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소는 공소시효가 지난 탓에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고 결국 사건이 민사로 넘어갔다. 원고 측은 이현우에게 사기당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현우 측은 말도 안 되는 사건이라며 원고 측의 주장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이 사건을 접수한 원고 조 아무개 씨는 가수 이현우가 자신에게 지급해야 할 507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시일만 끌고 있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9년 2월 이현우가 지인들과 동업하던 연예기획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리 자금으로 3700만 원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했으며 1370만 원짜리 외제 시계를 가져간 뒤 반납하지 않고 있다는 게 원고 조 씨의 주장이다.
조 씨는 이현우가 자신한테서 돈과 외제 시계까지 가져간 배경에는 전속계약이 자리한다고 설명한다. 즉 이현우가 연예기획사를 정리하며 조 씨로부터 정리 자금을 빌렸고 그 후 조 씨가 새로 설립하는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이현우의 새 음반 준비를 위해 2년 넘게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이현우가 다른 회사와 새 음반을 내는 바람에 수억 원대의 손해를 입었다”는 조 씨는 “이현우가 자신의 음반 준비가 늦어지자 동료 가수를 소개했고 그 가수의 음반을 발매했는데 그가 음반 출시 직후 한국을 떠나 상당한 손해만 떠안아야 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이 두 건의 음반 준비 비용까지 더하면 피해액이 총 12억 원대라는 조 씨는 현재 진행 중인 5070만 원에 대한 소송 외에 10억 원대의 별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조 씨의 주장에 대해 이현우 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밝혔다. 조 씨와의 관계에 대해 이현우의 매니저는 “알고는 지냈지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조 씨가 너무 친한 척을 해 이현우 씨가 다소 부담스러워했었다”고 설명한다. 조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동업하던 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줬다는 내용에 대해선 “당시 ‘헤어진 다음날’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인데 3000여만 원이 없어 빌렸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전속계약을 약속해 음반 준비를 위해 수억 원을 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일이 없었고 그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정적으로 이현우 측에선 조 씨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나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근거와 자료가 전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선 조 씨도 인정했다. 실제로 채무와 관계된 문서나 전속계약 관련 계약서 등이 전무하다. 이에 대해 조 씨는 이현우의 인간성을 믿어 모든 것을 구두로 약정했다고 한다. 대신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의 사실 확인서를 통해 진실을 밝힐 예정인데 이미 상당수의 사실 확인서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도 있어 보인다. 조 씨는 “음반 제작 준비 과정에서 돈이 어디에 들어갔는지를 밝혀야 하는데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면서 “당시 만연했던 PR비는 물론이고 이현우의 내밀한 사생활 관련 사안도 법정에서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확연한 입장차가 드러나는 대목은 조 씨와 이현우 사이의 친분 관계다. 조 씨는 95년 경 알게 돼 절친한 사이였다고 주장한다. 전속계약을 추진하게 된 까닭 역시 친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본래 조 씨는 이현우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사기죄로 형사 고소했었다. 다만 두 건의 피의사실이 모두 2006년 12월과 2007년 3월로 공소시효 7년이 지나 검찰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조 씨가 민사 재판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측 모두 상대방에서 계속 시간을 끄는 바람에 재판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현우 측은 “계속 시간을 끌면 결국 우리가 못 견디고 합의에 응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제대로 된 근거나 증거 없이 사생활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아무 잘못도 없이 이런 일에 휘말려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반면 조 씨는 “계속 돈을 갚겠다며 재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년 넘게 진행된 이번 사건은 오는 12월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법정에서 속행될 예정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