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년)의 글씨 9점이 전북 고창군립미술관에 영구 기탁됐다.
고창군은 최근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인촌 김성수(金性洙) 집안의 제실에 걸린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 9점이 추사의 글씨로 확인된 이후 분실될 우려가 커 인촌기념사업회에서 이를 고창군립미술관에 기탁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주련들은 지난 8월 12일 고창군 반암리에 소재하고 있는 울산 김씨 인촌 김성수 집안 제각에서 발견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인촌기념사업회는 이들 주련이 추사의 글씨로 확인된 이후 도난 등을 우려해 그동안 고려대박물관에 보관해왔다.
이날 기탁된 주련은 추사 이외에도 이 지역 대표적인 서예가인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 1770∼1847)의 글씨 2점도 포함됐다.
백원철 고창문화연구회 회장은 “추사가 직접 짓고 주련에 남긴 ‘상선암’(上仙岩)이라는 시에 나오는 ‘걷고 또 걷는 길이 굽어져 산봉우리 돌아드는 곳(행행로전봉회처 行行路轉峰廻處)’이란 시구는 인촌집안의 제실이 있는 반암마을의 풍광과도 어울릴뿐 아니라 추사의 멀고 먼 귀향길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창군 관계자는 “문화유물은 발굴지역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고창군민의 뜻을 전하자 인촌기념사업회에서 고창군립미술관에 영구기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창향토문화연구회는 지난달 ‘제주도로 유배된 추사는 1840년 9월 20∼23일 고창 하오산과 인근 반암마을을 지나 나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추사의 주련과 마을 주민의 증언 등을 공개했다.
한양에서 제주도까지 추사의 유배 행로는 여러 문헌을 통해 대체로 알려졌으나 경유지인 전주와 나주 사이 행로는 그동안 안개에 가려 있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