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주현.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노주현은 요즘 인기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공수표’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공수표’는 조카인 일한(고주원 분)을 돌보면서 웬만한 살림은 척척 해내고 동네 부녀회장까지 맡고 있는 인물. 나서기 좋아하고 우스갯소리도 잘하면서 잔머리도 잘 돌아가는 인물인데 노주현의 코믹 연기로 인해 캐릭터가 잘 살아나고 있다는 평이다. 공수표는 한편으로는 진지한 면이 보이기도 해서 자칫 어정쩡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역할이었다. 이름도 재미있는 ‘공수표’에 대한 노주현의 분석은 이러했다.
“제가 판단하기엔 극본이 워낙 좋아요. 그래서 오히려 편하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어느 인물이나 다 양면성이 있죠. 공수표는 바탕은 굉장히 진지한 인물이고 세상을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예요. 캐릭터가 확실하니까 별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어요.”
노주현은 코믹 연기라면 이제 멜로 연기 못지않게 일가견이 있지 않을까. 평소 그의 모습에서도 예상외로 코믹한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코믹한 면이 있죠. 괜히 마누라나 아이들한테 장난치고 싶을 때도 있구요. 평소에 저도 장난기도 있고 짓궂은 면도 있고 심통스런 성격도 갖고 있어요. 혹자는 노주현의 본바탕이 저런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데 그 말이 맞는지도 몰라요.(웃음) 원래 목소리는 저음이지만 코믹 연기 할 때는 일부러 톤을 높이죠.”
극중에서 노주현은 그럴 듯한 ‘공수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두건과 촌스럽고 화려한 무늬의 셔츠를 주로 입는다. ‘노주현과 두건’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설정도 지금은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다. 화려한 셔츠는 극본을 쓰고 있는 문영남 작가가 낸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노주현은 “그럴 바엔 아예 두건까지 쓰자고 해서 써봤는데 이젠 제법 어울린다는 소리도 듣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노주현이 코믹 연기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것은 2001년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였다. 당시 노주현의 변신은 그의 표현대로 ‘쇼킹 그 자체’. 진지하게만 보이던 노주현이 웃기니 그 반응은 더 대단했다. 임하룡은 “난 개그맨이라 웃길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더 힘들지만 노주현 씨의 코믹 연기는 의외성 때문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당시의 시트콤 출연은 노주현에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만 같다.
“사실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그 작품 자체도 짜임새 있었고 김병욱 감독의 연출도 탁월했기 때문에 내 역할이 돋보일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내가 안하던 짓을 해냈는데 항상 고맙게 생각하죠.(웃음) 연기자는 무대나 마당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이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작품이었어요.”
그가 생각하는 드라마와 시트콤 연기의 차이점이 무얼까. 대다수의 연기자들은 호흡이 빠른 시트콤 연기를 오히려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
▲ 위부터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영화 <까불지 마>,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 ||
요즘 중견 배우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노주현도 느끼는 바가 남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라면 아직도 한참 모자라다는 것. 그는 조심스럽게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는 중년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좋은 시대가 도래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하하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이제는 젊은 사람들보다는 중년들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좀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우린 뭐 정년 퇴직이 없으니까 생명력도 더 길어지겠죠.(웃음)”
노주현의 ‘화려했던 과거’에 대한 얘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노주현은 1970년 TBC <아내의 모습>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다섯. 데뷔 후 군대에 가기 전까지 그는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식당가면 아주머니들이 많이 좋아들 하셔서 먹을 건 많이 주시더라구요. 젊었을 땐 전 주로 할머니 팬들이 많았어요. 20대 시절에도 제가 했던 역할들이 점잖아서인지 할머니들께서 많이 좋아하셨어요. 제가 코믹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과거 모습을 좋아하시던 분들이 ‘아니, 왜 그렇게 망가지느냐’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그런 얘기 안하더라구요.”
노주현은 자신의 연기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 삼십대 초반이었다고 한다. 군대에 다녀온 뒤 연기자라는 직업에 회의를 많이 느꼈다고.
“제대한 뒤 연기를 계속 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뭔가 새롭고 뭔가 더 흥미로운 일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이었죠.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별로 애정이 없었어요.”
진지한 멜로 연기를 주로 했던 젊은 시절에 비해 요즘이 더 행복하다는 노주현. 물론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예전엔 제 캐릭터가 느끼함과 부담스러움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시청자들이 편하게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연기자는 아무리 바이플레이어(조연 연기자)를 한다고 해도 작품마다 달라지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야 하거든요. 이젠 그럴 수가 있게 된 거죠. 전 마흔을 넘어서 연기의 진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웃음)”
“앞으로 <소문난 칠공주>에서 윤미라 씨(반찬순 역)와의 러브라인이 그려질 테니 기대해 달라”며 웃음을 보이던 노주현은 곧 출연하게 되는 <연개소문>에 대한 얘기도 잊지 않았다. <하늘이시여>에 이어 7월 8일부터 방영되는 사극 <연개소문>의 중반 무렵부터 노주현도 등장할 예정. ‘청년 연개소문’(이태곤)에서 ‘대막리지 연개소문’(유동근)으로 넘어갈 때부터 출연하게 된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사극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이번에 김춘추 역을 맡았는데 아주 기대가 커요. 사극과도 한번 인연을 맺어 보려구요.”
프로필
본명 노운영. 1946년 8월19일 생.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졸. 현 백제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교수. 출연작 드라마 <장미의 전쟁> <그 여름의 태풍> <유리화> 영화 <욕망> <들개> <나의 아내를 슬프게 하는 것들> <까불지마> <잠복근무> <작업의 정석>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등 다수.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