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U대회 국제테니스장 공사 장면.
[일요신문] 2015광주하계U대회는 ‘자린고비’ 대회였다. 허례허식을 과감히 빼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신 선수단에겐 진심을 담은 정성으로 더 큰 감동을 안겨줬다. 화려한 외형보다 내용이 알찬 실속대회를 선택했다.
세계가 극찬했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재정문제로 걱정이 많은 도시들에겐 광주가 ‘롤 모델’이 됐다.
광주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한 것은 지금까지 반복돼온 과잉투자-재정부담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외형보다 내용을 채워 유니버시아드의 기본 이념에 충실하자는 뜻이 담겨져 있다.
윤장현 조직위원장도 틈이 날 때마다 “국제대회 과잉투자가 시 재정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면서 “알뜰하면서도 내용에 충실한 대회, 유니버시아드 이념에 부합한 대회,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대회로 치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아래 광주는 먼저 선수촌 문제를 도심재생 방식으로 풀어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를 재건축해 선수촌으로 활용했다. 대회 이후에는 기존 주민 및 새롭게 분양받은 시민들이 사용한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쇠퇴해가는 도심을 살리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참가 선수들이 극찬한 광주U대회 선수촌은 이렇게 탄생했다.
경기시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코버시아드(Ecoversiade)를 표방해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한 시설 신축을 최소화해 수영장과 양궁장, 다목적체육관(신축), 테니스장(증축) 등 4개 경기장을 제외한 65개 시설은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썼다. 부족한 시설은 전남·북과 충북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신⋅증축 경기장은 태양열, 지열 등을 활용하는 친환경 설계와 운용비 절감을 고려한 시스템으로 대회 개최 이후에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20차례의 협상을 벌여 경기장 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경비를 절감했다.
배구장, 농구장, 태권도장은 고정식이 아닌 접이식 의자를 설치했고, 선수대기실, 휴게실, 경기 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공간 등은 몽골텐트를 활용하고 대회 후 철거토록 했다.
하프마라톤과 경보 경기는 같은 구간을 여러 바퀴 뛰는 방식으로 변경해 새로운 코스 신설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였다.
끌로드 루이 갈리앙 FISU 회장 등 국내외에서 극찬을 받았던 개폐회식 행사 비용도 이전 하계U대회인 2013카잔U대회 개⋅폐회식 제작비 1200억원에 비해 예산을 크게 줄인 101억원이 투입돼 그 이상의 효과를 냈다.
시상대 153개와 메달 받침대 67개는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에서 물려받아 사용하는 등 공유경제를 실천했고, 시상식땐 꽃다발 대신 누리비 인형을 증정해 시상식에서만 8억원을 절감했다.
어떤 경우라도 U대회 투자 때문에 자치단체가 재정난에 봉착하거나 다른 부문의 예산투입까지 차질을 빚어선 안된다는 광주시의 확고한 의지가 작용했다.
이처럼 다시 쓰고, 빌려 쓰고, 얻어 쓰는 철저한 ‘자린 고비’식 준비로 광주시와 조직위원회는 당초 8171억원이던 총 사업비를 세 차례의 조정에 걸쳐 6172억원(국비 2026 시비 3491 자체수입 655)으로 줄였다. 무려 1999억원을 절감한 것이다.
지금까지 여느 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제대회 역사에 길이 남을 실용대회는 이렇게 탄생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15광주하계U대회는 국제행사 예산절감 우수사례로 발표됐고, 정부는 이를 벤치모델로 확대시킬 계획을 밝힌 바가 있었다.
광주U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철저한 실용대회로 준비함으로써 재정투입을 최소화 했다”면서 “성화가 꺼지는 순간부터 시설 활용문제나 과잉투자에 따른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