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 | ||
그렇다면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국민들은 과연 대통령의 생각처럼 ‘연정’이나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을까. 참여정부 출범 2년 6개월.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국민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해 왔는지 그 민심의 끝을 따라갔다.
내각제
대통령의 ‘연정’ 관련 발언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내각제’ 부분이었다. 여당 내에서 내각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처음 표명됐다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이번 연정 발언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준다는 점에서도 대통령의 ‘내각제 언급’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내각제 선호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던 게 사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를 통해 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연정’ 문제를 제기한 다음날인 지난 6일 MBC와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내각제’를 선호한 국민은 36.2%에 불과했다. ‘4년 중임 대통령제’(53.7%)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 그나마 이 수치도 지난해 12월 ‘현대사회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당시 내각제를 선호하는 비율(11.6%)과 비교하면 급격히 상승한 것이었다.
권력구조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는 그때그때 정치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어 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는 이를 보여준다.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정치상황이 불안할수록 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안이 처리된 지난해 3월12일 <연합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 내각제를 선호한다는 국민은 32.9%였다. 반면 대통령 중임제 선호도는 32.4%에 불과했다.
반면에 여대야소의 정국이 펼쳐지며 정국이 상당히 안정되어 가던 지난해 총선 직후(4월29일) 실시된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의 83.3%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바람직한 권력구조로 꼽은 반면 내각제를 선호한 국민은 불과 5.6%였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게이트가 불거지기 직전인 올해 2월 정치권에 불붙기 시작한 개헌논의와 관련, <한국일보>가 실시한 조사결과의 경우에도 국민들은 ‘이원집정부제’(19.1%), ‘내각제’(8.2%)보다는 ‘대통령 5년 단임제’(36.3%)나 ‘대통령 4년 중임제’(27.1%)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내각제를 선호하는 국민들이 늘어가는 현상이 어쩌면 국민들의 느끼는 ‘정치 불안정’의 정도를 나타내는 시험지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개 헌
참여정부 출범 이후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연정 발언이 나온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57.7%가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35.3%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올해 2월 실시된 <한국일보>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당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은 54.4%였고 개헌에 부정적인 사람은 36.3%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국민들 사이에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조사에서는 국민들의 36.3%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27.1%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한겨레>의 조사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가능한 한 빨리 개헌논의를 시작해야 한다’(25.9%)는 의견과 ‘필요하지만 아직 본격 논의할 때가 아니다’(56.6%)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반면 ‘개헌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11.2%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 이전에는 여론이 조금 달랐다. 지난해 3월 말 <국민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 개헌찬성 의견은 46.1%로 개헌 반대 의견 42.8%에 비해 약간 높게 나타났다. 당시 각종 언론들은 개헌 찬성의견이 높은 것과 관련,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개헌론이 약간 우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처리된 지난해 3월12일 <연합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찬성(45.9%)보다는 반대(48.6%)가 다소 많았다.
연 정
최근 대통령의 연정 발언 이후 국민들의 또 다른 관심은 여당의 ‘연정 파트너’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여당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민주당과의 합당설’ 등은 이러한 관심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여당 정치인들의 바람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여당에서 가장 선호되는 ‘파트너’인 민주당보다는 민주노동당과의 ‘연정’(32.4%)을 국민들이 더 원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7월6일 MBC 여론조사). 심지어 민주당과의 연정 선호도(20.7%)는 한나라당과의 연정 선호도(29.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연정’ 발언의 ‘호남효과’는 분명히 있었던 것도 확인된다. 지난 12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지지율은 지난달 28일 조사에 비해 21.2%포인트가 상승했다. 정확히 2주 만의 급등. 반면 타 지역의 변화율은 크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 갖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어찌됐건 여당은 ‘연정’ 발언의 효과를 호남지역에서 톡톡히 본 셈이다. 올해 말 재보선과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