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요즘 ‘특강정치’ ‘강연정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고려대 석좌교수이기도 한 오 전 시장은 공무원이 대상이든, 대학교 초청이든, 당원교육이든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한다는 전언이다. 또 서울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경남, 대구, 강원 등지로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수도권의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화했고 최근에는 박진 전 의원과 몇 차례 만나 종로에서의 격돌을 조율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감정만 상했다는 말도 들린다.
주변부 말을 들어보면 오 전 시장의 특강정치는 대선주자로서의 연설 연습이기도 하고,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픈프라이머리냐 아니냐를 두고 새누리당이 공천 룰을 정하지 못한 마당인데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1 비율 결정에 따라 선거구도 재획정 과정을 거쳐야 해 ‘중간에 붕 뜬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서울 관악을 재보선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한 오신환 의원이 당선되면서 힘을 확인한 오 전 시장은 보폭을 넓히며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큰딸을 결혼시켰는데 정치권 인사는 한명도 부르지 않고 조용히 치렀다.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엿보인다.
4선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당협위원장직을 사퇴한 자리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똬리를 틀면서 ‘대구 수성갑’ 20대 총선이 어느 곳보다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에는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19대 총선과 6대 대구시장 선거에 이어 3수에 도전하는 곳이다.
김 전 지사는 특유의 ‘택시기사 체험’을 통해 대구 바닥 민심을 훑으면서도 관변단체, 시민사회단체나 각종 협회, 시도당, 대학교 초청 특강이나 간담회에 빠지지 않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인 경기 김포에서 내리 3선을 한 김부겸 전 최고위원도 선거운동에만큼은 지칠 줄 모르는 김 전 지사를 만나 시간표를 다시 짰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대구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김 전 지사의 수성갑 출마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절반의 지지만 보내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그렇게 적극적이던 김 전 지사가 대구로 와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는 모습이 탐탁지 않다는 것이다. 돌고 돌아 ‘천당 아래 대구’로 왔다는 비아냥거림도 들을 수 있다. 대구지역 한 의원은 “김 전 지사의 대구행이 대권가도의 필수통로가 아니겠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지난 9월 2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비공개로 대구 의원 모임이 있었고, 여기에 김 전 지사가 참석했는데 대구 수성갑 필승과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는 후문이다.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지만 나라 밖에 있었던 권영세 전 주중대사는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앵커 출신인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과의 리턴매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권 전 대사는 주중대사 경험을 살려 한중관계나 북중관계에 대한 견해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피력하거나 신문 등에 인터뷰이로 나서면서 언론과의 스킨십도 본격화하고 있다.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은 경북 안동에 재출마를 결정하고 서울과 안동을 오가고 있다. 자신이 대표인 ‘포럼 오늘’을 통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초청강사의 특강 청취를 이어가는 한편, 틈나는 대로 안동으로 가 3선 당시의 조직을 재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국회 내 체력단련실에 자주 나타나 체력관리에 한창인데다 당 인재 영입위원장으로서 호남, 영남을 오가며 “천하의 인재를 모셔올 것(김무성)”이라는 숙제를 풀고 있다.
권 위원장은 그런 한편 김 대표의 원외 대변인으로서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인데, 지난 ‘유승민 사태’ 때에는 “혼란스러운 여권의 안정과 교착 상태인 여야의 관계 개선도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책무다. 대통령제 하에서 종국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올드걸’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하다.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초갑․을에선 두 여장부가 탈환을 외치며 본격 행보에 나섰다. 서울 서초갑에는 이혜훈 전 의원이 재입성을 노린다. 유난히 언론계로부터도 평가가 좋은 이 전 의원은 17대·18대 서초갑 의원이었다가 19대 때 국정원 차장 출신인 김회선 의원에게 밀려 낙천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꾸준히 여의도 안팎을 드나들었고 거부권 파동 당시에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면서 시중에선 “이 전 의원이 겁도 없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의리’를 지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달변인 까닭에 여러 매체로부터도 인터뷰 요청이 있다고 한다.
서울 서초을에는 지난 6월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을 퇴임한 정옥임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 전 의원은 18대 당시 비례대표였고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북한이탈주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지난 방미 당시 새누리당 외교안보 특보로 동행하면서 외교안보와 관련한 원외 대변인으로서 언론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낙천한 뒤 김 대표와 미국 횡단을 함께 하면서 측근 중의 측근으로 통한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최근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청와대 정무특보)이 “내년에 4선이 되는 충청권, 영남권 의원 중에도 차기가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가 나오자 주목을 받은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도 새누리당 공주시 당협위원장으로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주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활동을 디테일하게 전하고 있는데 윤 의원의 인터뷰 직후에는 “고마운 말씀이나 제 스스로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생각합니다.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성조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은 최근 마음을 돌려 경북 구미갑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알려졌다. 경북 구미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총장은 전 당 정책위의장,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체급을 키워왔지만 19대 총선에선 이공계 가산점을 받은 심학봉 의원에게 밀려 낙천한 바 있다. 하지만 심 의원이 성폭행 혐의로 사실상 정치생명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지역에서 ‘김성조의 귀환’을 점치고 있다는 것이다. 8월 16일 구미의 몇몇 상공인들이 김 총장을 만찬에 초청하면서 지역 정가가 한때 소란스러웠다는 말도 들린다.
안경률 전 의원은 점점 세를 불리고 있는 한반도통일산악회의 중앙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점차 정치권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란 말이 파다하다. 이 한반도통일산악회가 사실상 김 대표의 전국조직망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반도통일산악회는 대구와 경북에 이어 이달 초 부산에서 출범식을 가지기도 했다.
20대 총선 룰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들 올드보이의 여의도 회귀는 어느 때보다 증폭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독주하는 1인이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되고 있고, 오픈프라이머리라면 인지도가 높은 쪽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필 언론인
-
[단독] HID 지휘 체계 무력화…정보사 비상계엄 사전준비 정황들
온라인 기사 ( 2024.12.13 17:05 )
-
[단독] '비선' 방증? 윤석열 대통령 12·3 계엄선포 담화문 '서류봉투' 미스터리
온라인 기사 ( 2024.12.13 15:21 )
-
[단독] 충암파에 목줄 잡힌 사령관? 정보사 ‘선관위 상륙작전’ 동원의 비밀
온라인 기사 ( 2024.12.11 17: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