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서부신시가지의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가 매물로 나오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이 부지는 전주 도심에서 마지막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부지로 계란 노른자위 수준을 넘는 그야말로 ‘황금 땅’이다. 관심은 벌써 매각 성사 여부와 누가 얼마에 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방직 전주공장 전경>
[일요신문] 전북 전주 서부신시가지의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가 매물로 나오면서 매각 성사여부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이 부지는 전주 도심에서 마지막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부지로 계란 노른자위 수준을 넘는 그야말로 ‘황금 땅’이다.
관심은 벌써 매각 성사 여부와 누가 얼마에 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방직은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부지매각을 공고했지만 신도심 한 가운데에 공장을 짓기 위해 수천억원으로 예상되는 매입대금을 들고 나설 응찰자가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공장부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동성 부족 악성 루머로 급락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시적 방편으로 전주공장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대한방직은 27일자로 자금 유동성 확보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전주시 완산구 유연로에 위치한 면적 21만6463.54㎡(10필지) 규모의 전주공장 부지에 대해 매각 공고를 냈다.
부지 매각은 일반경쟁입찰로 진행되며 매각주간사는 인덕회계법인이 맡았다. 오는 9월 4일 오후 6시까지 입찰을 실시한 뒤 가격과 비가격요소를 합산 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매각 주간사 관계자는 가장 관심을 끄는 매각예정가격과 비가격요소에 대해서는 언론 노출을 기피했다.
예전에도 모 대기업의 매입설이 떠돌았던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는 비록 매각공고가 나왔지만 매각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전주공장 부지가 일반공업용지로 돼 있고 매각 예상가격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공업용지로 활용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응찰자가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주공장 부지는 현재 공시지가가 ㎡당 58만3400원(3.3㎡당 192만5220원)으로 전체 면적으로 계산하면 공시지가만 1천262억840여만원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실거래가격이 공시지가를 웃돌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매매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5년 전 전북도의 매입가격을 현재 시세로 환산하고 최근 시세의 중간치를 고려해 어림잡아 계산하면 매각대금은 3천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부동산 업자들은 추산한다.
더욱이 대한방직은 공장부지를 분할매각하지 않고 10필지 전체를 모두 인수하는 조건을 내세워 도심 한복판에 공장을 짓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응찰자가 나설지 의문이다.
결국 매각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향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립할 수 있는 주거용지 등으로의 용도변경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대한방직 부지는 대형 건설사들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단지 조성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예컨대 3.3㎡당 500만원에 땅을 산 뒤 아파트를 지어 1천만원에 팔면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주시가 낙찰자에게 공업용지를 주거용지로 변경 승인해줄 경우 막대한 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특혜시비 논란이 불보 듯해 전주공장 부지 매각은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반공업지역인 대한방직 부지를 주거지역 등으로 용도변경하기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의 변경이 필요하다. 인구 50만명 이상인 도시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은 해당 자치단체장의 권한이다.
전주시는 대한방직 부지 매입자가 결정돼 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하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변경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대한방직의 전주공장 부지 매각공고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유동성 부족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지면서 8월 18일 12만3천원이었던 대한방직 주가가 3일 연속 하락하며 21일 5만4천900원으로 70.27%나 폭락하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주공장 매각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대한방직 주가는 증권가에 전주공장 매각설이 돌면서 매각공시 발표 3일전인 24일부터 폭등, 27일까지 4일동안 주가가 89.58% 급반등했다.
공원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일각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형성된 전주 도심의 아파트 숲이 열섬현상을 가속화해 시민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아파트 추가 신축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일부 시민의 반론이 그것이다.
이는 전주시가 이 부지를 단계적으로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시의 ‘곳간’을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대형 건설사들이 이 부지를 사들여 공원 조성 등을 위해 일부를 전주시에 넘겨주고 대부분은 아파트를 짓는데 쓰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온다.
공업지역으로 묶인 이곳은 공장 외에는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해 대형 건설사들이 주거 또는 상업용지로 전환하기 위해 용도변경 허가권자인 전주시에 기부채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방직의 전격적인 매각 발표에 ‘이 황금 땅을 누가 얼마에 사고 어떻게 활용할까’를 놓고 전주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