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합성=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불멸의 이순신>을 만들고 있는 제작진이 가장 고민한 부분은 바로 이순신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기획의도’에서도 “박제된 영웅, 그 편견과의 일전을 감행한다”는 타이틀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이순신이라는 영웅에 대해 기존에 알고 있던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 때문에 드라마의 구성상에서도 익히 보아왔던 사극과는 다르게 묘사된 부분들이 또 다른 흥미요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종종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논란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불멸의 이순신>에는 군사 내에서 상사와 부하 사이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그려있지 않다. 즉 ‘군례’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완화돼 있는 것. 그 예로 이순신에게 부하 장병들이 ‘큰절’이나 ‘반절’을 하는 장면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간혹 반절을 하는 경우는 있으나 이 또한 큰절을 할 만한 상황에 완곡한 인사법으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는 간단히 ‘목례’만으로 인사를 하기도 해 눈에 띈다. 이는 기존에 그려졌던 사극 속 조선시대의 풍경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신선하다”는 평과 “사실 왜곡 아니냐”라는 두 가지 입장을 내놓고 논란을 벌이기도 한다. 과연 제작진들은 이 같은 색다른 시도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불멸의 이순신>을 집필하고 있는 윤선주 작가는 “이순신에게 군사들이 45도 정도로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는 표현을 주로 쓴다”고 설명하며,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좌식 시스템’을 갖춘 조정에서는 큰절이 가능하지만, 야외 세트장에서는 큰절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
▲ 최재성이 분한 원균. | ||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제작진의 ‘기획의도’에 담겨 있다. 이순신이 한 인간으로서 군사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민주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것. 윤 작가는 “좀 더 근본적으로는 군사들을 가족과 형제처럼 대하는 이순신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엄격한 인사법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불멸의 이순신>에는 아무리 윗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하대’하는 장면 또한 들어있지 않다. 또한 상민의 모습이 상당히 ‘적극적’이고 ‘투쟁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심지어 자신의 상관을 폭행하는 장면까지 삽입돼 있었다. 거북선이 처참하게 침몰한 뒤 부하들을 여럿 잃게 되자 영갑이 상관인 나대용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하는 것. 이에 대해서도 윤 작가는 “상관을 폭행하는 것은 엄연한 하극상이지만 당시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면에도 “이순신의 군대가 상당히 열린 조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계급과 신분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 이순신이 가진 생각이었을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드라마 속에 묘사되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이 현 정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표방하고 있는 ‘개혁’이라는 화두가 시기적절하게 맞물려 있다는 ‘정치적’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윤 작가는 “역사 드라마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복원’이 아니라 과거를 통한 현재의 반성”이라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건넸다. 이어 “비단 현 정권을 겨냥하거나 비슷하게 표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발탁하는 리더가 훌륭한 인물임을 나타내고 싶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드라마 초반 ‘원균을 미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던 상황에 대해서도 윤 작가는 “제작진 내부에서도 ‘원균을 띄우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원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민감한 것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 오히려 윤 작가는 “원균과 같은 경험에 기초한 이들이 결국 사회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인물”이라며 “그를 디테일하게 조명하는 이유는 이순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