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방향으로) 김근태-보스형, 정동영-참모형, 손학규-투사형, 박근혜-예술가형 | ||
지도자를 고르는 ‘덕목’으로 한때 관상과 사주 등이 곧잘 회자되곤 했으나, 최근에는 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내세우며 혈액형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전에서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대권주자들의 혈액형이 프로필에 반드시 포함됐다.
<일요신문>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각되고 있는 잠재적 대권주자들과 차세대 정치 지도자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혈액형과 정치적 스타일을 비교해 봤다. 일각에서는 단 네 가지의 혈액형으로 인간의 성향을 나누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기도 하지만, 김창규 박사 등 많은 의학전문가들은 “피는 인체의 세포를 돌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과 운명에 유전자적 영향을 미친다”며 과학적 근거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O형
가장 정치지향적인 혈액형으로 O형이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 이승만 윤보선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모두 O형이다.
의학전문가들은 O형의 대표적인 두 가지 특징으로 살신성인 스타일의 리더형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주무기로 삼는 공격적 성향을 꼽는다.
O형은 다혈질의 ‘욱’하는 성격과 함께 욕망에 솔직하고 승부근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직선적이면서도 뒤끝이 없는 화통한 성격이기도 하다. 남에게 굽히기 싫어하고 반항심도 강하다. 파벌을 만들기를 좋아하고 다소 편향적으로 치우친다는 부정적인 면도 제기된다. 놀랍게도 역대 O형의 국내 전·현직 대통령의 성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
일본의 유명한 혈액형 전문학자인 노미 마사히코는 O형에 대해 “목적지향성이 강하므로 목표가 명확하면 저돌적으로 돌진한다. 보스기질이 강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스타성과 독재자의 요소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대권 잠룡들 가운데 O형으로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정몽준 무소속 의원,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정 의원은 전형적인 O형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정 의원의 승부근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선친의 영향으로 이미 어린 시절부터 보스 훈련을 쌓아 온 데다 현재도 역시 ‘정몽준 마피아’란 말을 들을 정도로 남다른 보스 기질을 숨기지 않고 있다. 때론 지나치게 독선적이란 비판도 뒤따른다.
김 장관은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듯 하지만, 오랜 동안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던 강한 집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 386 정치인들 사이에서 재야 운동권의 ‘큰 형님’으로 통한다.
김 의원 또한 경남도지사 시절 보인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강 의원도 일찌감치 ‘TK 사단’의 차기 리더로 자리잡았다.
A형
국내 전체 인구 가운데 37%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A형이지만 역대 대통령은 노태우 김대중 두 명뿐이었다. A형은 일반적으로 O형에 비해 유연하고 온순하며 섬세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마음이 다소 약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라는 것. 따라서 지도자의 스타일보다는 자제력이 뛰어난 참모형에 어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의학전문가들은 O형과 A형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로 흔히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비교한다. 직선적이고 보스 기질이 강한 전 전 대통령에 비해 노 전 대통령은 참고 인내하는 2인자적 성격이 강했다는 것. 정치권의 영원한 2인자로 통하는 김종필 전 총리 역시 A형이다.
일반적으로 A형은 규칙과 관습을 중요시하며 소심한 반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하다. 사명감이나 도덕심이 강하지만 은근히 겉치레나 체면을 중요시하고 잘난 척하는 경향이 있어 권위적이라는 인상도 풍긴다.
흔히 의학전문가들은 “전쟁이나 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O형에 비해 A형의 지도자가 성공하는 예가 드물다”고 말한다. A형은 위기 상황에서 정면돌파보다는 한 발 물러서는 경향이 많다는 것.
잠룡 가운데서는 유독 여권에서 A형이 많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이해찬 총리 등이 그들. DJ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정 장관과 이 총리는 섬세하고 완벽성을 추구하지만 혼자 모든 걸 챙기려 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DJ의 성향을 많이 닮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강 전 장관은 A형이지만 오히려 B형의 스타일에 가깝다는 견해가 있다. 원칙을 중시하고 섬세하지만, 반면 창의적이며 구속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또한 전형적인 A형 인물로 꼽힌다. 야권 일각에서는 그가 조금만 더 담대함을 가졌더라면 벌써 대권을 잡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말들이 많다.
차세대 정치인들 가운데서는 천정배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오세훈 전 의원 등이 모두 A형에 속하는데, 이들도 역시 유연하고 합리적인 조정자의 스타일이 더 부각되고 있다. 반면 유시민 의원은 A형 치고는 다소 저돌적이란 평가를 듣는다.
B형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B형은 차지하는 인구 비중에 비해 역대 정치 지도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은 극히 드물고, 국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최규하 전 대통령 정도가 꼽힌다. B형은 주로 예술가적인 기질이 강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유연하고 창의적인 성격이라는 것.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고,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나가는 스타일이지만 반면 또 지나치면 독재자로 빠질 위험성도 크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여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유형이다.
B형은 속박을 싫어하고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흥미를 즐기지만 변덕이 심하고 위험 부담이 많아 안정감을 추구해야 할 정치 지도자로서는 다소 적합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의외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기질을 보이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잠룡들 가운데에는 의외로 B형이 많다. 특히 야권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그들.
박 전 대통령의 장녀인 박 대표는 선친의 성격을 닮아 따뜻한 스킨십이나 포용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주변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점도 B형의 유산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 역시 유연하고 합리적이지만 주변을 휘어잡는 보스기질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가장 B형스러운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이 시장은 위기 상황에 강한 면을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고 권위적인 성향도 지녔다는 평이 뒤따른다.
꾸준히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거론되는 고건 전 총리가 B형이라는 점은 이채롭다. 그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를 잘 아는 주변에서는 그가 감수성이 뛰어나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갖췄다고 평하고 있다. 실제 고 전 총리는 ‘말술’로 알려질 만큼 술을 즐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B형인데,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이 성격에 부합하고 있다.
AB형
지금껏 AB형은 다소 이중적인 성격이라는 편견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 혈액형의 소유자들 가운데엔 정의감에 불타는 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이 많다. 또한 주변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구 선생도 AB형이다.
하지만 AB형은 극과 극을 오간다는 평도 따른다. 한쪽에선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둔재에 가까울 정도로 취약점을 드러낸다는 것. 정치적 감각은 탁월했지만 경제 대처 능력에서 약점을 노출시켰던 YS의 특징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또한 이 혈액형은 창의성이 부족해 참모 의존도가 높다는 특징도 나온다.
한편 대체로 AB형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처세에도 비교적 능하지만 다소 변덕도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이성적이어서 인간미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겉으론 대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속으로는 자기에 대한 평가나 비난에 몹시 민감한 면모도 있다고 한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마누라를 빼고는 다 바꾸라”고 변혁을 추진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AB형의 일반적인 성향에 맞아떨어진다는 평이다.
잠룡 가운데 AB형으로는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유일하다. 일각에선 대학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이상주의에서 현실주의로 전환됐다는 평도 있지만, 재야 운동권 출신인 손 지사 역시 개혁성향이 높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서로 다른 얼굴만큼이나 개성이 남다른 정가의 잠룡들. 하지만 혈액형이란 프리즘을 통해 본 잠룡들은 서로 묘한 유사점을 공유하기도 한다. 물론 혈액형 하나로 이들의 지도자로서의 면면을 정확히 재단할 수는 없는 게 사실. 다만 국민들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큰 꿈을 품은 잠룡들이 새해엔 혈액형의 장점만을 보여줬으면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