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합의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국정 전반에 대한 논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현정권 초기 김대중 대통령-박태준 총재간의 청와대 주례회동 같은 방식이 부활되는 셈이다. 노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청와대에서 정 대표와 주례회동을 한다면, 그것도 국정운영을 협의하기 위해 회동을 한다면 각료 임명문제는 당연히 주요 논의 대상일 수밖에 없고 노 후보로서도 정 대표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과연 차기 정부내의 지분과 관련 구체적인 밀약이 있었느냐인데 우선 차기 정부 총리의 경우 정 대표가 직접 맡지는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대선 패배의 핵심 변수였던 정 대표의 총리인준안에 동의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총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것이 정 대표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청문회 과정에서 대선 출마시 약속했던 1천억대 재산의 신탁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따라서 차기 총리와 관련해서는 정 대표가 지명권을 행사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주요 각료 문제인데 일단 노 후보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외치 부분을 정 대표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수차례 피력해왔고 정 대표측도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양당의 정책조율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양당 정책조율 합의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가 통일 외교 안보분야다. 이 분야에서 양당은 북핵문제 등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미관계를 포함한 외교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또 13일 노무현 정몽준 합의문에서는 노 후보 당선시 정 대표가 대통령 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미국과 중국, 북한을 방문키로 했다. 따라서 외교통상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에 대해서는 정 대표의 지명권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으로 보이며 국방장관 임명에도 정 대표의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정몽준 프로그램과 세 번째 경제분야도 지분문제와 관련, 관심을 끄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정몽준프로그램에서는 외교통상부에 소속돼있는 통상교섭본부와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를 독립시키는 방안을 담고 있는데 두 기관의 책임자에 대한 지명권에 대해서도 정 대표측이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에서 대기업 정책과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재경부장관이나 노동부장관의 임명에도 정 대표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몽준 프로그램에서 언급하고 있는 교육지방자치화, 행정고시 폐지, 로스쿨 설치 등은 통합21의 전성철의장이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검토해온 사안으로 청와대의 정책기획수석 임명에도 정 후보가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은 그간 양측이 진행해온 협상과 양측 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한 것일 뿐 양측 관계자들이 직접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양측 관계자들의 발언은 이 같은 추정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신계륜 의원은 국정 공동운영과 관련, “우리당 인재뿐 아니라 정 대표측 인재 풀을 활용해 필요하면 언제든 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의장은 “국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려면 먼저 정책조율을 하고 (정 대표와 통합21측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명확히 밝혀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정책조율과 국정 공동운영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뜻이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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