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괌, 베트남 호찌민, 모스크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진출한 롯데호텔 전경. 왼쪽 장선윤 상무 사진은 합성. 사진출처=롯데호텔 홈페이지
롯데호텔은 동남아와 중국, 러시아를 넘어 미국까지 진출한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 해외 호텔 인수와 위탁경영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의 차녀인 장 상무가 합류하며 롯데호텔의 해외사업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롯데호텔은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등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미얀마 호텔사업에 조만간 직원들을 파견할 예정이다. 미얀마 양곤 중심부에 있는 인야호수 인접에 15층과 29층의 총 661객실 호텔 2동을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규모가 2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전 과정을 총괄하는 주관사로, 포스코건설은 건설을, 롯데호텔은 호텔운영을, 대우증권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완공예정인 상황에서 롯데호텔은 미얀마 호텔사업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미리 보내는 것이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호텔 오픈 1년 전에 직원들을 파견해 현지 직원 채용과 교육 및 인테리어 등을 진행한다”며 “미얀마 호텔의 경우 완공이 1년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직원들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만큼 롯데호텔이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호텔은 2010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미국령 괌 등으로 확장했다. 또한 중국 선양, 옌타이, 청두는 물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을 인수한 롯데호텔은 싱가포르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은 국내 호텔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 진출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 뉴욕 팰리스호텔을 8억 5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1980년대 초 맨해튼의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더 뉴욕팰리스 호텔이 갖는 상징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롯데호텔의 공격적인 해외 영토확장은 ‘글로벌 리딩 호텔’이라는 기치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 2018년까지 아시아 3대 호텔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비전 아래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올해 초 부산롯데호텔과 롯데호텔의 등기이사에 처음 오르고 장 상무가 복귀한 것도 오너 경영체제의 일환이다.
또한 롯데그룹 차원에서 롯데호텔의 해외확장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에 좀 더 쉽게 안착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롯데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 호텔만큼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가인 장선윤 상무가 신규 사업발굴과 해외호텔 확장 프로젝트를 직접 맡으며 이러한 그룹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장 상무는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롯데호텔과 롯데쇼핑 등에서 일했다. 롯데백화점의 대표 명품관으로 자리잡은 애비뉴엘 개점을 지난 2005년 진두지휘하며 해외 브랜드 유치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 관리 등의 측면에서 손녀인 장 상무의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 상무는 2008년 결혼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간 대외적 활동 없이 지내던 장 상무는 지난 2011년 식료품 제조회사 블리스를 설립하며 다시 등장했다. 블리스는 프랑스 명품 베이커리 ‘포숑’의 한국 사업을 운영하면서 롯데백화점 내 고급형 베이커리 카페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재벌 빵집 논란에 휩싸이자 2012년에 블리스의 지분 모두를 영유통과 매일유업 등에 매각하고 제빵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후 육아에 전념했으며 지난해 10월 롯데호텔 마케팅부문장으로 복귀해 롯데복지장학재단으로 파견됐다. 지난 4월에는 롯데호텔로 다시 이동하면서 경영권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장 상무는 능통한 외국어 실력과 강한 업무 추진력을 갖춰 해외사업부문 적임자로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 상무가 복귀하면서 롯데호텔이 해외사업에 한층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수십 건의 해외호텔 인수와 위탁경영 등도 적극 고려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장 상무가 롯데호텔에 복귀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지난 3월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글로벌 식품 전략회의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는 한 명의 리더 아래서 협의하며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신 회장을 공식 리더로 인정한 바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대주주인 롯데호텔은 한국롯데의 실질적 지주회사이자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를 잇는 핵심 계열사다. 롯데호텔은 롯데쇼핑 지분 8.83%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지분도 각각 5.93%, 3.21% 가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조카인 장 상무가 롯데호텔의 공격적인 해외진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롯데그룹이 책임경영을 위해 주력 계열사에 대한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한국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롯데호텔 내에서 장 상무의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