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불리는 부산 마린시티 내 지어질 해운대 아이파크 조감도와 최고급 주상복합형 집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장동건과 최지우. | ||
:: 펜트하우스 붐
최근 들어 부산 해운대 인근의 ‘마린시티’가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운대 옆 동백섬 인근의 마린시티엔 이미 수십여 채의 최고급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 있고 지금도 공사가 한창이다.
요즘 마린시티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최근 청약을 끝낸 ‘해운대 아이파크’와 ‘두산위브 더 제니스’의 수십 억 원대 펜트하우스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해운대 아이파크의 경우 공급면적 423.4㎡(128평)의 펜트하우스 두 곳(57억 6300만 원 상당)을 비롯해 20억~40억 원대 펜트하우스 28세대가 최근 청약을 마쳤다. ‘두산위브 더 제니스’ 역시 공급면적 323㎡(98평)인 80층 펜트하우스 2가구(44억 2000만 원가량)와 25억~35억 원대 펜트하우스 60가구의 사전예약이 마무리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십억 원에 이르는 이들 펜트하우스의 청약에 연예인들의 관심이 집중된다는 부분이다. 연예인의 마린시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상당수의 연예인이 마린시티 내 최고급 주상복합 건물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 조용필 장동건 최지우 등 톱스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소속 연예인이 촬영이나 휴식을 위해 부산을 찾을 경우 이용하도록 연예기획사 차원에서 집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어떻게 마린시티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또 청약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일까.
두산위브 더 제니스 관계자는 “펜트하우스 분양을 위해 200여 명을 한정해 비밀리에 VVIP 런칭쇼를 이틀에 걸쳐 가졌다”고 밝힌다. 당시 스무 명가량의 연예인이 참석했는데 런칭쇼 당일 집을 구매한 연예인도 있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구매를 결정한 연예인은 모두 10여 명에 이르는데 영화배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케팅 팀에선 어떤 기준으로 20여 명의 연예인을 VVIP 런칭쇼에 초청했을까. 이에 대해 마케팅팀의 한 관계자는 “인기 연예인이 우수 고객인 만큼 고객 관리 차원에서 연예인과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업체 CF모델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경우도 있고 평소 알고 지내는 방송 관계자들의 소개로 연예인들과 친분을 다지기도 한다”고 얘기한다.
두산위브 더 제니스의 경우 총 60여 가구 가운데 연예인이 10여 가구를 계약해 상당히 높은 비율을 보였지만 절대적인 비중은 아니다. VIC마케팅(유명 사교클럽, 동호회, 재계상류층모임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통해 주로 펜트하우스를 판매해왔지만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별도의 런칭쇼까지 갖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수요를 다 충족하지 못해 아직도 사겠다는 연예인이 많다고 한다.
연예인이 대거 몰려 화제를 양산하고 있는 마린시티는 사실 실거주지가 아닌 별장형 주거지다. 결국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실거주지용 주택 마련에서도 연예인은 더 큰 VVIP 고객일 수밖에 없다. 청담동 등 연예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선 아예 연예인이 단골인 부동산이 따로 있을 정도. 심지어 일부 연예인은 여러 곳의 부동산에 건물 부지를 찾는다는 정보를 흘려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며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으로 구입하려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연예인의 소비패턴을 언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명품이다. 그만큼 연예인은 명품을 사랑하고 명품 역시 그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관계자는 VVIP 고객 명단에 오른 연예인이 여럿이라고 얘기한다. 에비뉴엘에서 VVIP 고객이 되려면 연간 5000만 원 이상 소비를 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연예인들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VVIP 고객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단 VVIP 고객이 되면 비밀리에 진행되는 런칭쇼나 신상품 행사 등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연예인들이 명품 업체로부터 협찬을 자주 받곤 하지만 이는 매장의 숍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일 뿐 백화점 마케팅팀 차원에서의 혜택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연예인이 VVIP 고객이 되려 하는 까닭은 상류층 사람들인 다른 VVIP 고객들과의 친분을 쌓는 데 있다. VVIP 고객 대상 행사에서 만나는 다른 고객들에게 연예인이 사인을 자청할 정도로 스스로 어울리려고 노력한다는 게 인기 연예인 매니저들의 설명이다.
연예인이 자주 찾는 명품관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갤러리아 명품관이다. ‘Personal Shopper Room’이라는 쇼핑 도우미 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VVIP 마케팅으로 유명한 갤러리아 명품관 측은 고객에 대한 사항은 비밀이라며 구체적인 취재를 거부했다. 매니저들을 통해 거꾸로 확인해본 결과 갤러리아 명품관 VVIP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이 상당수임을 알 수 있었다.
갤러리아 명품관에선 VVIP 고객에게 호텔 스위트룸 이용권이나 연간 골프 회원권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까닭에 연예인들이 골프를 자주 치면서도 회원권을 별도로 구입하지 않을 정도라고. 갤러리아 명품관 매장 관계자들은 연예인 고객 유치를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 각종 런칭쇼라고 한다. 런칭쇼를 열 때마다 연예인 참석을 늘리기 위해 각종 선물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물론 연예인을 많이 모으는 이유는 판매를 위해서다. 런칭쇼를 찾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문의해와 구매하는 연예인이 많기 때문이다.
:: 최고급 외제차
최근 나경은 아나운서의 아우디 A4 승용차가 화제가 된 것처럼 연예인의 고급 외제 승용차 이용은 늘 세인의 곱지 않은 시선을 동반한다. 반면 연예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장거리 이동이 잦은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달라고 얘기하곤 한다. 이는 연예인들이 고급 외제 승용차를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며 그들이 탄탄한 고객층임을 나타낸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제 승용차 수입 업체에서는 연예인을 VVIP 고객 관리를 따로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연예인이 타는 외제 승용차의 대부분이 공식수입 차량이 아닌 수입차 딜러와의 직접 거래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10여 대밖에 수입되지 않은 마이바흐 승용차를 배용준이 두 대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벤츠 코리아에서 수입한 차량을 공식적으로 구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연예인을 대상으로 실제 마케팅을 하는 이들은 외제차 딜러다. 그들 역시 연예인 고객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외제 승용차 이용 고객의 경우 한 번 구입한 브랜드의 차량을 재구입하는 경향이 높아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딜러들은 매니저와의 친분 강화에 애쓰고 있는데 담당 연예인이 차량을 구입하면 매니저에게 사례금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까닭인지 매니저 출신 외제차 딜러도 여럿이다.
물론 이런 VVIP 마케팅에서도 연예인의 유명세는 좋은 활용 도구가 된다.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만난 한 공인중계업자는 “이 동네에 연예인 집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일반 분양을 위해 여기 누가 누가 산다는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다”고 얘기한다. 이는 외제 승용차나 명품 브랜드에서도 마찬가지.
따라서 어느 정도 협찬 개념의 할인 등 편의 제공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마케터들은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얘기한다. 워낙 검소하기로 유명한 연예인 몇몇이 강력하게 원할 경우엔 약간의 편의를 봐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인이 오히려 그런 제안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곤 한다고. 다른 VVIP 소비자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소비를 함으로써 그들 세계의 일원이 됐다는 데 더 의미를 두는 이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