌 전 의원(오른쪽)이 회장인 일오회가 최근 한화갑 전 대표(왼쪽) 지지를 표명했다. | ||
양대 모임 중 우선 일요회는 모임 회장인 이강철 열린우리당 임시집행위원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 임명(1월24일)되면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미 상당수 멤버들이 주요 정부 산하단체 요직에 자리잡으면서 만만찮은 파워를 과시한 데 이어 ‘왕특보’란 닉네임을 가진 이 회장이 청와대에 화려하게 입성했기 때문이다.
일요회는 96년 15대 총선 직후 영남권 낙선자들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만들었던 모임. 회원 모두가 노 대통령과 ‘만만찮은’ 인연을 갖고 있다는 것이 특징. 모임이 만들어진 배경 자체가 총선 후 노 대통령이 “떨어졌다고 기 죽어 지내지 말고 우리끼리라도 가끔 만나 서로 힘을 주자”고 제안해서 이뤄졌다.
‘일요회’(日曜會)란 이름은 매월 한번 정례모임을 일요일에 갖기로 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한 회원은 ‘왜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나’는 물음에 “당시 선거에서 떨어져 안그래도 ‘영남 백수클럽’이니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터에 평일로 날을 잡으면 ‘백수들이라 평일-휴일 구분이 없는 거냐’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아 일요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가 백수 신세를 면한 최근 1~2년 전부터는 평일 모임이 많아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만들다시피 한 일요회에 상당한 애착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는 노 대통령이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 몸담고 있던 시기 일요회가 만들어진 점을 빗대 ‘일요회=영남 통추’로 인식할 정도였다. 노 대통령은 현재도 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다.
‘친노’와 ‘영남’ ‘낙선 경험’이란 기준을 갖춘 일요회 핵심들의 면면을 보면 회장인 이 수석 외에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김재규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상익 한국도로공사 감사-노재철 사학연금관리공단 감사-박기환 전 청와대 지방자치비서관(전 포항시장)-강기룡 한전 중부발전 감사 등이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두 번 이상 총선 ‘단골 낙선자’들로 고문인 노 대통령이 부산과 서울 종로에서 세 번을, 회장인 이 수석은 17대 총선까지 대구에서만 네 번을 떨어졌고, 총무를 맡고 있는 노 감사는 부산 동래에서 15대 총선 이후 세 번 연이어 낙선했다.
모임의 유일한 금배지인 조 의원도 15, 16대에 낙선한 후 17대에 당선된 케이스.
여권 내에선 현 정부 출범 후 일요회가 잘나가는 이유를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험로역정을 함께한 멤버들에 대한 각별한 신뢰에서 찾고 있다. 다른 낙선자들에 비해 일요회 멤버들이 비교적 빨리 역할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회원은 “남들은 낙선의 경험을 부끄럽게 여길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전장에서 얻은 ‘훈장’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원외가 주축인 것은 비슷하지만 ‘잘나가는’ 일요회에 비해 한때 여권 핵심부를 이뤘던 일오회는 요즘엔 모이면 ‘잘나갔던’ 과거를 회고하는 수준이다. 일오회의 주요 멤버들은 회장인 최명헌 전 의원을 비롯 정균환 박상천 유용태 장재식 김충조 전 의원 등 20여 명. 한결같이 대선 때 부터 2003년 9월 민주당 분당, 2004년 3·12 탄핵-4·15 총선 등의 정치일정에서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들이다.
‘일오회’(一五會)란 명칭은 매달 15일 모여서 식사를 함께한다는 모임 결성 목적에서 나왔다. 대부분 3선 이상에 연령대로는 60~70대가 주축이고, 민주당의 당세도 많이 쪼그라들어 ‘내일’을 기약하며 일을 도모하기는 어려운 만큼 친목이나 다지자는 취지에서 생긴 것이란 설명이다.
일오회는 그러나 2월2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설’이 논란이 되자 지난달 말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외적으로 공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한화갑 전 대표와 김상현 고문이 나선 당 대표 경선과 관련, 일오회가 1월28일 “민주당을 지키고 재건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렬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전격선언한 것.
일오회가 전혀 예상밖으로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노 대통령의 김효석 의원에 대한 교육부총리직 제의 등을 계기로 불거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논의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과 ‘악연’이 깊은 일오회로서는 혹 양당간 통합 기운이 무르익을 경우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 일오회는 아예 한 전 대표쪽에 지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당대회에서 합당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자”고까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DJ) 집권 시절인 2000년 4·13 총선(16대) 직후엔 지금 민주당의 일오회와 한글-한자 이름은 같지만 다른 성격과 구성을 갖는 일오회가 뉴스메이커가 됐던 적이 있다. ‘15대 국회의원들의 모임’이란 뜻으로 이름이 지어진 일오회는 16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20여 명이 주축을 이뤘다.
이들은 공천작업 당시 ‘실세 중의 실세’였던 권노갑 당 고문의 교통정리에 따라 낙천을 감내해야 했지만 그의 배려로 주요 공기업-산하단체장 등을 비롯한 요직을 꿰차 화제를 됐었다.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양성철 주미대사-채영석 고속철도공단 이사장-김명규 한국가스공사 사장-방용석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김충일 아리랑TV 사장-이길재 한국농수산방송 대표이사 회장-김성곤 청소년수련원장 등이 당시 면면들이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