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연
영화 <무뢰한>으로 칸을 찾은 전도연은 당당하고 여유로웠다. 벌써 4번째 방문이다.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0년 <하녀>로 경쟁 부문에 다시 진출했다. 지난해는 심사위원까지 맡았다.
영화 <무뢰한>으로 칸을 찾은 전도연은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사진제공=앤드크레딧
“편하게 올 줄 알았다. 네 번째이지만 이번이 가장 떨린다. 작년에 심사위원을 하면서 칸 영화제의 초청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다.”
현지에서 <무뢰한>에 쏠리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전도연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영화가 공개되고 나온 평가의 대부분은 전도연의 활약에 주목한 내용이다. 미국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리포트는 “전도연은 복잡 미묘하고 다양한 뉘앙스를 가진 연기로 그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빛을 발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호평이 잇따랐다.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 이후 8년째 그를 따라다니는 설명이다. 그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고 싶었다”고 했다.
“다른 영화로 그 평가의 위에 서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연스럽다. 매번 칸에 오면 내가 누구이고, 어떤 배우인지 수없이 의문을 갖고 질문한다.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지금은 ‘칸의 여왕’이라는 설명과 함께 가고 싶다.”
전도연은 3박5일의 일정으로 칸을 찾았다. <무뢰한>의 개봉이 임박한 탓에 일정을 더 내지 못했다. 분주한 시간이었지만 레드카펫을 밟을 때는 누구보다 여유로웠고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았을 때는 유쾌하게 웃었다. “매번 칸에 올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생각이 든다. 칸에서 받은 자극을 갖고 서울로 돌아가 에너지를 갖고 연기한다.”
서영희
서영희는 2010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칸 국제영화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번에는 영화 <마돈나>를 갖고 다시 칸으로 왔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받은 영화는 성녀와 창녀, 그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제목 그대로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사회와 권력에 유린당한 여자와 그의 과거를 추적하는 또 다른 여자를 연기한 서영희는 촬영 과정을 떠올리면서 눈물까지 보였다.
“5년 전 칸에 왔을 때, 다음에는 더 발전한 모습으로 이곳에 오겠다는 생각했다. 그 결심을 이뤄냈다. 뿌듯하고 감동스럽다.”
서영희는 상업영화와 저예산 독립영화를 오가며 활약하는 흔하지 않은 여배우로 통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관객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비밀을 감춘 간호사 해림 역을 맡은 그는 삶에 의욕 없는 무채색의 여인으로 그 인물을 표현해냈다. 대사도 거의 없다.
“그동안의 경험 중에 가장 잔인한 장면을 <마돈나>에서 소화했다. 나는 왜 우울하고 피해자 같은 역할만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출연 제안을 받고 망설이지 않았다. 도전은 그를 설레게 하는 듯 보였다. “무거운 역할, 힘든 이야기를 피할 생각은 없다”는 서영희는 “관객이 나를 인정하기 시작한 영화 장르도 대부분 어둡지 않나. 나에게 그 몫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 김고은
김고은
또 다른 영화 <계춘할망> 촬영 탓에 칸 방문이 불투명했던 그는 2박4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오자마자 그는 선배 배우인 전도연부터 찾았다. 두 사람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사극 <협녀:칼의 기억>을 함께하며 절친한 선후배가 됐다. 전도연의 활약을 칸에서 직접 목격한 김고은은 “괜히 어깨 우쭐해졌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이 상영될 때 극장에서는 세 번에 걸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고은은 여러 영화에 참여하고 또 칸에까지 오게 된 과정이 “재미있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칭찬 받은 영화도 있고 반대로 박살이 날 만큼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연기도 했다. 앞으로 연기할 때 해결할 수 없는 감정에 놓이면 <차이나타운>, 그리고 칸의 경험을 꺼내볼 것 같다.”
고아성
배우 고아성은 프랑스 칸에 도착한 18일 밤에야 현지에서 공수 받은 샤넬 의상 몇 벌을 입어봤다. 여배우로는 흔하지 않은, 어쩌면 다시 도전하기도 어려운 파격적인 ‘바지’를 입고 시선을 받은 배경이다.
영화 <오피스>로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고아성은 이번에 세 번째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2009년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여행자’가 잇따라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덕분에 현지 분위기는 경험했다.
“6년 전엔 너무 어렸다. 서울로 돌아가서야 영화제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은 큰 영화, <여행자>는 작가주의 영화였다. 이후 영화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고아성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역으로 연기하며 ‘너는 안 된다’는 식의 편견과 시선을 느꼈다”는 그는 “파격적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과 작업하든 내 역할을 해내는 게 목표다. 칸에 오기 전 봉준호 감독님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지금 다시 보는 ‘설국열차’의 의미는 다르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쌓이고 또 쌓이는 것 같다.”
칸(프랑스)=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