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지기가 밝힌 할인 방법은 간단했다. 백화점 할인카드가 있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중국 현지에도 연결이 되어 있어 구매 가격을 싸게 낮출 수 있는 비결이 있었다. 카페에 이 같은 영업 전략이 알려지자 다른 구매자들도 카페에 들러 안내를 보곤 돈을 입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돈을 입금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구매자들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이 배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50%로 해주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일쑤였다. 카페지기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면 “백화점 감사기간이다”, “물건이 이관 중이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급기야 막판에는 카페지기가 휴대폰을 꺼놓고 잠적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참다못한 구매자들은 결국 카페지기를 고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모두 4명이고, 피해 금액은 무려 2억 3000만 원에 달했다. 결국 지난 29일 서울동부지검은 카페지기인 A 씨(여·29)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A 씨가) 피해자 전원과 합의가 된 점을 미뤄 약식기소로 2000만 원 벌금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 씨가 여당 정치인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조사 결과 A 씨의 아버지는 새누리당 소속 당협위원장 B 씨(62)로 밝혀졌다. 서울 지역구에서 기반을 닦고 있는 B 씨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B 씨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여당 후보였던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캠프에서 핵심 보직을 맡기도 했다. B 씨에게는 딸의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A 씨 측에서 여당 정치인이라는 배경을 강조하며 피해자들을 협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파장이 일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A 씨의 삼촌이 ‘정치인이 우습나. 언론 보도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되레 큰소리 쳤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피해자의 증언이 퍼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당장 그 정치인이 누군지 밝히라”는 반응과 함께 신상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정치인 B 씨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건이 불거지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B 씨는 “오히려 우리 딸이 속아서 피해를 본 부분이 있다. 딸이 대기업에서 일하는데 비즈니스 상으로 중국 교포를 만났다. 해당 교포가 화장품을 정가에 45%에 공급해 줄 수 있다고 해서 5%의 마진을 얻고자 50%로 인터넷 화장품 판매를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결국 교포가 사기를 친 것이다. 화장품 공급은 되지 않았고 딸은 어쩔 수 없이 자비로 화장품을 사서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다보니 이런 사단이 났다. 화장품을 보내주지 못한 2억 원이 넘는 금액은 나중에 합의를 하고 다 돌려줬다”라고 전했다.
‘정치인이 우습나. 언론보도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B 씨는 “그런 말을 했다는 삼촌은 있지도 않는 인물이다. 이러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나를 정치인으로 알고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압박을 가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정치인 B 씨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지만 딸의 억대 사기 혐의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소된 A 씨의 혐의는 향후 재판에서 정확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