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역시 발 빠르게 대처해 해당 루머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으며 최초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루머는 조금씩 ‘발전’(?)하며 거듭 새로운 내용을 ‘창출’(?)해나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연예계 악성 루머의 확산 양상이 이번 이시영의 사례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죠.
이시영 루머의 첫 번째 포인트는 소속사와의 불화이며 두 번째가 이시영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입니다.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며 언론사들이 이를 집중 취재 중이라는 내용이 세 번째와 네 번째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은 이시영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포인트입니다.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 스틸 컷
사실 관계를 떠나 일반적인 루머 분석 기법으로 해당 루머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와 두 번째 포인트는 사실 신빙성이 있습니다. 소속사와의 불화는 어느 연예인이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같은 시대에 성관계 동영상 역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스마트폰 등으로도 손쉽게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진 요즘 시대에는 일반인들도 그런 동영상을 자주 촬영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마지막 포인트 역시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습니다.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시영이 아닌 어느 연예인이건 자살 시도를 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세 가지 포인트에 대해 이시영의 소속사에선 모두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신빙성은 갖는 내용이지만 소속사와 당사자가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결국 모든 내용이 ‘사실 무근’으로 정리된 상황입니다.
문제는 세 번째와 네 번째 포인트입니다. 누군가 해당 루머를 만든 이, 내지는 이를 확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만들어낸 내용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런 포인트는 대부분 루머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추가되는데 사실 이로 인해 루머의 전체적인 신뢰도는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만약 이시영의 소속사, 내지는 이시영에 대해 어떤 사안으로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언론사에서 취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중심은 결코 성관계 동영상일 수가 없습니다.
그 까닭은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이 갖는 특징 때문입니다.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다만 사생활의 영역일 뿐입니다. 문제는 ‘유출’ 여부입니다.
이미 유출돼 누구나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엄청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됩니다. 당사자인 연예인이 엄청난 사생활 침해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해당 동영상을 누가 유출했는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게 됩니다. 당연히 언론사에서도 이에 대한 대대적인 취재에 돌입할 것입니다.
영화 <공공의적2> 스틸컷
그렇지만 ‘유출’되지 않은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은 결코 수사와 취재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유출되지 않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연예부 기자인 필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제보자에게 여성 톱스타의 성관계 동영상을 제공받았다면 이것이 기사화될 수 있을까요? 절대 기사화되지 않습니다. 해당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는 확인이 됐기 때문에 팩트임은 분명하지만 ‘존재’ 만으론 기사거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기사화하는 것은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만 공개하고 침해하는 것일 뿐 기사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습니다. 만약 그런 걸 실제로 입수했다면 ‘존재’를 확인했다고 좋아하기보단 최대한 빨리 삭제할 것입니다. 행여 필자의 실수로 ‘유출’된다면 해당 연예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라 되는 것은 기본, 필자의 인생도 매우 복잡해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군가 이를 악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수사 및 취재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존재 사실은 공개될 사안이 아닌 철저히 보호해야 할 영역입니다. 누군가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을 확보해 해당 연예인을 협박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이 철저히 수사할 것이며 언론사에서도 취재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어떤 성과가 나올 지라도 해당 연예인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았다는 수사 발표와 비슷한 수준의 언론 보도만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해당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 관련 부분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수사와 취재를 이유로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존재’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연예인은 협박당하는 것보다 훨씬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면 왜 수사를 하고 취재를 하겠습니까.
영화 <찌라시 : 위험한 소문> 스틸 컷
그런데 이번 루머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해당 동영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만약 실제로 그런 동영상이 존재하고 검찰이 확보했다면 당사자에게 돌려주거나 폐기 처분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검찰일 지라도 그런 사생활 관련 부분을 마음대로 차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유력 언론사들이 이에 대해 엄청난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부분은 더욱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그렇게 취재를 해서 ‘존재’ 사실을 밝혀낼 지라도 그것은 보도가 불가능 합니다. 앞서 밝혔듯이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은 ‘존재’만으론 취재 대상이 아니며 ‘유출’이라는 엄청난 과정을 거쳐야 취재 및 기사화가 가능합니다. 기사화할 수 없는 사안을 갖고 유력 언론사들이 엄청난 취재 경쟁을 벌인다는 부분에서 해당 루머는 스스로 사실무근임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시영 성관계 동영상 루머는 ‘있을 법한 일’을 바탕으로 검찰과 유력 언론사를 끌어 들여 ‘정말 사실인 듯’ 꾸며낸 내용에 불과합니다. 언뜻 보면 검찰과 언론사가 언급되는 부분으로 인해 사실처럼 들리지만 실제론 그 부분으로 인해 사실 무근임이 확연해진 악성 루머에 불과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과 관련된 루머는 거듭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의 포인트는 단순합니다. 존재하는 것이냐 유출된 것이냐죠. 또한 개인적인 사생활이기 때문에 ‘유출’되지 않은 것은 결국 ‘존재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물론 연예인도 사람인 터라 그런 동영상을 찍어서 보관하고 있을 지라도 그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을 공간에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면 그것은 혼자만의 사생활입니다. 결코 대중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서만 존재한다면 대중의 입장에선 그냥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출되지 않은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 관련 루머는 그냥 다 사실무근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루머 선별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