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다세포소녀> 기자시사회장에서 만난 김옥빈. | ||
‘원조교제’를 위해 모텔 방에 모인 두 남녀의 대화 내용. 뭔가 변태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너 처음 아니지? 살살 해주면 안 되겠니?” “이렇게 해요? 이렇게 해요?”
화면이 어둡게 바뀌면서 이런 발칙한 대화가 오간다. 뭔가 엉큼한 상상이 발동하는 즈음 다시 밝아진 화면에 나타난 모텔 방의 두 남녀는, ‘어처구니없게도’ 2인용 게임을 즐기고 있다. 앞서 말한 ‘기구’가 바로 ‘게임기’였던 것. 이는 영화 <다세포소녀>의 한 장면으로 원조교제 여학생 역할의 김옥빈이 촬영 도중 가장 민망했다는 장면이기도 하다. 요즘 영화 <다세포소녀>와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를 통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예 스타 김옥빈. 그를 지난 2일 기자시사회 현장에서 만나봤다.
영화 <다세포소녀>는 ‘발칙’하다. 학생들은 동성애와 이성애로 얽히고설켜 성병을 교류하고, SM(사도마조히즘)에 빠진 교사는 학생들에게 “때려 달라”고 애원한다. 이른바 ‘쾌락의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그 무엇’으로 무장하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용 감독 믿고 출연
여주인공 김옥빈의 역할은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로 ‘가난’이라는 인형을 실제로 등에 업고 다니며 늘 우울한 표정이다. 하지만 수업 도중 갑자기 일어나 “선생님, 저 오늘 원조교제 약속이 있어 조퇴 좀 할게요”라고 얘기하는 김옥빈의 슬픈 눈빛은 오히려 폭소의 기폭제에 가까울 정도다.
신인 여배우 입장에서 <다세포소녀> 출연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노출 부담은 없지만 ‘원조교제’를 비롯한 다양한 성적 표현이 많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인터넷에서 원작 만화를 읽어봤어요.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봤는데 상당히 당황스럽더군요. 너무 야한 것 같은데 영화로 만들어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사회적인 파장도 클 것 같았고.”
이 정도 생각이 들면 아무리 좋은 조건의 출연 제안일지라도 ‘거절’이 당연하다. 이렇게 흔들리던 김옥빈을 붙잡아준 사람은 연출을 맡은 이재용 감독이다. <정사> <스캔들> 등을 통해 이 감독을 좋아하게 됐다는 김옥빈은 이 감독과 다양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믿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 지난 대종상 영화제에서. 무섭게 뜨는 얼짱스타의 요즘 행보가 여름만큼이나 뜨겁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여고괴담’ 스타 계보 이어
그런데 최근 그는 예기치 않은 ‘할인카드 논란’에 휘말려 네티즌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최근 김옥빈은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이성이 사랑 고백이나 생일 축하를 위해 근사한 이벤트를 열어준 뒤 계산하면서 할인카드를 사용하면 분위기가 깨진다”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절대 악의적인 발언은 아니었다”는 게 소속사의 입장. 할인카드 사용 자체를 비하한 게 아니라 이벤트의 분위기가 깨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인데 앞뒤 말이 편집되며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
그런데 김옥빈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를 얼짱 출신 ‘벼락스타’로 오해하는 시선이다. 실제 김옥빈이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는 게 사실이다. 드라마 <하노이 신부> <안녕하세요, 하느님> <오버 더 레인보우> 그리고 영화 <다세포소녀>에 연이어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 그러나 먼동이 트기 전에 긴 밤이 존재하듯이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서울에 올라와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오디션을 치렀어요. 결국 1박2일로 진행된 <여고괴담 4> 오디션에서 4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는데 다만 외모 때문은 아니었을거라 믿어요.”
연예계에선 김옥빈의 성장을 ‘역시나’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그가 스타 등용문 <여고괴담> 출신이기 때문. 김규리 최강희 김민선 박예진 공효진 송지효 박한별 등이 앞선 세 편의 <여고괴담>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스타들. 김옥빈은 서지혜와 함께 4편 출신으로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여고괴담 4> 출신의 김옥빈과 서지혜는 서로 앞뒤를 다투며 급성장하고 있다. 둘은 현재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도 쌓고 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타 등용문인 ‘귀신 나오는 여고’(<여고괴담>)에 이어 쾌락의 명문인 ‘무쓸모고’(<다세포소녀>)까지 거친 김옥빈. 그의 또 다른 비상이 기다려진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