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낯선 도시를 향해 나아갔던 영화의 주인공, 블랑쉬(비비안 리)
는 바로 현대인의 욕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람이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과 실직, 오로지 살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여동생의 집으로 찾아갔던 블랑쉬는 욕망과 위선의 도시에서 결국
스스로의 ‘욕망’에 갇혀 실패한다. 평범한 남자, 미치(Mitch)와 사랑에 빠졌던 블랑쉬는 자신의 위
■ 욕망은 아름답지 못하다?!
아주 오래된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집요하게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의 욕망은 결코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의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수 많은 기회(Chance)가 존재하고 있는데, 내가 잡고 싶은 기회는 ‘그들’도 잡고 싶어 한다. 만약 ‘그들’과 내가 사이 좋게 나누어 가질 수만 있다면, 기회를 잡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은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기회는 적고 원하는 사람은 많다. 희소성은 사람들의 욕망을 과도하게 자극한다. 승진과 출세가 그러하고 돈과 물질이 그러하며 사랑과 인기가 그러하다. 남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했을 때 인간의 욕망은 억압되고, 억압된 욕망은 비정상적인 감정으로 표출된다. 그래서 인간의 욕망은 아름다워 지기가 어렵다.
■ 욕망의 삼각형
문학평론가 르네 지라르(Rene Girard)는 인간의 욕망이 결코 자연발생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욕망은 마음 속에서 순수하게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려는 데서 생겨난다. ‘그들’이 가진 것을 내가 갖지 못했을 때, ‘그들’은 나의 라이벌이 되고 라이벌이 가진 것을 모방하고자 나는 ‘우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우상이 가진 것을 갖고자 그들의 집, 그들의 자동차, 그들의 외모, 심지어 그들의 생각조차 흉내의 대상이 되고 드디어 그들은 암암리에 나를 지배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성형 열풍, 아이돌 열풍, 명품 열풍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내 안에 숨겨진 욕망을 내가 찾아낸 것이 아니라, 내 라이벌이 찾아 주거나 물신화(物神化)된 광고가 찾아 주거나 대중스타들이 찾아 준다. 욕망의 주체가 욕망의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자와 같은 라이벌, 광고, 대중스타를 통해 내 욕망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체-중간자-대상으로 이어지는 욕망의 삼각형은 인간의 욕망을 억압하고 감정을 왜곡 시킨다.
■ 욕망에서 소망으로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자신의 욕망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조절하는 능력을 기를 수만 있다면 우리의 욕망은 소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욕망(desire)이 단순히 자신이원하는 것을 막연하게 갈망하는 것이라면 소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의미 있게 결정하고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다. 따라서 욕망은 의존적이고 소망은 주도적이다. 욕망은 오지도 않을 고도(Godot)를 기다리는 것이고, 소망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행위이다.
그러기 위해서 당장 그만 두어야 할 행동은 세상이 주입하는 ‘중간자’에 과도하게 지배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명품을 가진 친구를 부러워한 적이 있는 사람은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샤넬백을 사기 위해 수 개월을 저축하고, 원하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몇 년을 모아서 막상 그것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들의 욕망은 ‘물(物) 자체’ 아니라, ‘타인을 모방하는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블랑쉬의 욕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남부럽지 않은 중간자(유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호화와 사치, 음란과 방탕으로 과시하다가, 망가진 인생을 복구하고자 또 다른 중간자(미치)를 선택하고자 했으나 그것 또한 남들에게 보여지고자 한 ‘모방욕망’이었다. 결국 모방욕망의 종말은 폭력이었다. 블랑쉬는 여동생의 남편, 스탠리(마론 브란도)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히고 그것을 지켜보는 여동생은 방관자가 된다. 한 사람(블랑쉬)을 희생양 삼아 다시 가정은 잠시의 평화를 찾지만 그들은 또 다른 욕망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러므로 착각하지 말자. 내 것이 아닌 욕망을 욕망이라 믿지 말며, 중간자가 만들어 내는 욕망에 현혹되지 말자. 내 안의 욕망을 소망으로 바꾸어 내는 연습을 하자. 욕망의 전차를 멈추고 소망이 주는 감동을 누리며 살아가야 한다.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대구 성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