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동해 국제표준명칭,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국해양포럼 창립기념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왼쪽 사진은 독도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선 ‘한국해양포럼 창립기념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한국해양포럼(대표 남영우 고려대 명예교수)’은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 온 해양의 중요성에 대해 반성적 차원으로 재고해 보고, 이를 심도 있게 다루고자 창립됐다. 포럼은 그 첫 번째 과제로 ‘동해 명칭의 새로운 제정’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동해라는 현재의 명칭으로는 동해 표기의 정당성과 논리개발이 쉽지 않다는 일부의 비판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포럼의 창립기념 토론회의 주제는 ‘동해 국제표준명칭, 이대로 좋은가’였다. 최근 일본 정부의 군국주의 움직임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번 토론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랜 기간 국회에서 ‘East Sea of Korea’ 국제표기를 주장해온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그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나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동북아역사재단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께 East Sea of Korea의 국제표기를 요청한 바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안 움직여 답답했다. 외교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 국회 차원에서 결의안을 낼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 대표 자격으로 창립 기조강연에 나선 남영우 교수는 동해 국제표기의 한계에 대해 일본과의 ‘등가성’ 이유를 들었다. 그는 강연을 통해 “동해 명칭을 해외 전문가나 지도 회사에 설득하는 작업은 지난하기 그지없다. 우리의 노력으로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한 경우, 외국 출판사들은 Sea of Japan(East Sea)으로 표기하고 아주 드물게 그 반대로 표기한다”면서 “한일 양국이 주장하는 명칭이 비대칭적인 까닭에 동해가 일본해를 부연하는 종속적 의미를 갖게 된다. 등가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한국해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크게 ‘주제발표’와 ‘주제토론’, 두 가지 섹션으로 진행됐다.
우선 박선미 인하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주제발표의 포문은 ‘현행 동해 명칭에 대한 대국민 의식조사’란 주제로 임은진 공주대 교수와 이경택 박사가 열었다. 전국 3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7%는 ‘Sea of Japan과 대등하고 East Sea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명칭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89%는 ‘국내에서는 동해로 부르고, 대외적으로는 Sea of Korea나 East Sea of Korea로 번역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동해 명칭의 대안적 논의에 대한 대국민 의식이 이미 상당 수준에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한국해연구소 이돈수 박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Sea of Korea를 제안한 인사다. 그는 그간 소수의견으로 멸시를 당해온 자신의 처지를 강조하면서 “일본해 표기는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역사성과 대표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해 표기는 지나치게 국내적 시각에서 역사성과 대표성을 강조하고 있다. East Sea라는 국제표기에 대해 비판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동해 명칭 대안 모색에 나선 세 번째 발제자 김걸 교원대 교수는 무엇보다 이미 ‘조선동해(East Sea of Korea)’를 쓰고 있는 북한과의 공조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문제에서 북한의 배제는 향후 잠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과 합의가 됐더라도 북한이 걸고넘어질 수 있다”며 “동해 명칭에 대한 외교부와 통일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두 번째 섹션인 주제토론에서도 의미 있는 의견이 도출됐다. 특히 이날 토론 패널로 나선 최병천 중동중 교장의 ‘국립지리박물관(가칭)’의 설치 제안이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동해 병기는 사실상 실익이 없다. 동해의 독도보다는 한국해의 독도가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무엇보다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너무 다발적이다. 이 컨트롤타워는 연구는 물론 개방성과 전파성을 염두에 둬 박물관 형태가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물론 국내외에서 동해 표기의 대안 의견에 대해선 여전히 반박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지난 20년간 동해(East Sea) 표기 병행을 위해 노력해 온 정부의 입장에선 이러한 대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유의상 동북아역사재단 표기명칭대사도 앞서의 의견에 대해 ‘현실성’을 이유로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유 대사는 “정부가 국제적으로 동해 병기 운동을 시작한 1992년 당시 국제사회에선 당연히 Sea of Japan으로 단독 표기돼 있었다. 당시 우리에겐 큰 도전이었다”면서 “물론 당시에도 동해 표기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었지만, 당시 가장 많이 표기된 것이 동해(East Sea)였다. 23년간 굉장히 노력했고, 이제 실적도 많다. 또 동해에 대한 국제적 인식도 시간이 축적되면 해결될 일이다. 현실적으로 다른 표기로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후원한 국회 사회공헌포럼 관계자는 “향후 형평성을 위해 현행 표기(East Sea)를 고수하는 학계 인사들과도 또 다른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반대 진영의 토론회 개최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