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한류스타 원빈은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로, 배용준은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 이후로 이렇다 할 작품활동이 없다.
최근 원빈의 영화 복귀 여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5년에 이르는 공백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을, 대중은 물론 관련 업계 그리고 원빈 자신도 실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그가 출연을 제의받은 몇몇 영화의 제목이 공개되기도 했다.
연예계에서는 원빈의 장기 공백의 1차 원인으로 <아저씨>의 흥행 성공을 짚는다. 앞서 1000만 관객을 모은 <태극기 휘날리며>나 <마더> 등의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했지만 당시에는 함께 출연한 장동건, 김혜자 등과 맞춘 균형이 상당했다.
반면 이야기를 거의 혼자 이끈 <아저씨>의 흥행이 원빈에게 주는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한 사람이나 작품이 그 다음 작품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뜻의 ‘소포모어 징크스’가 강한 연예계에서 원빈으로서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다음 작품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공백이 더 길어지고 있는 데는 연기 활동에 임하는 원빈의 자세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빈은 드라마로 데뷔했지만 배우로 실력을 인정받은 무대는 영화다. 때문에 영화 선택만큼은 굉장히 신중하게 임했고, 그 만의 ‘방식’도 지켜가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마더>의 봉준호처럼 소위 ‘명감독’으로 불리는 연출자들을 주로 선호하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로 <아저씨>를 끝내고 가장 진지하게 출연을 고민했던 영화 역시 이창동 감독이 준비하던 작품이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여러 여건으로 제작이 지연되면서 원빈의 참여 역시 무산됐다.
선택의 고민이 깊어 보이는 원빈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여전히 그가 영화계가 원하는 ‘섭외 1순위 배우’라는 사실이다. 한 영화제작사의 대표는 “영화의 주요 고객인 20~30대 남녀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을 배우로 원빈만 한 카드는 없다”며 “액션은 물론이고 스릴러, 멜로, 사극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제작진이 첫 번째로 원빈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런 반응을 증명하듯 현재 원빈이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영화 역시 여러 편이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2부작 <신과 함께>를 비롯해 사극 <도깨비>의 주연으로도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그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원빈에게 출연을 제안하면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고 거의 모두 거절한다는 뜻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시나리오를 굉장히 빨리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적합한 시나리오를 찾으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원빈의 복귀 시동이 마흔을 바라보는 그의 나이와도 무관치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39세인 그는 더욱 무게감 있는 배우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위치를 ‘대체’할 김수현, 김우빈 등 차세대 스타들의 빠른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 배용준…이름 값 탓 출연작 선택에 부담
배용준의 상황은 좀 다르다. 이제는 배우보다 사업가 혹은 제작자로서 대중과 더 친숙한 그는 중국 진출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연기보다 사업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주연으로 참여한 마지막 작품이 8년 전 방송했던 <태왕사신기>였고, 영화 역시 10년 전인 2005년 개봉한 <외출>이었다는 점에서 대중조차 그의 연기 활동을 요원하게 바라보고 있을 정도다.
물론 배용준의 연기 복귀는 여전히 연예계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1년에 한두 번씩 그의 출연 가능성이 언급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않는 탓에 기대와 아쉬움마저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줄어들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 배용준을 찾는 제작진의 수도 줄어든 탓이다. 주춤한 일본 한류의 여파도 무시하기 어렵다. 2002년 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 한류의 정점에 올라 ‘욘사마 신드롬’을 이끌었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그 열기는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일본파’로 통하는 배용준의 파워가 다소 잦아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연기 대신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린 배용준의 활동이 배우 복귀를 지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배용준은 드라마 <드림하이> 시리즈를 시작으로 현재 영화 <감옥에서 온 편지>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3월부터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엔터테인먼트사 키이스트의 경영 전면에 나섰다. 주주총회를 통해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그는 드라마와 영화 및 게임 제작에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스트가 코스닥에 상장한 2006년 이후 배용준이 사내이사로 등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용준의 목적지는 중국이다. 지난해 중화권 한류 톱스타로 떠오른 자사 배우 김수현의 인기 덕분에 키이스트의 주가가 상승하고 흑자전환을 이룬 점에 주목한 그는 얼마 전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업체인 판다코리아닷컴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 회사의 2대주주가 됐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