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부분은 나씨가 조직폭력 서방파의 행동대장으로 알려졌다는 사실. 때문에 연예계 일각에서는 나씨와 연예인들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궁금증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연 이들 연예인들이 어떤 연유로 나씨의 ‘구명운동’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
나씨는 지난 99년부터 서울 청담동에서 대형 고깃집을 운영하며 수많은 연예인들과 친분을 과시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나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고깃집 내부에 연예인들의 사진과 사인 등을 걸어두고 이를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뿐 아니라 방송인들까지 나씨의 인맥은 넓고도 깊었다.
한 톱스타의 매니저 K씨는 “방송국 회식 자리나 연예인들끼리의 친목 모임 등을 그곳에서 자주 가져왔다”며 “워낙 많은 연예인들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나 사장과도 자연스레 안면을 트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음식점은 스포츠 스타들의 발길도 잦았던 곳이다. 2002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축구대표팀 전체가 이곳에 들러 식사를 하는 등 언론과 방송의 인터뷰 등을 통해서 여러 번 소개될 정도로 이미 유명세를 탔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연예인들은 자필 혹은 타자로 쓴 ‘탄원서’에 “나씨는 예술을 이해할 줄 아는 고마운 분이며, 선처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씨의 구명에 나섰다고 전해진 연예인은 톱탤런트 C, 개그맨 L, 탤런트 L 등 모두 12명.
그런데 이들 연예인 ‘당사자’들 중 몇몇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탤런트 C측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C가 속한 소속사 대표이기도 한 매니저 박아무개씨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탄원서를 냈다는 지난 8일경이면, 촬영차 지방에 내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C는 기자가 확인 전화를 할 당시까지도 나씨의 구속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C의 ‘이름’이 실린 ‘탄원서’가 어떻게 해서 작성된 것일까. 이에 대해 매니저 박씨는 “아마도 워낙 친한 사이라 다른 연예인들이 C의 이름을 함께 넣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또한 평소 C와 나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C가 ‘친한 동생’이라고 나 사장에 대해 말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그런 부탁을 했다면 그간의 의리 때문이라도 해주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그맨 L 역시 나씨와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L의 집이 나씨가 운영하는 음식점 근처라 3년 전부터 자주 고기를 먹으러 갔었다고. L의 매니저 구아무개씨는 “L이 탤런트 L과도 워낙 친하니까 함께 식사하러 단골로 다니곤 했다”면서 “자주 가니까 나 사장과도 서로 인사하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씨의 구속에 대해 탄원서를 전했다는 사실에 대해 구씨는 “친분관계 때문에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냥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탤런트 L의 매니저도 역시 “아는 바가 없다. 그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 연예인 모두 이번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평소 나씨와의 친분 관계로 인해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C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빌려준’ 일에 대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한편, 이에 대해 대구지검 공보담당 조근호 차장검사는 “연예인들의 이름으로 제출된 서류는 단지 확인서일 뿐”이라며 “영장실질심사 당시 의견서를 내면서 첨부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즉 ‘수입고기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선물로 건넸다’는 나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자료일 뿐이라는 것. 덧붙여, 조 차장검사는 “탄원을 호소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서류에는 열두 명 연예인 모두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한편, 나씨의 변호인으로 이들 연예인들의 서명을 받은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진 전 검찰총장 김태정 변호사로부터는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기자가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담당 비서는 “우리가 수임을 맡지 않아 아는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측에 확인한 결과, 김태정 변호사는 나씨가 구속되면서 다른 변호사에게 이 사건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과연 나씨의 구속에 대해 이들 연예인들이 도움을 줄 만큼 그의 ‘영향력’이 대단한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연예관계자는 “나 사장은 ‘힘’이 대단한 사람이다. 설사 친분이 없더라도 그런 부탁을 해 온다면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털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