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영화 <황진이>를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노출 배제에 관한 변입니다. 실제 영화는 <황진이>는 그 흔한 키스신조차 없는 말 그대로 ‘노출을 싹 뺀 담백한(?)’ 영화였습니다.
‘황진이의 진정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어 노출을 자제했다.’ 분명 감독의 깊은 고뇌 끝에 나온 결정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에로’를 표방하는 극소수의 영화를 제외하면 그 어떤 영화도 노출을 시도할 수 없습니다. 남존여비 사상과 반상의 차이가 강조되던 조선시대를 비웃은 어우동의 생애를 다루는 영화 역시 어우동의 진정성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베드신 자체보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했다.’ 이 역시 감독이 상당한 의미를 둔 결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노출이 가미된 행위가 구체적으로 그려진 베드신은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요.
드라마 <황진이>는 어린 시절부터 황진이가 기생으로서 춤과 시, 음악을 배우는 과정이 강조돼 노출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드라마의 한계도 분명했고요. 그런데 양반가 별당 아씨에서 하루아침에 노비의 딸로 전락한 황진이가 노비 신분의 첫사랑을 기둥서방으로 삼기 위해 자신의 몸을 허락하고, 기생이 된 뒤 몸을 무기 삼아 지체 높은 선비들을 농락하는 내용이 그려진 영화 <황진이>에선 베드신과 그에 동반된 노출이 어느 정도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흥행을 위한 톱스타의 노출이 아닌, 관객들에게 좀 더 내밀한 황진이의 심리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의 노출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