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8일 <대조영> 수원세트장에서 최수종과 만났다. 출연한 사극마다 인기가 높아 사극전문배우의 호칭이 붙는 데 대해 최수종은 다른 선배들을 거론하며 겸손해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5월 28일 KBS 수원제작센터에서 이뤄진 김태진과 최수종과의 만남을 지면으로 재구성해본다.
(편집자주: ‘김태진의 맛있는인터뷰’는 새롭게 시도되는 연예 인터뷰 코너로, 2주에 한 번씩 리포터 김태진의 진행으로 연예인의 진솔한 모습을 지면에 담을 예정이다.)
김태진(김) : 날씨가 급격히 더워지고 있는데 사극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겠어요.
최수종(최) : 오늘처럼 스튜디오 촬영이 있는 날이면 늘 땀범벅이 돼요. 게다가 분장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동거리도 길어요. 가장 힘든 건 일주일에 단 하루만 쉬기 때문에 그날만 집에서 잘 수 있다는 것,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게 가장 힘들어요.
김 : 지난 주말부터 시청률이 30%를 돌파했어요. 축하드립니다.
최 : 다른 드라마 하는 선배가 제게 너는 열심히 하는 것도 있지만 운도 따르는 거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드라마는 좋은 배우, 연출자, 작가, 그리고 카메라와 조명 등 스태프 등이 모여 만든 종합예술인데 제 주변엔 늘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제가 참 운이 좋은 편이죠.
김 :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사극 전문 배우라 불릴 정도인데 때론 이런 호칭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 :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은 게 전 사극을 몇 편 안했거든요. <태양인 이제마> <태조 왕건> <해신> <대조영> 등 제가 출연한 사극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하는 것마다 히트를 쳐서 많이 한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주종은 현대극이었죠. 사극은 고작(?) 여섯 편밖에 안 한 신인이에요. <대조영>에 나오는 선배 배우들 가운데는 사극만 50편 이상 하신 분들도 많거든요. 그분들이 진정한 사극 전문 배우들이시죠.
김 : 출연하는 사극마다 대박이 났던 비결이 뭘까요.
최 : 지금까지 출연한 사극은 모두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들이었어요. <태조 왕건> <태양인 이제마> <해신> 등이 그랬죠. <대조영> 역시 우리 역사에 잘 나타나 있지 않은 1300년 전의 발해사를 그려 시청자들의 관심을 산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배운 내용이 드라마에선 어떻게 그려질까 하는 호기심이 시청률로 연결된 게 아닐까요.
김 : <대조영> 제작발표회 당시 “21세기의 우리나라 모습이 초라한 것 같다”고 얘기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최 : 며칠 전 뉴스를 보니까 뉴욕 시민들에게 LG와 삼성이 어느 나라 것인지를 묻자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 브랜드로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너무 안타까워요. 발해사를 보면서 비록 우리가 작지만 위대한 소강국이었음을,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큰 땅덩어리와 포부를 갖고 있던 민족이었는지를 알게 됐어요. 지금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역사관을 젊은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김 : 선거철마다 정치권의 영입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고 들었습니다.
최 : 정말 많은데 모든 제의를 예의 바르게 거절하고 있어요. 대본 갖고 연기하기도 바쁜데 거기까지 시간을 할애할 능력이 안 되거든요. 저는 별다른 부업도 없어요.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능력과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해요. 제게 주어진 능력이 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것 다 젖혀두고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 최근 시청률 30%를 돌파한 드라마 <대조영>의 한 장면. | ||
최 : 지난 주말에도 굿네이버스 홍보대사 자격으로 자선바자회에 참가했어요. 물론 힘든 게 사실이지만 쉬는 날 다 쉬면 언제 봉사할 수 있겠어요. 조금 힘들어도 그런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게 진정한 봉사라고 생각해요.
김 : 연예인의 선행에 질시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은 것 같아요.
최 : 그런 얘길 들으면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얼마 전에 집사람이 어느 학교에 장학금을 냈어요. 그 얘길 들은 세무사가 영수증을 받으면 세금 혜택이 가능한데 왜 안 받아왔냐고 그러더군요. 집사람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장학금을 낸 건데 세금 감면받게 영수증 처리해달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괜히 티내는 거 같다며. 우리 부부는 성격 자체가 그래요.
김 : 정말 대단하십니다.
최 : 아니에요. 봉사 활동을 하다보면 늘 미안함과 창피함을 느끼게 돼요. 어떤 분은 365일 어려운 분들 머리를 깎아주는 봉사활동을 하시기도 해요. 우리는 가끔 찾아뵙고 인사나 드리고 잠깐 돕다가는 게 전부인데 우리가 가면 괜히 분위기만 들썩거리게 하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를 때가 있어요.
김 : 가족 얘기를 여쭤볼게요. 남들이 부럽다 못해 시기할 정도로 행복한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최 : 아마도 양보와 배려가 아닐까요? 매일 수도 없이 문자를 주고받는데 아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사랑, 존경, 그리고 자랑스럽다는 얘기에요. 한 번은 지방 촬영장에서 서울로 가기 전에 “내일 당신을 보게 돼 너무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어제 방송을 봤는데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배우로서 존경합니다”라고 화답하더라고요.
김 : 정말 부부싸움을 안 하시나요.
최 : 우리가 그런 얘기하면 남들은 다 거짓말이라고 해요. 오죽하면 집에서 일하시는 분도 우리가 정말 안 싸우고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대요. 연년생인 남매가 가끔 싸우면 “우리 집에서 싸우는 사람이 누가 있니, 큰소리 치는 사람이 누가 있니”라고 물어요 그러면 “우리밖에 없어요. 죄송해요”라고 대답해요. 이게 제가 아이들을 혼내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 리포터 김태진(오른쪽)과 함께. | ||
최 : 제 친구들도 저더러 공공의 적이래요.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웃음). 하나님이 남자에겐 평생 일하는 고통을, 여자에게 아이 낳는 고통을 달란트로 주셨다는데 요즘 여자들은 애도 낳죠, 일하고 살림도 하죠,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일인 다역을 하잖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남자가 정말 여자한테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버님이 그러셨어요. 늘 어머님을 위하며 사셨어요. 주일이면 어머니와 누나는 쉬게 하고 남자들이 이불 개고 청소도 하고, 또 아버님이 요리하며 제가 돕곤 했어요.
김 : 부부가 모두 배우라서 서로 연기를 모니터해주는 것도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최 : ‘왜 저렇게 연기했느냐’고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화면에 나오는 장면은 늘 최선을 다한 최고의 모습이라는 걸 서로 잘 알거든요. 그래서 늘 ‘정말 잘했다’ ‘자랑스럽다’와 같은 격려의 말만 주고받아요. 딱 한 번 아내의 연기를 지적한 일이 있어요. 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서 아내와 변우민이 뽀뽀하는 장면이었는데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아내 말이 변우민이 자꾸 어색해하며 “형님도 있는데”라며 도망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때는 차라리 자기가 리드하라고 충고했어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볼 때는 저를 잊고 변우민과 잘되길 바라는 마음일 텐데 서로가 절 의식하고 연기를 하면 안 되잖아요.
김 : 요즘 연예인들이 악플이나 악성루머로 마음고생을 많이 하잖아요. 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요.
최 : 악플은 잘 모르겠고 소문은 좀 있었죠. 제가 아내를 매일 때려서 그게 미안해 잘해주는 거라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내도 있는데 어떤 여자들을 집에 데려와 같이 생활한다는 얘기도 있고. 우리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 신경 안 써요. 우리 가정을 시기해서 그러는가보다 하고 넘기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최수종은 “우선은 <대조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얘기한다. 사실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와 영화 출연을 깊이 고민하고 있지만 <대조영>이 연장 방영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영화 출연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당장은 시청자들이 사랑해주는 <대조영>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다음 얘기를 덧붙인다.
“확고한 계획은 한 가지뿐이에요. <대조영> 촬영이 마무리되면 동남아시아건 아프리카건 어렵게 사는 나라로 떠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 또 하나, 한동안 사극은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