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 ||
▲노 대통령의 2년간 국정 수행평가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노 대통령 집권 2년 동안의 국정수행 평가 점수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심지어 일부 조사에선 ‘잘했다’는 응답보다 ‘잘못했다’는 평가가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잘 한 것은 ‘정치개혁’과 ‘남북관계’였으며, 잘 못했다고 지적한 것은 ‘경제정책’이라고 응답했다. 한마디로 정치개혁에선 성공한 반면 경제개혁에선 실패했다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선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지난달 19일 실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의 38.4%가 ‘지난 2년간 잘했다’고 평가한 반면 52.3%가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잘못했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대통령의 지도력 부족’(52.2%)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한겨레>조사(2월14~15일)에선, ‘잘했다’(33.0%)는 평가보다 무려 두 배나 많은 66.2%가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조사(2월17~18일)에서도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했다’는 응답이 13.8%, ‘잘못했다’는 평가가 39.2%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조사(2월20일)에선 ‘잘해왔다’는 긍정평가가 37.2%로 나타나, 취임 2주년인 현 시점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41.5%)보다 낮았다. ‘잘못해왔다’는 부정평가는 60.6%로 나타났다. 가장 잘못한 국정분야는 ‘경제정책’(53.7%)으로 과반수를 넘었다.
반면 가장 잘한 분야는 ‘정치개혁’(8.9%), ‘남북관계’(7.9%) 순으로 집계됐다. <국민일보>조사(2월21일)에선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7.8%이고, ‘잘못하고 있다’는 5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연말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를 보였던 것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다. 노 대통령이 올 들어 경제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등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취임 2주년 지지도를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50%대 후반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고, 30%대 후반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MBC 여론조사(2월24일)에서도 지난 2년간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했다’는 대답이 56.5%로 여전히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잘해왔다’는 응답이 39.3%로 지난해 취임 1주년 때보다 3%가량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5월 헌재의 탄핵안 기각 이후 가장 높은 지지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국정운영 전망에 대해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70%를 넘어, 지난해에 비해 5% 정도 올라갔다. 국정분야별 평가에선 경제 분야가 79.8%로 ‘가장 잘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외교안보가 상대적으로 ‘가장 잘한 분야’로 꼽혔다. SBS 조사(2월22일) 결과, 2년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했다’는 긍정적인 답이 38.5%, ‘잘못했다’는 답은 59.1%로 나타났다. 한 해 전인 취임 1주년 때와 비교하면 긍정적인 답변이 7.5%로 높아졌다. 취임 후 잘 한 일로 정치개혁과 부패척결을 든 사람이 24.2%로 가장 많았고, 사회복지와 인권신장이 18.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잘못한 일로는 경제구조개혁 실패를 지적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KBS 여론조사(2월16일) 결과, 지난 2년 동안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20% 이상 높았다. ‘잘해왔다’는 분야로는 ‘남북관계’와 ‘정치개혁’이 비슷하게 꼽혔지만, 잘못한 국정운영 분야는 ‘경제정책’이라는 지적이 월등히 높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론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론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 조사만 찬성보다 반대가 약간 많았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선 개헌을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의 개헌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앙일보>가 한국정치학회 회원과 국민을 상대로 지난 2월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학회 회원 69%, 국민 67%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회원 75%, 국민 57%가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에 찬성했다. 이에 반해 SBS에선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다른 권력구조로 바꾸는 개헌에 대해 ‘반대’ 응답이 48.5%로 ‘찬성’ 45.1%보다 조금 많았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반대가 23.7%나 늘어난 것이다.
▲역대 대통령 평가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박정희 향수’에 흠뻑 젖어 있는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 경제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의 경기침체가 반대급부로 ‘박정희 시대’를 되살려놓고 있는 셈이다.
<동아> 조사에서 여권의 과거사 규명 작업에도 불구, 조사 대상자의 과반수인 55.3%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바람직한 국가 지도자’로 꼽았다. 그 이유는 ‘경제 발전 업적’(61.2%)이라고 응답, 최근의 경기침체로 경제성장을 구가했던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음으로 ‘대북관계 안정에 기여한 점’을 들어 25.3%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3.7%)과 이승만 전 대통령(1.6%)이 그 뒤를 이었다. 김영삼 최규하 노태우 윤보선 전 대통령을 바람직한 국가지도자로 평가한 응답자는 각각 1% 이하에 불과했다. <국민> 조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민 10명 가운데 8명가량(81.9%)이 ‘잘못보다는 잘한 점이 더 많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부정적인 평가는 14.6%에 불과했고, ‘현시점에서는 평가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3.1%)도 있었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선 고건 전 총리가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고건 신드롬’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뒤따랐다. 그런데 <한국> 조사에선 이회창 전 총재가 4위를 기록,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국민>은 당적이 있는 ‘후보’들에 대해서만 물었다. 따라서 당적이 없는 고건 전 총리는 설문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조사결과 열린우리당의 경우 정동영(27%), 김근태(10.9%), 이해찬(9.3%) 순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박근혜(28.6%), 이명박(26.1%), 손학규(7.2%) 순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