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가 중국인 멤버들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데뷔 초기 12명 멤버들이 모두 함께한 모습.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현재 가장 크게 몸살을 앓고 있는 그룹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소다. ‘으르렁’의 성공 이후 명실 공히 최고의 그룹으로 손꼽히고 있는 엑소가 외풍을 맞았다. 중국인 멤버들이 연이어 전력에서 이탈하며 팀 전체를 흔드는 모양새다.
당초 엑소는 한국인 8명, 중국인 4명으로 구성됐다. 중국 내 한류 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한 SM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이 중 6명은 아예 엑소-M(만다린)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어 버전 신곡을 따로 발표하며 중국 내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왼쪽부터 타오, 레이.
현재 별다른 잡음 없이 엑소에 남은 중국인 멤버는 레이 1명뿐이다. SM은 그의 중국 내 개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에 ‘레이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전담 매니지먼트 업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SM과의 전속 계약은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 내 활동은 보장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SM이 중국인 멤버를 붙잡기 위해 내놓은 복안인 것 같다”며 “이는 외국인 멤버를 국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엑소의 중국인 멤버 탈퇴는 외국인 멤버를 보유하고 있는 타 그룹에 엄청난 위기감을 주고 있다. 언제든 자국으로 돌아가면 한국 법으로 그들의 활동을 제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국에 오지 않고 자국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국내 기획사들은 적당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특히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하며 한국에서 인지도를 얻은 자국 스타를 역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이런 위기감은 한국 연예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군 입대를 앞둔 ‘빅뱅’의 멤버들. 사진은 신곡 ‘루저, 베베’의 티저.
YG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그룹인 빅뱅은 또 다른 이유로 가요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어느덧 데뷔 9년차가 된 빅뱅은 3년 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며 팬들을 결집시켰다. 그들은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1일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간다.
문제는 그 다음 행보다. “빅뱅이 과연 언제 다시 뭉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빅뱅의 맏형인 탑은 1987년생으로 늦어도 내년에는 입대해야 한다. 이후 1990년생인 막내 승리까지 다섯 멤버가 시간차를 두고 줄줄이 입대하게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올해 빅뱅 활동을 마치면 탑이 입대하는 시점부터 최소한 향후 5년 동안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다섯 멤버가 새 앨범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5년이 지나면 빅뱅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30대 초중반이 된다. 기존 빅뱅을 뛰어넘을 앨범을 만들어 발표하려면 그들의 군복무가 끝난 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미 개별 활동과 유닛 활동으로 각자의 영역을 다진 멤버들이 이런 부담을 안고 빅뱅으로 다시 뭉칠 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4월 26일 열린 빅뱅의 한국 콘서트에서 리더 지드래곤이 “한국에서 마지막 공연이다. 굉장히 흥분돼 있다. 끝까지 즐겨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물론 향후 해외 투어를 시작하는 빅뱅이 이번 투어 중 한국에서의 공연은 더 이상 없다는 의미를 담아 말했지만, 빅뱅의 팬들은 일찍부터 행간을 분석하며 그들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균열이 시작된 톱 그룹도 있다. 일례로 얼마 전 컴백한 A 그룹의 경우 멤버들의 관계가 틀어져 새 앨범을 준비하는 내내 애를 먹었다. 특정 멤버의 인기와 타 멤버들의 인기의 괴리가 커 내분 조짐까지 보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A 그룹은 앨범 재킷 촬영조차 멤버들이 따로 한 후 합성했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A 그룹이 이번 앨범을 끝으로 다시 뭉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태로 팀을 지속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 그룹의 한 관계자는 “소속사가 공식 해체를 발표하기 보다는 긴 공백기를 가지며 멤버들이 다시금 화합하길 기다리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생명력은 3~5년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해 HOT, 젝스키스, SES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그룹의 생명력도 이를 넘지 못했다. 인기를 얻게 되면서 각 멤버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소속사와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2세대 아이돌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지원을 받으며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남자 연예인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군 입대 외에 외국인 멤버 문제까지 결부되며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는 모양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아이돌 활동은 20대 초반에 시작하는데 그들이 30대가 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활동 무대도 해외로 넓어지면서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해졌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