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투’의 정찬우(왼쪽) 김태균(오른쪽)과 리포터 김태진이 코믹 포즈를 취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김태진(김): 안녕하세요! 이 코너를 통해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방송 카메라가 아니니까 솔직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음 합니다. ‘컬투’의 처음 시작은 ‘컬투’가 아닌 ‘컬트 트리플’이었어요. 어떻게 세 분이 뭉치게 된 거죠?
김태균(균): (MBC 개그맨 공채 5기) 동기예요 셋이. 신인 시절 <젊음의 다섯 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죠. 그때 담당 PD가 우리 둘한테 개그를 짜보라고 해서 우리 집에 갔는데 가는 길에 우연히 (정)성한이 형을 만났어요. 그때 셋이 ‘컬트 개그’를 생각해내면서 한 팀을 이루게 됐죠.
진: 방송을 통해 뭉친 컬트트리플인데 본격적인 활동은 방송이 아닌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했어요.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대학로로 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찬우(찬): 쉽지 않은 결정이기도 했지만 출연할 방송도 없었어요(웃음). 의기투합해서 공연을 시작한 거죠. 만약 공연이 잘 안됐다면 곧장 팀이 해체됐을 거예요.
진: 정성한 씨가 빠지고 컬투가 될 당시 이상한 소문도 많았어요.
균: 세간에 뭐가 안 좋아서 헤어졌냐는 얘기가 많았던 게 사실이죠. 사실 성격이 잘 안 맞았고 하고자 하는 바도 달랐어요. 그런데 막상 둘이 되자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을 시작하게 됐죠.
찬: 사실 우리는 아예 방송을 하지 않고 공연만 할 생각이었어요. 팀이 깨지면서 둘이 된 건 알려야 되니까 6개월만 방송을 하자고 시작한 게 <웃찾사>예요.
균: 하다 보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개콘의 아류’라는 등 악플이 되게 많았거든요. 처음엔 고전했어요. 1년 반 정도 하다가 여름공연을 위해 방송을 잠시 쉬고 가을에 다시 들어가 ‘그때그때 달라요’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하더라구요.
균: 아니에요. 회사는 98년도 말에 준비해서 99년부터 시작했는데 당시엔 컬트트리플 공연만을 위한 회사였어요. 그러다 <웃찾사>에 들어가면서 후배들을 받기 시작했죠. 와, 벌써 후배 개그맨 100여 명에 직원 30여 명의 회사로 성장했네요(웃음).
진: 컬트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후배 개그맨 가운데 벌써 스타급이 여럿인 만큼 생각하는 것처럼 사업도 잘 될 것 같아요.
찬: 글쎄요. 그들을 스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린 스타가 아닌 공연을 하며 웃음을 전해주는 사람일 뿐이에요. 아직 그 어린 친구들이 스스로를 스타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커다란 오산이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나중에 진짜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적어도 나이가 50은 넘어야 진정한 스타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균: 개그맨은 다른 연예인하곤 많이 달라서 바람이 들어버리면 개그라는 것이 재미와는 상당히 멀어지는 것 같아요. 개그에는 삶의 애환이 어우러져서 나와야 하는 데 어린 나이에 인기를 얻으면 그게 힘들거든요.
진: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시니까 소속 개그맨들이 어디 가서 건방지다는 얘기는 안들을 것 같아요.
균: 에이, 듣겠죠. 우리도 듣는데(웃음).
진: 직접 회사를 운영하고 공연도 매번 매진 사례니 돈도 많이 버셨겠어요.
찬: 우리가 떼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떼돈은 한 5년 후에 벌 예정이에요. 사실 우리 공연 매출이 괜찮은 편이라 돈을 안 벌었다면 거짓말인데 그 돈을 모두 회사에 투자했거든요.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는 데 2~3년이 걸렸어요. 앞으로 3년 정도 고생하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투자로 인한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코미디언의 위상을 높이는 겁니다. 방송이 아니더라도 코미디언들이 충분히 잘 살면서 문화 리더가 되는 게 우리의 꿈이죠.
진: 사실 인기를 얻은 개그맨보다 무명이 더 많고 그들이 고생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한참 고생하는 무명 개그맨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찬: 뭐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인데 사실 운도 좀 따라야죠. 사실 컬트트리플 첫 공연을 준비할 당시엔 그 어떤 극장에서도 우리를 안 받아줬어요. 그런데 한곳에서 대관이 펑크가 나면서 우리가 ‘땜빵’으로 들어갔다가 그게 대박이 나면서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된 거죠.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건 무대에 많이 서보는 겁니다. 그러려면 노력이 절실해요.
균: 활성화된 반면에 음성화도 됐죠. 콘텐츠의 질도 많이 떨어졌구요.
찬: 호객 행위가 가장 큰 문제예요. 사람들이 먼저 찾아오게 만들어야지 호객행위를 하면 안돼요. 아예 전문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어린 친구들이 있는데 그러다보니 공연하는 개그맨보다 그 친구들이 돈을 더 벌어요. 자연스레 공연의 질은 떨어지구요. 그런데 그게 몇몇 사람의 착복 때문이라는 게 더 서럽고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 가운데 우리 선배님들도 있고 연관된 사람들도 있다는 게 더 속상한 거고.
진: 만약 컬투라는 팀 대신 따로따로 활동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찬: 개그맨으로 뭘 했어도 잘 됐을 거라는 생각은 있어요. 뭘 해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나 오기는 있었거든요. 혼자 했으면 아마 지금쯤 개그맨을 거쳐 방송인이 됐겠죠.
균: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지금처럼 방송이 아닌 공연을 주로 하고 싶었다면 혼자는 힘들었을 거예요. 저희 꿈이 컬투 같은 팀을 하나 더 만드는 건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후배들을 보면서 참 이만 한 파트너를 구하기 힘들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 찬우 형이 소중하게 생각되곤 해요.
진: 앞으로 대한민국 코미디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요.
찬: 앞으로 개그 콘텐츠의 변화를 우리가 뭐라 예측하긴 힘들지만 국민들이 더 마음을 열지 않으면 발전하긴 힘들어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굉장히 마음을 닫고 코미디를 봐요. ‘그때그때 달라요’ 할 당시에는 우리가 대한민국 영어교육을 망친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을 정도니까. 드라마나 영화에선 흔히 나오는 비속어도 개그에선 불가능해요. 예를 들어 ‘똥’이라는 단어도 개그에선 금지되는데 똥이 더러워요? 더러운 게 맞긴 하지. 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기분 좋게 들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똥이라는 단어를 쓰느냐 아니냐에 관점을 두고 있어요.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하자 정찬우는 “앞으로 조금 열린 마음으로 코미디를 봐 줬으면 한다”는 당부와 함께 “컬투를 인터뷰한 기사라기 보단 대한민국 코미디를 인터뷰한 것으로 봐 달라”는 말을 건넸다. 유쾌함과 진지함이 어우러진 컬투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대한민국 코미디의 내일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의 진지한 고민과 뜨거운 땀방울에 박수 갈채를 보낸다.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