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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역전’을 꿈꾸며 로또를 사기 위해 판매대에 몰려든 사람들. | ||
이처럼 뒷말이 무성했던 로또복권 문제는 발매 시작 2년 8개월 만에 ‘공식 수술대’ 위에 올랐다. 감사원이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권 입찰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고, 시스템 사업자로 선정된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에 지급되는 수수료율(총 매출액의 9.532%)도 과다하게 책정됐다”며 지난 8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9월22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선 “사업자 선정과정에 정치권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이 입수한 감사원의 로또 감사 결과 보고서(‘복권제도 운영 및 관리실태’)에 “KLS가 전산시스템을 조작, 당첨 확률을 조정했다”는 ‘첩보 내용’이 담겨져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감사원이 이 같은 첩보 내용을 검토한 결과, 확률상 당첨건수와 실제 당첨건수에 큰 차이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부분.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확률에 비해 실제 당첨건수가 과다한 원인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첩보 사항 때문인지 검찰 또한 현재 수사중인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특혜 의혹과 함께 당첨확률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그동안 무성하게 나돌던 ‘로또 조작설’은 과연 사실일까.
감사원은 지난해 10월4일부터 11월12일까지 24일 동안 로또복권 도입과 복권정책·제도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감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로또복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인 41쪽에는 ‘감사종료 후 첩보 사항’이란 제목 아래 ‘충격적인’ 첩보 내용이 수록돼 있다.
여기에는 감사원이 로또 감사를 종료한 지난해 11월12일 이후 ‘한 정통한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첩보 내용과 이에 대한 감사원의 검토 결과 등이 담겨져 있다. 이처럼 감사원이 ‘첩보 사항’을 감사보고서에 게재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제보자가 감사원에 털어놓은 첩보 내용은 이렇다. “지난 2002년 12월 2일 이후 KLS가 복권발매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전산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첨자 발생확률을 조정하고 있다”는 게 주요 골자.
그렇다면 전산시스템을 조작해서 어떻게 당첨자 확률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일까. “(로또복권) 구매자 상당수가 ‘자동번호 부여’방식으로 복권을 구매”하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을 조작, 당첨 확률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로또복권을 구매하는 방법은 세 가지. 우선 1과 45 사이의 번호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번호를 6개 선택, 복권 용지에 직접 기입하는 방식이 있다. 둘째는 6개 번호 가운데 몇 개만 직접 기입하고, 나머지는 전산시스템이 정해주는 반자동 방식이다. 예를 들어 1과 45 사이의 번호 가운데 구매자가 3과 10, 35 등 3개의 번호를 직접 선택하면, 나머지 3개 번호는 전산시스템이 자동으로 골라주는 방식이다. 셋째로 구매자가 번호를 직접 선택하지 않을 경우, 6개의 번호 모두를 전산시스템이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방식이다. KLS에 따르면 로또 구매자 전체의 80% 이상이 자동이나 반자동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구매자가 자동 혹은 반자동 방식을 택하고 있어 전산시스템의 조작으로 당첨자 확률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제보자의 설명.
그렇다면 감사원이 입수한 첩보 내용은 과연 얼마나 사실에 근접해 있을까.
감사원이 접수한 제보 내용이 ‘거짓 첩보’거나 ‘안티[反] 로또’를 표방한 이들이 지어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공산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간 조작설이 나돌 때마다 KLS측은 “시스템상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렇지만 감사원은 ‘첩보=일정 부분 사실’일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 보고서에서 제보자의 신분을 “모 복권업체 책임자로 복권 정보에 정통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자세한 신상명세를 공개하진 않았다.
또한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2003년도의 확률상 당첨건수와 실제 당첨건수를 비교한 결과, 1등에서 4등까지의 확률상 당첨건수는 2백65만 건이다. 하지만 실제 당첨건수는 3백14만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확률상의 당첨건수보다 49만 건(18.5%)이나 더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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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 제1과의 ‘복권제도 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결과보고서. 첨부된 ‘감사종료 후 첩보사항’은 충격적이다. | ||
감사원은 “(2003년) 확률 대비 회차 별로 40% 이상 증감한 사례를 보면 증가는 7회, 감소는 1회였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다시 말해 당첨 확률보다 당첨자가 40% 이상 많이 나온 경우가 일곱 번, 40% 이상 적게 나온 경우가 한 번 실재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KLS 홍보회사인 미래사회전략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로또 구매자가 자동방식으로 복권을 구입할 경우 전산시스템이 무작위로 번호를 선택해주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조작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로또 당첨 확률이 이렇게 높아도 관리감독 기관인 국민은행과 사업자인 KLS의 수익에는 별 문제가 없는 걸까. 이에 대해 KLS 관계자는 “당첨 확률이 높아 당첨금이 많이 지급된다 해도 복권 판매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오히려 큰 수익이 남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LS는 2003년도 한 해에만 무려 3천6백22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그런데 감사보고서에는 앞서 언급했던 제보자가 이 같은 당첨자 발생 확률 조정 사실을 국민은행도 묵인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관리감독자인 국민은행은 당첨 건수 증가로 위탁수수료가 증가함에 따라 (KLS의 당첨 확률 조정을) 묵인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 그러나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첨 확률을 조작한다는 얘기도 처음 듣거니와, 게다가 수수료 수익을 더 얻기 위해 조작을 묵인했다는 얘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첩보 내용에 대한 검토 결과를 보고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외부의 전산프로그램과 통계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KLS로부터 회차 별로 발매한 프로그램을 징구해야 한다. 특정 회차의 자료에 대한 표본 점검을 통해 확률에 비해 당첨건수가 과다한 원인(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물론 KLS측에선 “로또 번호 자동부여 시스템이 랜덤(무작위)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확률상의 당첨 건수보다 실제 당첨 건수가 더 많거나 적을 수도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즉 확률에 비해 당첨건수가 많거나 적은 것은 시스템상의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확률과 실제’의 차이가 지나치게 큰 만큼 시스템에 대한 확실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에 나타난 감사원의 시각이다. 이번에 감사원 보고서의 ‘첩보 내용’이 공개됨에 따라 로또 전산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 결과 실제 검찰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로또 사업과 관련한 수사는 사업자 선정과정뿐만 아니라 로또 조작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검찰 수사를 통해 항간에 떠돌던 ‘로또 조작설’이 사실로 밝혀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로또 괴담’으로 전락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