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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드라마 <뉴하트> 촬영 도중에 만난 조재현.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조재현은 특유의 강렬한 눈빛 연기만큼이나 흡입력 넘치는 얘기들로 김태진 리포터와 기자를 압도했고 인터뷰 역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집중의 재미가 함축된 한 편의 연극처럼 진행됐다.
김태진(김): 드라마 <뉴하트>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최강국 교수님. 아무래도 시청률이 잘 나오면 힘이 나죠?
조재현(조): 우리나라 드라마, 특히 미니시리즈를 할 땐 시간에 쫓기다보면 잠을 잘 못 자는 경우도 많은데 시청률까지 낮게 나오면 정말 힘이 안 나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아무래도 힘이 좀 나고. 다만 시청률로 인해 힘을 받고 못 받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긴 하죠.
김: 최강국이 천재적인 흉부외과 의사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을 거 같습니다.
조: 내가 뭐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준비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솔직한 얘기가 아닐 겁니다. 드라마 섭외를 받고 촬영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는데 그 시간 동안 뭘 준비했겠습니까. 꿰매고 마는 등 수술 장면에서 필요한 동작 정도는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돼 배웠어요. 실제 수술하는 모습도 알아야 해 진짜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도 두어 번 정도 참관했고.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건 다 접해봤지만 더 중요한 건 인물 분석입니다. 의사가 아닌 인물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인간이 의사일 뿐이니까요.
김: 선배님은 눈빛 연기가 강렬한데 이번 드라마는 유독 클로즈업 장면이 많은 거 같아요. 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 음~ <뉴하트>의 최강국은 집중과 긴장을 요하는 역할이라 아무래도 카메라 앵글이 클로즈업으로 들어올 때가 많아요. 눈빛 연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또 따로 해본 적도 없어요. 연기에서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대사지만 또 눈이기도 하거든요. 상대방 대사를 내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지만 이것이 표현되는 건 결국 눈이니까. 결국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인 게 자동적으로 눈빛에 드러나는 것이지 일부러 만드는 게 아니에요. 슬픈 감정도 마찬가지죠. 정말 슬퍼서 가슴이 울어 나오는 눈물과 ‘슬퍼’ ‘눈물이 나와 줘야 돼’라고 주문해서 나오는 눈물은 다르거든요. 눈빛 연기 역시 ‘이럴 땐 이런 눈빛이어야 돼’ 하는 식의 눈빛은 들통 나기 쉬워요.
배우 조재현을 얘기하려면 김기덕 감독 얘기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평범한 탤런트이던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의 독립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한때 그는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릴 정도였다.
김: 많은 분들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요. 사실 선배님이 김기덕 감독 영화로 주목받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조: 김기덕 감독과 작업하기 전까지 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탤런트였어요. 비록 젊은 나이였지만 연기적인 한계 그리고 배우로서의 입지도 한계가 온 게 아닌가 생각할 즈음이었거든요. 또래 배우들은 이미 훌륭한 연기자나 스타가 돼 있는데 나만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방송은 꾸준히 하니까 그냥저냥 생활은 됐죠. 그냥 이렇게 있다 사라져 누군가 기억도 못 해주는 배우나 되겠구나 생각하던 차에 신선한 대본을 하나 받았죠. <악어>라는 시나리오. 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개봉해서조차도 관심을 못 받은 영화였지만 촬영하는 내내 한강 다리 밑에서 굉장한 연기의 자유를 느꼈어요.
김: <악어>가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였다는 말씀이네요.
조: <악어> 이전의 연기가 매너리즘에 빠진 형식적인 연기였다면 <악어>를 통해 연기가 자유롭고 편안하다, 그리고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죠.
김: 그 이후에도 <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 김기덕 감독과 많은 작품을 했는데 우스갯소리지만 요즘 뜸한 이유는 정말 출연료가 비싸졌기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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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뉴하트>에서 강직한 천재의사 최강국 교수로 분한 조재현. | ||
인간 조재현은 어떤 사람일까. 빈틈없는 연기력, 꼼꼼한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완벽주의자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다소 엄격해 보이는 인상 탓에 후배 배우들에겐 ‘무서운 선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런 모든 게 선입견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김: 선배님이 철저한 완벽주의자라고 들었어요. 심지어 인터넷에서 본인과 관련된 기사나 게시판 글을 꼼꼼히 살펴본다고 그러던데.
조: 완벽주의는 무슨, 할 일이 없어서 그렇지 뭐. 남들처럼 화보나 CF를 찍는 일이 거의 없어 시간이 조금 남거든요. 일과 끝나고 이메일 같은 거 확인하려 인터넷을 검색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한 번씩 둘러보는 거예요.
김: 후배 배우들에겐 자신이 어떤 선배라고 생각하세요? 엄격하면서도 배울 게 참 많은 선배님일 거 같은데.
조: 선배고 후배고 간에 배우가 연기를 배우고 가르쳐 주는 건 맞지 않는 거 같아요. 물론 기본적인 것은 배워야 하지만 연기는 정답이 없는 것이라 ‘이게 정답이다’라고 가르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거든요. 물론 선배가 자신의 생각과 경험 정도는 후배들에게 전달할 순 있지만 가르친다는 개념은 상당히 위험해요. 오히려 선배들이 후배들의 연기를 보고 배우는 경우는 많죠. 가장 많이 배우게 되는 게 아역배우들의 연기에요. 누구의 흉내를 내지 않는 자신의 모습 그 자체로 연기하기 때문에 배울 게 참 많아요.
요즘 조재현은 드라마 <뉴하트>로 주목받고 있지만 더 큰 비상은 대학로 연극판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극열전2’의 총 기획을 맡아 주춤해진 소극장 연극 붐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
김: ‘연극열전2’ 총 기획을 맡는 등 연극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신 거 같아요.
조: 난 연극에 대한 사랑이 특별한 사람이거나 연극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내가 지금 연극에 열정을 갖는 건 재미가 있어섭니다. 내가 김기덕 감독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던 게 무슨 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인 양 비춰지는 데 절대 그런 게 아니었어요. 당시엔 김기덕 영화가 나한테 최선의 선택이었고 또 재밌었거든요. 연극도 마찬가지에요. 일하는 게 재미가 있어요. 우선 재미가 있어야 의미와 명분도 생기는 거 아닌가. 지금 하는 ‘연극열전’의 목표도 좋은 연출, 좋은 작품에 훌륭한 배우를 넣어 좀 더 편한 연극,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고 불편한 연극의 개념을 깨버리는 거예요. 특히 웃기고 눈물 나고 또 집중할 수 있는 연극 본연의 재미가 중요해요. 관객들도 결국 재미가 있어야 소극장을 찾을 테니까.
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정말 공감이 가는 얘기네요. 그리고 보면 연극은 배우의 힘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장르인 거 같기도 해요.
조: 사실 영화나 드라마는 배우가 할 수 있는 영역이 그리 크질 않아요. 시장 자체가 너무 커요. 그런데 소극장 연극은 가능하더라고요. 200~300석 되는 관객을 매회 내가 책임져주면 되고 그래서 그 자리를 늘 꽉 채우면 되는 거예요. 이건 노력으로도 가능한 부분이에요. 하루는 내 초등학교 동창들, 또 하루는 마누라 동창들… 그러면 그냥 매진이니까.
김: 하하하. 그러네요. 행여 정말로 그렇게 가족들이 동창 등을 동원해 관객몰이를 해주나요? 보통 가족 친지에겐 초대권을 주잖아요.
김: 오늘도 우리 엄마랑 통화했어요. <늘근도둑 이야기> 하는 극장이 어디냐고 물어보셔 알려드렸더니 표는 벌써 예약하셨다네요. 내가 하는 연극을 우리 엄마가 표 끊고 와서 봐요. 내가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할 때 엄마가 친구 분들 모시고 온 게 70~80명 돼요. 또 우리 누나는 유치원 교사인데 동료 교사들 데려온 게 50~60명, 와이프가 동네 아저씨 아줌마 표 ‘강매’해서 끌고온 게 또 70~80명, 그것만 해도 벌써 2~3회는 매진 때리고 갈 수 있어요. 내 주변부터 연극표를 돈 주고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거예요. 돈 내고 소극장을 찾아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김: 마지막으로 2008년 목표가 궁금합니다.
조: 우선은 ‘연극열전2’가 잘 되는 것이고 개인적으론 내년에 더 큰 목표가 있어요. 가수들은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같은 게 있는데 배우들은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내년에 데뷔 20주년 기념 연극을 준비 중이에요. 내가 18년 전 연극 <에쿠우스>에서 열일곱 살짜리 역할을 했었는데 4년 전 마흔이 될 때 다시 그 역할을 했었어요. 20주년 기념으로 <에쿠우스>를 다시 할 계획인데 오십을 바라보며 열일곱 살짜리는 좀 그래서 상대역인 의사 ‘다이사트’ 역할을 하며 직접 연출까지 해볼 계획이에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