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김영삼 전 대통령(오른쪽)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안부 전화를 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만난 두 사람. | ||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해 만남’을 주선하는 세 주역 중의 한 명인 김상현 전 의원은 양김의 만남 시기에 대해서 자신있게 ‘연내’라고 밝혔다. 그는 “전격적인 결단을 자주 선보였던 YS의 성격상 조만간 만남이 곧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3인 중의 한 명이자 사실상 이번 작전을 진두지휘한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의 연장선상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명이었다. 하지만 양김의 만남이 대연정론의 포괄적 범주에 속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YS와 DJ 양김의 ‘화해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3인 가운데 신 전 부의장과 김 전 의원을 통해 배경과 향후 전망을 들었다. 나머지 한 명인 정대철 전 의원은 여전히 인터뷰를 사양했다.
지난 6일 YS가 DJ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가의 큰 화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전격적인 전화 통화의 막후 주역이 노 대통령과 친한 신상우 전 부의장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자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부각됐다. 때마침 <오마이뉴스>가 지난 9일 ‘두 사람 화해의 단초는 대연정에서 비롯됐다’는 보도를 했고, 또 열린우리당의 김혁규 의원도 상도동을 방문해서 두 사람의 화해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이에 대해 신 전 부의장은 “내가 두 분의 화해를 주선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고 지난 1월 동교동에 새해 인사를 가면서 DJ에게 두 분이 만날 것을 권유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분의 만남과 현 정부의 대연정론이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의 취지가 지역통합인 만큼, 영남과 호남을 각각 상징하는 두 분의 만남은 지역구도 혁파의 뜻과 부합된다고 봤다”며 관련설을 인정했다.
▲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김상현 전 의원 | ||
하지만 신 전 부의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평소 노 대통령과의 대화 채널을 구축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어떤 식으로든 교감을 했을 것으로 관측하는 전망이 정가에서는 우세하다. 신 전 부의장 측근으로 알려진 부산상고 동문 출신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의장은 현재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후견인’으로 대접받고 있다. 가끔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있고 얼마 전에도 부부동반으로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안다”며 “신 전 부의장은 대통령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전달하고 있고, 평소에도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나름대로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튼 신 전 부의장은 올 연초부터 혼자서 상도동과 동교동을 오가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는 YS의 차남 현철씨와 DJ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을 만나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편으로는 청와대측에 현철씨의 사면복권을 위해 힘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얼어붙어 있는 YS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부의장이 물밑작업을 벌이며 DJ와 YS의 만남 가능성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 7월경 때맞춰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이 정치권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7월 말경 안기부 도청 X파일이 터진 것이다. 현철씨가 불법 도청 미림팀의 핵심 인물로 부각됐고 두 전직 대통령 시절 안기부의 불법 도청이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신 전 부의장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도청 파일로 인해 분위기가 일거에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두 분의 전화 통화가 당초 예정보다 상당히 늦어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도청 정국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신 전 부의장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자신의 견해와 뜻을 같이하고 또 동교동과 상도동 모두와 가까운 김상현 정대철 전 의원과 함께였다.
▲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 ||
그 자리에서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YS-DJ 만남’의 역사적 당위성을 힘주어 주장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솔직히 87년 두 분의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 이후로 지역 감정이 더 심화된 것은 맞지 않은가. 이제 두 분이 나서서 이 매듭을 풀고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력히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3인의 강력한 권유가 계속 이어지자 YS 역시 마음이 상당히 많이 움직여진 듯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마침 DJ는 폐부종과 고혈압 증세 등으로 병원에 두 차례씩이나 장기 입원하는 등 건강 악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10월31일 대만 천수이벤 총통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한 YS는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곧바로 DJ에게 건강을 걱정하는 전화를 했다.
이제 초미의 관심은 양김씨의 만남 시기로 모아진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결론적으로 YS의 또 한 번의 결단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도 “그래도 연내 만남은 확실히 이뤄질 것이며 그 형식은 YS가 DJ를 병문안하는 방문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전 의원은 “현재로서는 YS가 건강이 더 좋은 편이고 또 서운한 감정이 더 컸던 만큼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YS가 결심을 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