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그동안 금호산업 매각 작업을 진행해온 산업은행은 채권단을 대표해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한 개별협상을 주도할 곳으로 미래에셋을 지목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뜻을 이미 미래에셋에 전달했고 미래에셋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역시 직접 미래에셋이 박삼구 회장과의 협상을 주도해나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홍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후 “미래에셋이 지분이 제일 많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협상할 것”이라며 “자본주의시장에서 지분율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 발언과 산업은행 뜻에 따라 미래에셋은 채권단 대표 격으로서 박삼구 회장과 개별협상을 진행해나가야 한다.
금호산업 매각의 공이 미래에셋으로 넘어가면서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관계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회장이 동향(광주) 출신에 광주제일고 선후배 관계여서 박현주 회장이 금호산업 매각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자세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동향 출신 기업인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도움을 받게 된 박삼구 회장이 이번에는 고향·학교 후배인 박현주 회장의 지원을 받아 금호산업을 되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해 김상열 회장에 이어 박현주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것. 미래에셋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이 협상에 관여하지도 않을뿐더러 단순히 고향·고등학교 선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입장만 있는 게 아니라 펀드투자자들의 수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M&A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그동안 펀드투자자들의 수익을 생각해 금호산업의 매각 적정 가격을 9000억~1조 원(주당 6만 원선)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산업 매각의 공이 미래에셋으로 넘어가면서 박삼구 회장(위)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관계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일부에서는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이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산업을 쉽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2009년말 금호산업·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당시 미래에셋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의 매각을 주장하기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회장의 관계가 썩 좋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선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된 미래에셋의 계산과 박삼구 회장의 생각이 너무 큰 차이를 보여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박삼구 회장, 미래에셋, 산업은행은 모두 금호산업의 ‘적정 가격’에 대한 외부평가기관(회계법인)들의 산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산업은행, 미래에셋 전면 내세운 이유 매각 실패 책임 떠넘기기?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 매각 협상을 주도할 채권단 대표로 미래에셋을 내세운 산업은행과 홍기택 회장의 선택에 대해 일부에서는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꽤 당황스러워한다고 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가격을 조율하고 협상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채권단 중 하나인 미래에셋이 협상을 주도해나갈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재계 관계자는 “본입찰 단독 참여로 흥행 실패,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 유찰 등 산업은행이 주관해온 금호산업 매각 작업은 실패에 가깝다”면서 “이제 와서 미래에셋에 협상을 주도해나가라는 것은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꼼수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홍 회장이 언급한 지분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KDB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은행은 물론 대우증권·KDB생명 등 KDB산업은행 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율을 전부 합하면 KDB가 금호산업 최대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지분율이 2배 이상 많은 곳은 미래에셋이 아니라 산업은행”이라고 귀띔했다. 산업은행과 홍 회장의 지목을 받은 미래에셋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의 (금호산업) 적정 가격 산출 결과를 본 후 움직이겠다”면서 “적정 가격 산정에 도움을 주고 지분율만큼 목소리를 내겠다”며 협상 주도권을 넘겨받은 것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매각 주관사로서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개별협상은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매각 작업은 주관기관으로서 절차에 대한 채권단 위임을 받아 진행해온 것”이라며 “하지만 테이블에서 직접 협상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기에 단일 최대주주가 나서는 것이 적절하며 이 같은 뜻을 미래에셋에 전달했고 미래에셋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반박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