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현영(현): 아이 깜짝이야. 여기 왜 있는 거예요? 신문사 인터뷰 아닌가?
김태진(김): 놀라셨죠? 늘 카메라 앞에서 만나다가 지면으로 만나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일요신문>의 ‘김태진의 맛있는 인터뷰’ 코너를 제가 진행하고 있어요.
현: 정말? 이렇게 보니까 정말 새롭네. 반가워요.
김: 그러고 보니 <연예가중계> 리포터가 <섹션TV> 안방마님을 인터뷰하게 됐네요. 생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지 2년 정도 되셨죠? 굉장히 오래하고 계세요.
현: 2년차예요. <섹션>에 애착도 많고. MBC 측에서도 좋아해줘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마운 일이죠(웃음). 생방송은 한 번 말을 하면 되돌릴 수 없잖아요. 스릴도 있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김: 현영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다 화제예요. 최근 한 케이블TV에서 라이브 가수에 도전하는 과정을 방송으로 봤는데 굉장히 진지하게 임하시더라구요.
현: 노래를 원래 좋아해요. 그런데 해보니까 너무 어렵더라고요. 실력이요? 사실 제가 스스로 잘 하는지 못 하는지 평가할 순 없죠. 그냥 얼마 전에 1회 방송을 보고 5, 6, 7회를 봤는데 확실히 (실력이)나아진 것 같더라고요(웃음). 원래 노래 부르기 시작하면 흥에 겨워서 스스로 주체 못하는 타입인데 이제 마이크를 잡으면 음부터 맞추고 이론적으로 생각해요. 많이 나아졌죠.
김: ‘현영의 라이브’라니 기발한 아이디어였어요. 처음에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거예요?
현: 사실 이 프로그램은 제가 기획한 거예요. 원래는 ‘스타 파파라치’처럼 제 일상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뭔가를 배우고 발전하는 모습을 시청자들한테 보여주고 싶더라구요. PD를 직접 찾아가서 “제가 라이브를 할 테니까 노래 선생님을 섭외해주세요”라고 했어요.
김: 그런데 프로그램 초반 약속했던 라이브 콘서트를 뒤로 미뤘어요.
현: 노래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습관처럼 몸에 배야 나온다고 해요. 노래를 습관처럼 부르기에는 7주가 너무 부족했고. 라이브 콘서트 첫 무대라는 게 저한테는 태어나서 한 번 있는 기횐데 방송을 위해서 써버리면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거잖아요. 방송은 끝났지만 트레이닝은 계속 하고 있거든요. 무대를 섰을 때 편안한 느낌으로 노래 부를 수 있을 때가 오면 죽기 전에 라이브를 꼭 할 거예요.
김: 노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시네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요.
현: 헝그리 정신인 것 같아요. 연예인이라면 그런 게 필요해요. 내가 만약에 배우만 하고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으면 그런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MC가 너무 하고 싶어서 터전을 닦은 거였거든요. MC로 자리매김을 하니까 이번에는 연기가 하고 싶은 거예요. 다행히 기회가 왔고 그동안 (연기에) 배고팠던 걸 떠올리면서 열심히 했어요. 가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투정 부리는 후배들한테 “네가 지금 투정부리는 건 행복에 겨운 거야. 만약 네가 한가해진다고 생각해봐. 그런데 일이 없다면 행복하겠니? 넌 지금 최상의 행복을 누리는 거야”라고 얘기해주죠.
김: 활동하는 게 행복하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데요. 하지만 체력적으로 안 따라줄 때가 있지 않나요.
현: 요즘은 재방송이 많아서 더 바빠 보이는 것 같아요(웃음). 농담이고. 원래 체력이 강해요. 또 일을 즐기니까요. 솔직히 술 마시면서 피곤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똑같아요. 일할 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많이 지칠 텐데 즐기면서 하니까 전혀 안 지쳐요. 난 술 마실 때가 더 피곤해. (일동 폭소)
김: 주량은 어떻게 되세요.
현: 저 잘 마셔요. 폭탄주 15잔~20잔 정도는 마시지(웃음).
김: 예상대로 솔직하시네요. 솔직해서 손해 본 적은 없나요.
현: 솔직해서 득 본 게 더 많아요(웃음). 단지 다른 연예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죠. 제가 성형 사실을 고백해서 다른 연예인들도 성형 질문 받고 그랬잖아요. 가끔 방송에서 연예인 성형 관련해서 순위 뽑고 그러면 ‘내가 고백을 안 했으면 성형이 저렇게 오픈됐을까’라고 생각해요.
▲ 힘보다 ‘애교’ 현영과 리포터 김태진의 팔씨름 포즈. 현영의 눈웃음에 김태진이 결국 항복했다. | ||
현: 편해서? 예뻐서? 아님 웃겨서?(웃음) 전 언니 같고 누나 같은 게 좋아요. 연예인이 아니라 함께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싶은 친구 같은 사람. 그 이미지가 좋아요.
김: 처음에는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죠.
현: 반 년 가까이 비호감이었죠(웃음). 그런데 호감, 비호감은 선입견인 것 같아요. 첫인상이 ‘새침할 거야’라고 보는 거죠. 당시 노홍철 씨하고 저하고 대표적인 비호감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보지만 나랑 친해지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김: 제가 4년 전에 현영 씨를 처음 봤는데 그 전에 데뷔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현: 97년에 슈퍼모델로 데뷔해서 방송을 조금 하다가 접었어요. 그때는 너무 어렸고 사건사고도 있었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세상이 거칠다는 걸 느꼈죠. 한동안 패션모델로 활동을 했는데 어느 날 TV에서 <헤이헤이헤이1>을 하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갑자기 저 프로그램에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민하다가 무작정 대학로로 가서 극단에 들어갔어요. 정준호 오빠가 있던 극단이었는데 거기서 코미디 연극을 했고요. 들어간 지 1년쯤 됐나? 김경식 오빠가 전화해서 프로그램을 함께 해보자고 하는 거예요. 오빠 덕분에 방송에 복귀했고 대학 관련 프로그램 MC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무명 기간이 길었지만 딱히 힘든 기억은 없네요.
김: 얼마 전에는 전 소속사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잖아요.
현: 솔직히 배신감을 느꼈어요. 그 곳에 몸담고 있는 동안은 정말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했거든요. 침대에서 자는 건 한 이틀 정도? 나머지 5일을 뼈와 살을 태워가면서 일을 했는데. 그 쪽 나름대로 입장이 있겠지만 많이 속상하더라구요.
김: 그것 때문에 연예계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나요.
현: 전혀요. 더 잘 돼야겠다 생각은 했지(웃음).
김: 새삼 느끼는 거지만 참 긍정적이세요.
현: 뭐 그런 면도 있고 방송에서 보여주는 푼수 같은 모습도 내 모습이고(웃음). 방송이 콘셉트는 아니거든요. 일을 즐기는 편이니까 그런 모습이 드러나는 거고요. 이런 인터뷰는 내 인생관을 풀어놓는 자리니까 진지한 거예요.
김: 진지한 현영 씨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만날 수 있을까요.
현: 전 점점 더 큰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예요. 맡은 프로그램이 커서 큰 사람이 아니고. 가진 것을 소비하면서 사는 연예인이 아니라 매년 뭔가를 쌓아가는 연예인. 가진 걸 모두 소진해서 없어지는 연예인이 안 되길 바랄 뿐이에요.
김: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영 씨는 삶이 행복하시나요.
현: 행복하죠. 요즘 사는 게 힘겨워서 그런지 행복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어느새 주위가 행복으로 둘러싸이게 된대요. 그런 사소한 행복을 찾아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김: 현영 씨의 행복 바이러스가 지면을 통해서 전파될 것 같네요.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현영 씨도 늘 행복하세요.
정리=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